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연예인들을 보다보면 유난히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외모가 유독 출중한 배우들에게는 `외모 덕을 봤다`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그뿐인가. 외모 때문에 연기력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연기 잘한다`라는 평을 듣기도 쉽지가 않다. 분명 아름다운 외모는 축복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독이라고 해야 할 지 약이라고 해야 할지 참으로 애매하다. 그런데 비단 배우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닌 듯싶다.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미스코리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2007년 미스코리아 서울 미와 2007년 미스 인터콘티넨탈 2위를 수상한 경험이 있는 그는 바로 유한나. 인터넷 검색어에 유한나라는 이름을 검색해 봐도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미스코리아 유한나`. 하지만 그는 3년이나 된 스타일 편집숍 디누에(D.Nue)를 운영하고 있는 `패션인`이다. 얼핏 보기에는 미스코리아 출신의 방송인이 부업으로 편집숍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웬걸, 대화를 나눠보니 유한나에게 미스코리아는 짧은 이벤트에 불과했다.
-기자도 역시 안 물어볼 수가 없다. 미스코리아에 출전하게 된 계기가 뭐였나?
▲ 2006년 미스코리아 진이 이하늬였다. 그 당시 이하늬의 엄마가 우리 학교 교수였는데 그래서인지 이하늬가 미스유니버스에도 출전하고 하면서 학교에 현수막이 걸려 나도 보게 됐다. 사실 나는 그게 정확히 뭔지도 몰랐다. 그런데 현수막 때문에 보니까 미스코리아라는 게 한국을 알리는 역할도 하고 그러더라. 마침 그해 6월에 서울 예선이 있기에 호기심에 충동적으로 지원을 했던 건데 덜컥 미까지 됐다.
-아주 우연히 미스코리아가 된 셈인데. 막상 되고 나니 연예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대부분 미스코리아나 슈퍼모델 당선자들은 연예인을 꿈꾸는데.
▲ 전혀 없었다. 당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었다. 원래 나는 남 앞에 서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끼가 있지도 않다. 그래서 미스코리아 출전 당시에도 사진을 찍거나 하는 등의 것들이 많이 부담스러웠었다. 하지만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지내다가 전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이라면 혹시 지금하고 있는 패션관련 일이었나?
▲ 그렇다. 나는 의류 직물학을 전공했는데 원래부터 계속 패션 쪽 일을 하고 싶었고 또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미스코리아 대회 끝나고 바로 학교로 돌아와 공부를 계속하고 졸업한 뒤 의류 관련 무역회사에 취직해서 일을 했었다. 그러고 나서 2010년 지금 이 편집숍 디누에를 론칭했다.
-듣고 보니 미스코리아 출신이 패션인이 된 게 아니라 패션인이 미스코리아에 도전한 셈이다. 앞으로는 미스코리아 말고 디렉터로 기억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 그랬으면 좋겠다.(웃음)
-그런데 왜 편집숍을 할 생각을 했나?
▲ 내가 대학생 때 한참 편집숍들이 많이 생겨서 그때부터 관심이 갔던 것 같다. 그리고 엄마가 디자이너다 보니까 해외 출장이라든지 컬렉션들을 많이 접하게 됐는데, 보면서 이런 것들을 먼저 소개하고 트렌드를 발 빠르게 전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디자인보다는 마케팅 쪽을 더 잘해서 편집숍을 하면 잘 하겠구나 싶어 시작하게 됐다.
-엄마가 디자이너라고 했는데 누구인가? 편집숍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 안윤정 디자이너다. 여동생도 현재 런던에서 디자이너 공부를 하고 있다. 가족들이 모두 패션 쪽에서 일을 하다보니까 처음 편집숍을 오픈할 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또 나를 포함한 3명이 모두 스타일이 달라서 각자의 시선으로 얘기해주니까 더 좋은 것 같다.
-편집숍 `디누에`의 콘셉트는 뭔가?
▲ 기존의 편집샵들은 컨셉츄얼한 것들을 추구하는 데가 많고 때문에 가격도 많이 비싼 편이다. 나는 너무 앞서가는 것보다는 한 발짝 앞서가면서 좀 더 대중과 가깝게 소통하는 편집숍을 만들고 싶었다. 럭셔리하고 트렌디하지만 좀 더 웨어러블한 느낌으로 백화점보다는 감도가 높고 다른 편집숍보다는 조금 낮게 중간점을 찾는 것이다.
-편집숍을 보니까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도 많이 보인다. 국내와 해외 비중이 어떻게 되는가?
▲ 현재 편집숍은 대략 35개의 브랜드가 있는데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가 70%,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30% 정도 된다.
-해외가 훨씬 많은데 그 이유가 있나?
▲ 사실 감도라든가 이런 것들은 국내나 해외나 큰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 디자이너 브랜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 해외는 바이어들이 컬렉션에 나오면 바잉을 하는 형태고 국내는 위탁판매를 한다. 때문에 국내는 디자이너가 디자인뿐만 아니라 마케팅, 세일즈 전 분야를 맡아서 한다. 이렇다보니까 입고 날짜를 잘 못 맞춘다. 결국 적절한 판매시기를 놓치는 거다. 이런 부분이 상당히 안타깝다. 이런 국내 비즈니스 시스템의 어려운 부분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같이 상생하고 협력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가 되려고 노력중이다.
-실제로 디자이너와 파트너를 맺어 좋은 결과를 본 적이 있는가?
▲ 물론이다. 작년 해외 코트리 트레이드쇼에 우리 매장에 입점 된 디자이너 브랜드를 가지고 나가 해외바이어들이 바잉할 수 있도록 했다. 코트리 트레이드쇼는 큰 브랜드부터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심사를 거쳐 참가하는데, 우리 옷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점점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이런 기회를 늘려갈 생각이다.
-숍을 둘러보니까 패션 말고 이번에 뷰티 쪽도 오픈한 것 같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이제는 패션과 뷰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 요즘에는 정보력도 워낙 좋아서 실제로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뷰티 제품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 리뉴얼하면서 뷰티까지 확장하게 됐다.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편집숍 확장을 위한 계획이나 비전이 있나?
▲ 내년 3월에 부산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우선은 거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잘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온라인도 계획하고 있는데 이것은 국내보다는 해외 쪽에 포커스를 맞춰 글로벌사이트로 운영하려고 한다. 디누에가 글로벌화 돼서 해외 바이어들이 왔을 때 `한국의 트렌드를 보려면 ‘디누에’에 가야한다`라고 말하는 곳이 되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좀 더 공부를 하고 싶다. 경영을 하다보니까 부족한 부분이 많더라. 내가 좀 더 프로페셔널해져야 숍도 그만큼 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TV 블루뉴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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