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soul을 만나다] 김서룡 "옷 욕심 없는 디자이너, 바로 나요"

입력 2013-10-22 12:02   수정 2013-10-22 12:03


디자이너의 옷장을 상상해보면 여자들이 TV에서 보던 장면이 짐작된다. 방보다 더 큰 드레스룸에 꽉 채워진 명품들과 자신이 디자인한 옷들로 가득할 것만 같다.

하지만 이런 편견은 김서룡 디자이너를 만난 후 산산조각이 났다. 인터뷰를 위해 프로필 사진을 받아 본 뒤, 인터뷰를 갔는데 김서룡 디자이너는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프로필 사진 오늘 찍어서 보내주신 거예요?"라고 물어볼 뻔했다. 인터뷰를 하다 나온 말이지만 김서룡 디자이너는 옷에 욕심이 없단다. 디자이너가 옷 욕심이 없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 뉴욕에서 제 옷, 팔리지 않아도 괜찮아요
김서룡 옴므로 한국 슈트 간판 디자이너 타이틀을 달고 있는 김서룡 디자이너가 뒤늦게 컨셉 코리아를 통해 해외진출을 한다고 하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김서룡 디자이너에게 이유를 물었다. “해외 디자이너랑 동등한 입장이 되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예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한국 디자이너 옷이 해외에선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지만 보통 저가로 인식되고 있어요. 가격을 낮추면 재료가 싸지게 되는데, 전 좋은 원단으로 좋은 옷을 만들어서 합당한 가격에 팔고 싶어요. ‘한국 브랜드는 다 싸’라는 편견을 깨뜨리고 싶었죠.”

단 한 개의 슈트가 팔리지 않아도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겠다는 김서룡 디자이너에게서 그가 갖고 있는 패션 이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직원들이 원하는 CEO, 김서룡
컨셉코리아가 끝이 나자마자 서울패션위크가 다가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없냐는 질문에 “크게 부담 없어요. 쇼가 다가와도 일요일 쉬는 날과 칼퇴근을 고수하는 편이에요”라고 대답한다.

보통 상상하는 디자이너들은 밤늦게까지 어시스던트들과 함께 패턴을 뜨고 봉제한 것을 뜯고 박고를 반복할 거라 생각했는데, 야근이 없다니 또 충격이다. “밤늦게까지 직원들을 잡고 일한다고 해서 더 좋은 옷이 나오지 않아요. 만약 10벌의 옷을 해야 하는데 밤늦게까지 하면 10벌을 만들 수 있고 쉬면서 하면 8벌을 만든다면, 전 그냥 8벌을 만들어요”라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어차피 쇼를 보러 오는 사람은 10벌인지 8벌인지 중요하지 않아요. 퀼리티가 중요하죠. 나중에 뺀 두 벌을 다음 시즌에 넣어서 대박 난 경우도 있어요. 두 벌에 대한 영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잖아요”라며 웃는다. 이쯤 되니 김서룡 디자이너, 천사처럼 보인다.

▲ 디자이너야? 성인군자야?
인터뷰를 하다 김서룡 디자이너에게 직접 디자인 한 옷을 자주 입냐고 묻자 “시즌마다 옷을 한 두 개 정해놓고 그 옷만 입어요. 제 드레스 룸은 집에서 입는 옷 몇 개가 전부예요”라며 웃는다. 특히 슈트는 몇 번 입을 일이 없어 쇼가 끝나면 모델이나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는 편이라고 말한다. “옷장 속에 있는 1년에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히 놓아주세요. 입을 것 같지만 안 입게 돼요”라는 조언도 건넨다.

김서룡 디자이너가 주위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은 옷뿐만이 아니었다. 일주일에 3권 이상 책을 읽는다는 그는 책을 읽은 후 책도 주위사람들에게 나눠준다고 했다. “이 세상에 읽을 책들이 너무나 많은데 갖고 있으면 뭐해요. 좋은 건 서로서로 나누는 게 좋잖아요.” 긍정적인 마인드에 무소유까지. 김서룡 디자이너, 이젠 디자이너가 아닌 성인군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 빨리 은퇴하고 놀고 싶어요
남자 슈트 디자이너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김서룡 디자이너에게 앞으로의 꿈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빨리 은퇴하고 싶어요”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놀고 싶어요. 내가 누릴 수 있는 감성과 몸이 지치지 않을 때 놀고 싶어요. 물론 지금도 틈을 내서 놀 수 있지만 일을 하면서 놀면 뭔가 게으름을 피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김서룡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자기 자신이 그만 두지 않으면 아무도 은퇴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익장이 부럽기도 하지만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싶어요. 디자이너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모습을요.”

한국경제TV 블루뉴스 이송이 기자

songyi@wowtv.co.kr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