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를 영화로 재조명한다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역사를 습득해온 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이야기가 흘러갈 때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영화 ‘관상’(한재림 감독, (주)주피터필름 제작)은 계유정난(癸酉靖難)이라는 사실을 가져와 관상이라는 일종의 미신을 입혔다. 하지만 이는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다. 둘 다 잡거나 혹은 둘 다 놓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필요가 있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과 그의 처남 팽헌(조정석), 그리고 그의 아들 진형(조정석)에게 기생 연홍(김혜수)이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비로소 시작된다. 연홍의 제안으로 상경한 내경은 연홍의 기방에서 관상을 봐준다. 그 때만 해도 내경은 자신의 앞날을 예견하지 못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될 지를 말이다.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관상이 이렇게 치명적인 효과를 낼 지에 대해서.
한재림 감독의 영상미는 ‘관상’에서 빛을 발한다. 영화에서 단단히 한 몫 하는 영상미는 두 말 하면 잔소리. 드넓게 펼쳐진 초원, 끝없이 계속되는 바다가 생생하게 눈으로 돌아온다. 휘몰아치는 파도 역시 적재적소. 자연은 자연일 때 아름다운 법. 특히 화려한 느낌으로 사뿐사뿐 걷는 연홍이 초원과 어우러지는 영화 초반은 그냥 그림에 가깝다. 그녀가 입은 시스루 드레스 역시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또한 내경이 사람의 얼굴을 보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요목조목 읊어가는 모습은 그야 말로 일품.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관객은 스크린만을 바라보게 될 것. 그리고 생각한다. 도대체 나는 어떤 상일까? 나는 어떻게 생겼을까? 스크린을 뚫고 가서 줄을 서고 싶을 만큼. 김종서(백윤식)는 호랑이에, 수양대군(이정재)은 이리에 비견된다. 어떻게 그 모습이 이렇게 절묘할까. 외적으로는 신의한수가 틀림없다.
이 영화에서 빛을 발하는 사람은 단연 조정석.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국민 납득이가 된 조정석은 ‘관상’을 통해 팽헌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송강호와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어 간다고 해도 고개를 가로 저을 사람은 없을 것. 술에 취해 자연스럽게 나오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춤도 직접 낸 아이디어라니. 조정석과 송강호가 없었다면, 이 콤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 춤이 세상에 나올 수나 있었겠나.
하지만 러닝타임 139분은 다소 힘들 수밖에. 2시간 하고도 점점점. 어느 누가 봐도 길 수 밖에 없다. 아니, 사실은 길어도 상관이 없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달라지니까. ‘관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단연 관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초반 30분 전후. 물론, 스토리가 있는 작품을 만들다 보니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핑계는 가능해진다. 그러나 계유정난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힘들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니 당연히 들어야 되는 이야기가 많아 질 수밖에. 그래서 러닝타임은 점점 더 길어진다. 관객들은 사실, 관상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한데 말이지? 이 좋은 배우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지 못해 또 하나의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 말에 위안을. 영화는 개개인이 아니라 하모니가 중요하다는 것을. 뜬금없지만 ‘사람의 얼굴에는 자연의 이치 그대로 세상 삼라만상이 모두 담겨져 있으니 그 자체로 우주이다’라는 대사가 와 닿는다. 내달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9분.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과 그의 처남 팽헌(조정석), 그리고 그의 아들 진형(조정석)에게 기생 연홍(김혜수)이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비로소 시작된다. 연홍의 제안으로 상경한 내경은 연홍의 기방에서 관상을 봐준다. 그 때만 해도 내경은 자신의 앞날을 예견하지 못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될 지를 말이다.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관상이 이렇게 치명적인 효과를 낼 지에 대해서.
한재림 감독의 영상미는 ‘관상’에서 빛을 발한다. 영화에서 단단히 한 몫 하는 영상미는 두 말 하면 잔소리. 드넓게 펼쳐진 초원, 끝없이 계속되는 바다가 생생하게 눈으로 돌아온다. 휘몰아치는 파도 역시 적재적소. 자연은 자연일 때 아름다운 법. 특히 화려한 느낌으로 사뿐사뿐 걷는 연홍이 초원과 어우러지는 영화 초반은 그냥 그림에 가깝다. 그녀가 입은 시스루 드레스 역시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또한 내경이 사람의 얼굴을 보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요목조목 읊어가는 모습은 그야 말로 일품.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관객은 스크린만을 바라보게 될 것. 그리고 생각한다. 도대체 나는 어떤 상일까? 나는 어떻게 생겼을까? 스크린을 뚫고 가서 줄을 서고 싶을 만큼. 김종서(백윤식)는 호랑이에, 수양대군(이정재)은 이리에 비견된다. 어떻게 그 모습이 이렇게 절묘할까. 외적으로는 신의한수가 틀림없다.
이 영화에서 빛을 발하는 사람은 단연 조정석.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국민 납득이가 된 조정석은 ‘관상’을 통해 팽헌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송강호와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어 간다고 해도 고개를 가로 저을 사람은 없을 것. 술에 취해 자연스럽게 나오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춤도 직접 낸 아이디어라니. 조정석과 송강호가 없었다면, 이 콤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 춤이 세상에 나올 수나 있었겠나.
하지만 러닝타임 139분은 다소 힘들 수밖에. 2시간 하고도 점점점. 어느 누가 봐도 길 수 밖에 없다. 아니, 사실은 길어도 상관이 없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달라지니까. ‘관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단연 관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초반 30분 전후. 물론, 스토리가 있는 작품을 만들다 보니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핑계는 가능해진다. 그러나 계유정난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힘들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니 당연히 들어야 되는 이야기가 많아 질 수밖에. 그래서 러닝타임은 점점 더 길어진다. 관객들은 사실, 관상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한데 말이지? 이 좋은 배우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지 못해 또 하나의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 말에 위안을. 영화는 개개인이 아니라 하모니가 중요하다는 것을. 뜬금없지만 ‘사람의 얼굴에는 자연의 이치 그대로 세상 삼라만상이 모두 담겨져 있으니 그 자체로 우주이다’라는 대사가 와 닿는다. 내달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9분.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