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네버다이 버터플라이' 장현상-신재승 "요즘 애들, 우리 영화 같냐고?"

입력 2013-11-08 11:12   수정 2013-11-11 15:38

"요즘 애들, 못 쓰겠어."
고대 이집트의 옛 무덤 안에도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세대 차이`란 엄청나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이전에는 부모와 자식 세대 정도는 돼야 세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5년이나 10년 차이도 크게 느껴진다. 그만큼 세상이 급박하게 변하고 있다.
그래서 20대 감독과 배우들은 10대의 기억이 멀어지기 전에 `네버다이 버터플라이`를 만들었다. 10대가 주인공인 영화나 드라마 속 10대들은 완전히 `영웅` 또는 `환상 속의 그대`이거나, 아니면 비참하고 불쌍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아무리 세대 차이가 나도 대부분의 20대 이상들은 기억한다. 보통 10대들의 일상은 `그냥 그랬다`는 것을. 그렇다고 모든 10대들에게 희한한 일이 절대 없는 건 아니다. `네버다이 버터플라이`는 그런 평범하면서도 `판타스틱`한 사건으로 가득한 10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하늘이는 학교에서 늘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 그러나 의외로 뛰어난 그림 실력과 음악적 감수성을 가진 `반전 소년`이다. 그는 새로운 친구 명호를 중심으로 한 교류를 통해 스스로 한 단계 성장하게 된다.
27세의 패기 가득한 감독 장현상과 놀랍게도(!) 29살의 나이에도 왕따 고교생 하늘 역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주연배우 신재승을 한 자리에서 만나 30대 이상에게는 약간 세대 차이를 느끼게도 하는 `네버다이 버터플라이`의 속사정에 대해 안내를 부탁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기자는 두 사람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아득한 고교시절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기자: 영화가 고교생 이야기인 만큼,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고교시절에 대한 것일 듯한데. 영화 속 고교의 현실은 어느 정도 사실적이라고 생각하나.
장현상 감독(이하 장): 30%는 내 기억, 70%는 상상으로 만들었다. 딱히 리얼리티를 위해 실제 고교생을 인터뷰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 주변 동창들 중에 고교 선생님이 된 아이들도 있는데, 그들의 말에 따르면 실제 교실은 정말로 삭막하고 우울하다더라. 그런데 마냥 그렇게 우울하게 그리고 싶진 않았다.
신재승(이하 신): 내 생각에 영화에선 요즘 애들을 너무 유순하게 그리고 있다(웃음).
기자: 정말인가? 남녀 불문하고 담배 안 피우는 아이들이 없고, 상당히 반항적이던데. 도로에서 운전까지 하지 않나.
신: 정말이다. 적어도 선생님을 보고 욕은 안 하지 않나. 교실에선 담배도 안 피우는 거 봐라. 영화 속 아이들은 정말 순한 아이들이다. 내가 차기작 `블랙 아이돌스(가제)`에서 또 고교생 역을 맡기 때문에 잘 안다.
기자: 서른 살에 가까운데 또 고교생 역할이라니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다.
신: 진짜 10대 때는 키가 1m50대였다. 정말 약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그런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만, 영화 속에서 내가 맡은 하늘이처럼 실제로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 근데 꼭 영화에서처럼 학교 `짱`이 내가 맞으면 꼭 와서 때린 애들을 박살내 주고 그랬다.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있다니까.


장: 신재승 씨가 경험을 살려서 아주 제대로 연기를 했다. 나머지 다른 배우들도 뽑아놓고 보니 자기가 맡은 캐릭터와 비슷한 경험들을 갖고 있어 신기했다. 학교 짱 치우 역을 맡은 최영성은 실제로 중학교 때 짱으로 날렸고, 하늘의 여자친구 세진 역의 박연주는 영화에서 모델 활동을 하는데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이라더라.
기자: 그런 면도 있겠지만 모든 캐릭터는 결국 각본을 쓰신 감독의 경험에서 나온 아이들 아닌가?
장: 당연히 그렇긴 하다. 미대 지망생인 하늘이처럼 나도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그렸다. 그러다가 고3 때가 돼서야 주변 애들한테 인정받았다(웃음). 그리고 하늘이에게 갑자기 나타나는 친구 명호는 `좀 더 자유로운 학창시절이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반영한 자유의 아이콘이다. `스토커` 민식이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말이라도 걸어 보고 좀 더 적극적이었다면`이라는 생각을 반영했다.

기자: 장 감독님의 학창시절은 어땠나. 재승 씨처럼 얘기해달라.
장: 고교시절은 지방에서 1년을 보내고 나머지는 서울의 `명문` 용산고를 다녀 졸업했다. 그런데 두 곳에서의 경험이 참 대비된다. 지방에서는 모든 것이 과격했다. 성적 떨어지면 학교에서 맞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용산고 다닐 때는 참 평화롭더라. 고교생이 생각도 못했던 MT도 가고. 영화에 보면 `종족이 다르다`는 말이 나오는데, 딱 여기에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같은 나이의 고교생이라도 상황에 따라 참 다르게 살 수 있다.
기자: 찍으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주연 배우인 신재승 씨가 되돌아본다면.
신: 키스신이 가장 어려웠다. 여자친구 세진이 역할의 박연주와 나이 차이가 상당히 나는데, 극중에서는 내가 맡은 하늘이보다 세진이가 더 적극적이다. 그래서 2~3일 전부터 얘기는 많이 했는데, 이거 참 미리 해 볼 수도 없고(웃음). 말로 의논을 하자니 또 참 민망하고. 하지만 연주가 카메라 앞에서는 자신을 잘 놓더라. 그래서 괜찮았다.
기자: 어려움이 있었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던데. 혹시 그것도 경험에서 도움을 받은 거 아닌가?
신: 사실 맞다. 나도 딱 영화에서처럼 첫 키스 경험이 고등학교 때다. 그것도 길거리에서 아는 누나에게...(웃음) 정말 잠도 못 잤다.
장: 하여튼 내가 했지만 정말 완벽한 캐스팅이다. 하늘이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배우다.

기자: 흡입력이 대단하고, 깔깔거리며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지만 기성세대의 눈으로 볼 때는 참 `별 것 아닌` 사건의 발생과 해결일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나.
장: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것보다, 10대들에게 당당하게 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어른들이 애들의 생각을 지배하거나 소유하려고 하면 어쨌든 안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다. 서로 배려하되 지배관계 없이 해나가야 한다. `네버다이 버터플라이`에서는 지배하려는 어른과 배려하는 어른이 다 등장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결국 자기 문제를 자기들 방식으로 해결한다.
신: 하늘이의 성장은 타의가 아니라 결국 자의적으로 이뤄진다. 어른이 개입하는 순간 10대의 판단은 바뀌어 버린다. 하늘이가 하는 행동이 옳을 수도 있고 비겁할 수도 있지만, 결국 상처를 받아도 자기가 받고, 성장도 자기가 한다. 그리고 잘못한 것에는 책임도 진다. 영화 속에서와 같은 사건들을 통해 하늘이는 `아, 이럴 때 이렇게 해야 현명하구나`라고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장: 영화를 보면 하늘이는 미대 지망생이어서 초반에도 그림을 그리고, 나중에도 그린다. 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태도가 많이 바뀌고, 스스로의 의지로 한다는 인상을 준다. 결국 10대들은 그렇게 자기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된다. 웃으면서 이 영화를 봤다 하더라도 꼭 그런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yeeuney@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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