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익경 건강하게삽시다_디지털 치매

입력 2013-10-04 17:35  

[디지털 치매]

아나운서: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 같은 디지털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디지털 치매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길 찾기는 내비게이션이, 연락처 암기는 휴대폰이 대신해주는 요즘 시대는 정신 활동을 이용하고 제어하는 능력, 생각하고 원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퇴보시킬 수밖에 없겠죠. 만만치 않은 부작용을 불러오는 디지털치매, 오늘 나눌 말씀의 주제입니다.
한국경제TV 장익경 의학전문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휴대전화 전원이 꺼지거나 휴대하지 않으면 공황 상태로 빠져 아무 일도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죠. 장익경 기자는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기자: 사실은 저도 아니라고 말씀은 못 드리겠네요. ㅎㅎ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찾아 날씨와 뉴스를 확인하고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출근하니까요. 사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손가락 하나로 쇼핑과 금융거래도 할 수 있죠.

아나운서: 문제는 디지털기기에 의존하다보니 기억력이나 학습능력이 감퇴되고 결국 디지털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요.

기자: 실제로 최근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녀 5천82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8.9%가 디지털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모, 형제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33.7%, 직계가족 외에 기억하고 있는 전화번호가 없다는 16.7%, 1~2개가 36.2%, 3~5개는 31.3%, 6개 이상은 15.6%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한마디로 디지털기기에 익숙해지면서 스스로 기억하고 찾으려는 습관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네요.

기자: 가사 전체를 아는 노래가 별로 없는 사람은 45.5%, 단순 암산도 계산기로 한다는 사람은 32.5%에 달했습니다. 평소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는 시민 2천114명에게 내비게이션에 대한 의존도를 물어본 결과, 70% 이상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전체의 52.0%로 절반이 넘었습니다. 의존도가 30% 이하라는 사람은 21.9%에 불과했습니다.

아나운서: 디지털치매에 대한 우려는 사실 예전부터 있어오지 않았나 하는데요.

기자: 물론 ‘디지털 치매’는 이미 2004년 국립국어원의 신조어에 오를 정도로 우리 사회에선 익숙한 단어입니다. 일부 의사들도 5년 전에 디지털 기기의 과다한 사용이 기억력, 주의력, 집중력 장애는 물론, 감수성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데 있죠. 디지털로 인한 치매 증상은 단순히 기억이 나지 않아 생활에 불편을 겪는 것을 넘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되면서 그 심각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디지털 치매가 진짜 치매로 발전할 수도 있나요?

기자: 그나마 다행인 것은 디지털 치매가 노인성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다는 것 자체가 곧바로 뇌 기능의 이상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뇌 손상에 의해 단기 기억 세포가 아예 죽어버린 노인성(알츠하이머형) 및 혈관성 치매와 달리 디지털 치매는 기억 인출 기능이 활동을 안하고 잠자고 있는 상태입니다. 즉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들이 기억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아 예전에 알고 있던 정보를 불러오지 못하는 현상으로, 기억력이 떨어지고 지능이 나빠지는 의학적 치매와는 다른 것이죠.

아나운서: 디지털 치매의 예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기자: 먼저 가능하면 디지털기기 사용을 줄이고, 직접 두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할수록 검색의 편리성은 커지지만 기억의 중요성은 낮아지기 때문에 두뇌를 훈련하는 ‘뉴로빅스’(Neurobics)를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는 쓰면 쓸수록 뇌세포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아나운서: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는 외우고, 물건을 구매할 때에 간단한 계산은 머릿속으로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네요.

기자: 신문이나 잡지를 집중해서 읽고, 메일주소와 같은 것은 주소록을 불러오기보다는 직접 타이핑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집이나 회사 주변의 특징을 관찰하여 기억해보거나, 자주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아나운서: 디지털기기가 기억을 대신해서는 기억력과 사고력이 감퇴할 수밖에 없겠죠. 또한 자기만의 가상세계에 빠지거나 일상생활의 기본까지도 기기에 의존하는데 따른 소통단절과 사고단절 등 디지털시대의 검은 그림자에도 대비해야할 것입니다. 당장 나는 몇 개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는지부터 점검해보면 어떨까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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