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기업 옥죄고 해외기업 손잡는 정부

입력 2013-10-31 18:01  

<앵커>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 업계가 정부 규제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 제재까지 검토 중인데요.
국내 기업의 발목이 묶인 틈을 타 한국시장을 노리는 해외기업에게만 길을 열어주는 것 아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채주연 기자입니다.

<기자> 검색시장의 공룡 구글이 장악하지 못한 나라, 한국.

국내 검색시장에선 토종 기업인 네이버와 다음이 90%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독과점을 문제 삼아 정부가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나섰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 부과까지 검토하며 기업들을 옥죄고 있습니다.

국내 포털업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상생부터 검색체계 개편까지, 자구책을 모색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몸을 웅크리고 주춤하는 사이,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슈미트 회장이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네번째.

협력 기업 회동이 아니고선 한국을 찾지 않던 슈미트 회장이 `한국문화 전도사`를 자청하며 우리 정부와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슈미트 회장은 "세계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한국 문화에 접근할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다"며 구글문화연구원을 통해 한국문화를 홍보하고, 한글박물관에 재원도 지원키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중앙박물관, 데이터베이스진흥원 등에 보관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구글에 제공키로 약속했습니다.

포털과 검색서비스에 자산이나 다름 없는 데이터를 `한국문화 홍보` 명분으로 해외 경쟁기업에 내주는 셈입니다.

물론 구글이 문체부와 협력으로 K-POP과 한국영화 콘텐츠를 보급해 한류 확산에 기여한 바도 크지만, 문화 콘텐츠의 범위가 모호하고 광대한 게 문제입니다.

한국시장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구글로서는 국내에 축적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게 되면 단순한 협력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구글은 국내 음원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번 협약은 한국 내 콘텐츠 사업을 강화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 집계된 사이트 방문자 수를 보면 구글이 콘텐츠 강화에 힘입어 한국 시장을 장악할 날이 머지 않은 것으로 관측됩니다.

문체부는 네이버와도 협력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지만 정부 규제로 토종기업의 역차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채주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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