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할 줄 알았다. 말 수도 꽤 없을 줄 알았다. 얼핏 떠오르는 생각으로 하나의 사람을 완성시켜나갔다. 역시나였다.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다른 것이 아니라 완전히 빗겨갔다. 영화 ‘신세계’ 이후 ‘관상’(한재림 감독, (주)주피터필름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제작)으로 관객들을 맞게 된 배우 이정재(40)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정재는 ‘관상’에서 왕이 되려는 야망가 수양대군으로 출연한다. 힘과 능력을 모두 갖춘 가진 수양대군은 자신의 야심을 꿰뚫어보는 내경(송강호)의 존재를 알게 된다. 지금껏 작품으로 보여져왔던 수양대군 중 가장 어린 나이, 그 나이에 가장 근접한 이정재. 그래서일까? 단단하며 거침이 없다. 더욱 강하다.
◆ “수양대군 상처, 과도하지 않을까 했지만”
139분이라는 러닝타임. 그러나 이정재는 영화가 시작된 후 약 1시간이 지나서야 등장한다. 그렇다고 해서 수양대군의 이야기가 앞에서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시무시한 인간으로 만날 싸우고 다니며 김종서(백윤식)와 대립되며 역모까지 일으킬 인물로 묘사된다. 과연 이 모든 것들을 다 짊어지고 나타날 수양대군은 어떤 모습일까. 관객 뿐만 아니라 이정재 역시 궁금했다. 고민이 많았다. 도대체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다 설명할 수 있었을까.
“무서워보여야 될까? 태연해보여야 되나, 그런 생각들이 조금 있었어요. 내 집에 온 사람들이니까 짜증도 나고 김종서를 보며 ‘이 늙은이는 왜 또 왔지?’ 라며 신경도 쓰이고. 의연해보이면서도 ‘난 너를 신경 쓰고 있지 않다’는 약간의 태연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죠. 한 시간을 위협적인 인물로 묘사해놓았기 때문에 내경과의 첫 만남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한재림 감독이 아주 공들여서 찍은 장면 중 하나죠. 그 부분에서는 음악도 한 몫 했고요.”
원래 수양대군이 이렇게 나쁘게만 그려진 건 아니었다. 많은 부분들이 편집되면서 수양대군은 악마 중의 악마가 됐다. 예를 들어 단종(채상우)을 죽여야만 하는가에 대한 고뇌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들은 수양대군을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느 하나 악인이 없는 상황에서 악랄하다 못해 무섭기까지한 수양대군은 이정재를 다시 보게 했다.
“수양대군의 상처가 과감한 설정이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왕의 얼굴에 흉터가 있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한 번 해보자, 과하다 싶으면 하지 말자하며 테스트를 한 거예요. 디자인도 몇 번을 했어요. 나쁘지 않다 싶었죠. 무섭게 보이기 위해 만든 건 아니에요. 수양대군은 사냥도 하고 약간은 거친 사람이잖아요. 이미지를 위한 시도였죠. 오히려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어서 감사했어요.”
◆ “로맨스 해보고 싶은데...”
여성 관객들이 영화 속 이정재를 이야기하며 손에 꼽는 몇 장면이 있다. 수양대군이 사냥을 하는 모습에 섹시라는 단어를 붙이고, 김종서에게 죽은 호랑이를 통째로 선물하는 모습에서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가장 큰 묘미는 바로 곤룡포 신이다. 얼큰하게 취한 수양대군이 곤룡포를 걸치고 점쟁이들 앞에 서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 제대로 여미지 않은 흐트러짐이 이정재를 더욱 부각시킨다.
“원래는 제대로 입는 설정이었어요. 테스트를 하며 입어보는 와중에 전화를 받았나? 그래서 미처 다 여미지 못한 상태였죠. 그런데 ‘그거 괜찮을 거 같은데’ ‘풀어헤친 게 나은 거 같아요’ 그래요. 그래서 결국은 곤룡포를 제대로 못 입었어요. 아무래도 술을 마시며 장난을 치는 거니까, 수양대군의 성격도 있고. 거칠어 보이는 느낌을 원하셨어요. 왕을 조롱하는 느낌도 담겨졌죠.”
곤룡포를 제대로 못 입어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거 이러다가 왕 한 번 더 할 기세다. 영화 ‘하녀’부터 ‘도둑들’ ‘신세계’ 그리고 ‘관상’까지. 흔히 말하는 세고 센 역할을 계속 해오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10년도 더 된 ‘시월애’를 잊지 못하는 데 말이다. 이쯤에서 달달한 멜로 한 편 보고 싶지 않은가? 역시 마음은 통한다 했던가. 연기 경력 20년차 이정재, 그도 원하고 있었다. 아주 간절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것은 저로서도 정말 즐거운 일이에요. 예전에는 로맨스도 많이 했는데 하다 보니 요즘은 센 역할도 많네요. 도대체 로맨스 배우를 가져다 놓고 이게 무슨 일이죠? (웃음) 로맨스 하고 싶어요, 하고는 싶은데 잘 들어오지가 않네요. 제일 중요한 건 관객들의 취향을 읽는 것 같아요. 전 아직도 관객이 제일 무서워요. 내가 하려는 바와 관객이 원하는 게 다르면 그건 또 시대착오적인 게 되어버리니까. 아, 로맨스도 좀 해봐야 되는데...”
이정재 씨, 우리가 원해요 멜로. 아주 진한 멜로. 로맨스도 좋아요. 그냥, 사랑 영화 하나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데. 그렇다는데.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이정재는 ‘관상’에서 왕이 되려는 야망가 수양대군으로 출연한다. 힘과 능력을 모두 갖춘 가진 수양대군은 자신의 야심을 꿰뚫어보는 내경(송강호)의 존재를 알게 된다. 지금껏 작품으로 보여져왔던 수양대군 중 가장 어린 나이, 그 나이에 가장 근접한 이정재. 그래서일까? 단단하며 거침이 없다. 더욱 강하다.
◆ “수양대군 상처, 과도하지 않을까 했지만”
139분이라는 러닝타임. 그러나 이정재는 영화가 시작된 후 약 1시간이 지나서야 등장한다. 그렇다고 해서 수양대군의 이야기가 앞에서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시무시한 인간으로 만날 싸우고 다니며 김종서(백윤식)와 대립되며 역모까지 일으킬 인물로 묘사된다. 과연 이 모든 것들을 다 짊어지고 나타날 수양대군은 어떤 모습일까. 관객 뿐만 아니라 이정재 역시 궁금했다. 고민이 많았다. 도대체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다 설명할 수 있었을까.
“무서워보여야 될까? 태연해보여야 되나, 그런 생각들이 조금 있었어요. 내 집에 온 사람들이니까 짜증도 나고 김종서를 보며 ‘이 늙은이는 왜 또 왔지?’ 라며 신경도 쓰이고. 의연해보이면서도 ‘난 너를 신경 쓰고 있지 않다’는 약간의 태연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죠. 한 시간을 위협적인 인물로 묘사해놓았기 때문에 내경과의 첫 만남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한재림 감독이 아주 공들여서 찍은 장면 중 하나죠. 그 부분에서는 음악도 한 몫 했고요.”
원래 수양대군이 이렇게 나쁘게만 그려진 건 아니었다. 많은 부분들이 편집되면서 수양대군은 악마 중의 악마가 됐다. 예를 들어 단종(채상우)을 죽여야만 하는가에 대한 고뇌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들은 수양대군을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느 하나 악인이 없는 상황에서 악랄하다 못해 무섭기까지한 수양대군은 이정재를 다시 보게 했다.
“수양대군의 상처가 과감한 설정이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왕의 얼굴에 흉터가 있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한 번 해보자, 과하다 싶으면 하지 말자하며 테스트를 한 거예요. 디자인도 몇 번을 했어요. 나쁘지 않다 싶었죠. 무섭게 보이기 위해 만든 건 아니에요. 수양대군은 사냥도 하고 약간은 거친 사람이잖아요. 이미지를 위한 시도였죠. 오히려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어서 감사했어요.”
◆ “로맨스 해보고 싶은데...”
여성 관객들이 영화 속 이정재를 이야기하며 손에 꼽는 몇 장면이 있다. 수양대군이 사냥을 하는 모습에 섹시라는 단어를 붙이고, 김종서에게 죽은 호랑이를 통째로 선물하는 모습에서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가장 큰 묘미는 바로 곤룡포 신이다. 얼큰하게 취한 수양대군이 곤룡포를 걸치고 점쟁이들 앞에 서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 제대로 여미지 않은 흐트러짐이 이정재를 더욱 부각시킨다.
“원래는 제대로 입는 설정이었어요. 테스트를 하며 입어보는 와중에 전화를 받았나? 그래서 미처 다 여미지 못한 상태였죠. 그런데 ‘그거 괜찮을 거 같은데’ ‘풀어헤친 게 나은 거 같아요’ 그래요. 그래서 결국은 곤룡포를 제대로 못 입었어요. 아무래도 술을 마시며 장난을 치는 거니까, 수양대군의 성격도 있고. 거칠어 보이는 느낌을 원하셨어요. 왕을 조롱하는 느낌도 담겨졌죠.”
곤룡포를 제대로 못 입어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거 이러다가 왕 한 번 더 할 기세다. 영화 ‘하녀’부터 ‘도둑들’ ‘신세계’ 그리고 ‘관상’까지. 흔히 말하는 세고 센 역할을 계속 해오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10년도 더 된 ‘시월애’를 잊지 못하는 데 말이다. 이쯤에서 달달한 멜로 한 편 보고 싶지 않은가? 역시 마음은 통한다 했던가. 연기 경력 20년차 이정재, 그도 원하고 있었다. 아주 간절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것은 저로서도 정말 즐거운 일이에요. 예전에는 로맨스도 많이 했는데 하다 보니 요즘은 센 역할도 많네요. 도대체 로맨스 배우를 가져다 놓고 이게 무슨 일이죠? (웃음) 로맨스 하고 싶어요, 하고는 싶은데 잘 들어오지가 않네요. 제일 중요한 건 관객들의 취향을 읽는 것 같아요. 전 아직도 관객이 제일 무서워요. 내가 하려는 바와 관객이 원하는 게 다르면 그건 또 시대착오적인 게 되어버리니까. 아, 로맨스도 좀 해봐야 되는데...”
이정재 씨, 우리가 원해요 멜로. 아주 진한 멜로. 로맨스도 좋아요. 그냥, 사랑 영화 하나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데. 그렇다는데.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