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미국 국민들이 달러 현금 자체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권종별로 100달러를 유난히 선호한다고 한다. 올해 10월부터 100달러 신권종이 나오면 이 같은 움직임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좀 다른 이유가 있긴 하지만 우리 국민 사이에 5만권을 좋아하기 시작한지도 꽤나 오래됐다.
미국 국민들 사이에 달러 현금을 좋아하기 시작한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2010년 서울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세계은행 총재였던 로버트 졸릭이 주도가 돼 ‘듀얼 Ⅲ’ 방안이 제시됐다. 이 안은 글로벌 환율전쟁과 위기재발 방지 차원에서 신국제통화제도로 검토해 왔던 ‘브레튼우즈 Ⅲ’ 체제 논의 중의 하나다. 2차 대전 이후 1971년 금태환 정지선언까지 ‘브레튼우즈 Ⅰ’, 과도기인 스미드 소니언 체제를 거쳐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통화질서를 ‘브레튼우즈 Ⅱ’로 구분한다.
기본 인식은 세계무역질서가 신흥국의 위상이 높아진데 반해 국제통화질서는 달러 중심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과정에서 두 질서 간의 불일치로 환율전쟁 등 각종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는데서 출발한다. 특히 중심통화 역할을 해오던 미국이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양적완화를 추진해 달러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달러화와 함께 엔화, 유로화, 위안화를 중심통화로 인정하고, 이들 통화 가치를 금과 연계시켜 유지하겠다는 것이 로버트 졸릭의 ‘듀얼 Ⅲ’ 방안이다. 하지만 국제 금값 추락을 계기로 ‘듀얼 Ⅲ’ 구상은 급속히 퇴조되고 중심통화로서 달러 위상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미국 국민들 사이에는 달러 현찰을 좋아하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특정국 국민들이 현찰을 움켜지면서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날 때에는 그 나라의 경제활력과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급속히 떨어진다. 이론적으로 돈이 얼마나 잘 도는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다. 통화유통 속도란 일정기간 동안 한 단위의 통화가 거래를 위해 사용된 횟수를 말한다.
통화승수는 돈의 총량을 의미하는 통화량을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통화(고성능 화폐·high-powered money)로 나눈 수치다. 통화승수는 그 나라 국민들의 현금보유 성향과 예금 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 등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처럼 기준금리가 변경되지 않을 때에는 현금보유 성향과 지급준비율이 작을수록 통화승수는 커진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선진국의 양적완화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본원통화 증가에 비하면 총통화의 증가, 즉 신용팽창 규모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영국, 캐나다 등 선진 5개국의 통화승수(M2÷본원통화)는 위기 이전의 10배에서 5배까지 떨어지다가 최근 들어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6배 내외다.
같은 기간 중 우리도 25배에서 21배로 하락했다. 지표상으로는 선진 5개국에 비해 아직까지 그 폭이 크지 않지만 그동안 우리 경제의 활력이 매우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적인 하락폭은 그 이상이다. 특히 금융사로부터 소외당하는 서민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지방기업일수록 더 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정책은 의도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만큼 부작용이 발생한다. 돈맥경화 현상이 풀리지 않음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역설‘이나 ‘수수께끼`라는 종전의 이론이나 인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경제학의 혼돈시대’다. 미국 국민들이 달러 현찰을 다시 좋아 한다면 이런 현상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국민들이 현찰을 선호해 돈맥경화 현상이 더 악화되면 중앙은행(Fed)이 출구전략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자산시장 면에서 돈맥경화로 시중에 풀린 돈이 다시 퇴장될 경우 출구전략 추진을 앞당기게 하는 주식 등 자산시장에서의 ‘비이성적 과열’ 논쟁이 자연스럽게 해소돼 출구전략을 추진했다간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면에서도 돈맥경화로 중앙은행에서 풀린 돈이 실물경제에 다시 들어가지 않으면 사람의 몸처럼 심장에서 멀리 떨어진 손발부터 썩어 가는 증상이 나타난다. 오바마 정부와 Fed가 미국경제 지속 가능 회복을 위해 학수고대하는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은 더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 경우 1930년대 ‘에클스의 실수’에 견줄 수 있는 ‘오바마-버냉키 실수’다.
출구전략은 또 다른 경기안정대책이자 추진시기와 선택수단, 그리고 사후처리를 맞추기가 어려운 정책도 없다. 그런 만큼 이들 정책 3박자 간의 황금률을 맞추지 못하면 정책당국이 오히려 경기를 망칠 수 있다. 최근처럼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같은 이유로 우리 국민들이 5만원권을 움켜쥐면 우리 경제는 더 침체된다. 미국처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미국 국민들 사이에 달러 현금을 좋아하기 시작한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2010년 서울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세계은행 총재였던 로버트 졸릭이 주도가 돼 ‘듀얼 Ⅲ’ 방안이 제시됐다. 이 안은 글로벌 환율전쟁과 위기재발 방지 차원에서 신국제통화제도로 검토해 왔던 ‘브레튼우즈 Ⅲ’ 체제 논의 중의 하나다. 2차 대전 이후 1971년 금태환 정지선언까지 ‘브레튼우즈 Ⅰ’, 과도기인 스미드 소니언 체제를 거쳐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통화질서를 ‘브레튼우즈 Ⅱ’로 구분한다.
기본 인식은 세계무역질서가 신흥국의 위상이 높아진데 반해 국제통화질서는 달러 중심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과정에서 두 질서 간의 불일치로 환율전쟁 등 각종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는데서 출발한다. 특히 중심통화 역할을 해오던 미국이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양적완화를 추진해 달러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달러화와 함께 엔화, 유로화, 위안화를 중심통화로 인정하고, 이들 통화 가치를 금과 연계시켜 유지하겠다는 것이 로버트 졸릭의 ‘듀얼 Ⅲ’ 방안이다. 하지만 국제 금값 추락을 계기로 ‘듀얼 Ⅲ’ 구상은 급속히 퇴조되고 중심통화로서 달러 위상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미국 국민들 사이에는 달러 현찰을 좋아하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특정국 국민들이 현찰을 움켜지면서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날 때에는 그 나라의 경제활력과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급속히 떨어진다. 이론적으로 돈이 얼마나 잘 도는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다. 통화유통 속도란 일정기간 동안 한 단위의 통화가 거래를 위해 사용된 횟수를 말한다.
통화승수는 돈의 총량을 의미하는 통화량을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통화(고성능 화폐·high-powered money)로 나눈 수치다. 통화승수는 그 나라 국민들의 현금보유 성향과 예금 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 등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처럼 기준금리가 변경되지 않을 때에는 현금보유 성향과 지급준비율이 작을수록 통화승수는 커진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선진국의 양적완화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본원통화 증가에 비하면 총통화의 증가, 즉 신용팽창 규모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영국, 캐나다 등 선진 5개국의 통화승수(M2÷본원통화)는 위기 이전의 10배에서 5배까지 떨어지다가 최근 들어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6배 내외다.
같은 기간 중 우리도 25배에서 21배로 하락했다. 지표상으로는 선진 5개국에 비해 아직까지 그 폭이 크지 않지만 그동안 우리 경제의 활력이 매우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적인 하락폭은 그 이상이다. 특히 금융사로부터 소외당하는 서민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지방기업일수록 더 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정책은 의도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만큼 부작용이 발생한다. 돈맥경화 현상이 풀리지 않음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역설‘이나 ‘수수께끼`라는 종전의 이론이나 인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경제학의 혼돈시대’다. 미국 국민들이 달러 현찰을 다시 좋아 한다면 이런 현상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국민들이 현찰을 선호해 돈맥경화 현상이 더 악화되면 중앙은행(Fed)이 출구전략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자산시장 면에서 돈맥경화로 시중에 풀린 돈이 다시 퇴장될 경우 출구전략 추진을 앞당기게 하는 주식 등 자산시장에서의 ‘비이성적 과열’ 논쟁이 자연스럽게 해소돼 출구전략을 추진했다간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면에서도 돈맥경화로 중앙은행에서 풀린 돈이 실물경제에 다시 들어가지 않으면 사람의 몸처럼 심장에서 멀리 떨어진 손발부터 썩어 가는 증상이 나타난다. 오바마 정부와 Fed가 미국경제 지속 가능 회복을 위해 학수고대하는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은 더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 경우 1930년대 ‘에클스의 실수’에 견줄 수 있는 ‘오바마-버냉키 실수’다.
출구전략은 또 다른 경기안정대책이자 추진시기와 선택수단, 그리고 사후처리를 맞추기가 어려운 정책도 없다. 그런 만큼 이들 정책 3박자 간의 황금률을 맞추지 못하면 정책당국이 오히려 경기를 망칠 수 있다. 최근처럼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같은 이유로 우리 국민들이 5만원권을 움켜쥐면 우리 경제는 더 침체된다. 미국처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