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부패 날'…한국 증시 입장에서 왜 중요한가?

입력 2013-12-02 09:30  

매년 12월 9일은 ‘반부패 날(anti-corruption day)이다. 이에 앞서 독일의 국제투명성 기구(TI)에서는 각국의 부패도 지수가 발표된다. 올해 2월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 부패청산 등에 주력해 왔으나 연일 부패와 뇌물사건이 계속해서 터져왔던 만큼 올해 우리나라의 부패도 지수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가 관심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뇌물과 부패정도는 시장경제 원리가 활성화되지 못한 국가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이런 국가에서는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행정규제와 정치적인 영향력으로 독점적 이윤인 경제적 지대(rent)가 발생한다. 이를 얻어내기 위해 사회구성원들은 치열한 로비활동을 전개하고 이 과정에서 뇌물과 부패가 만연되는 소위 ‘지대추구형 사회 (rent oriented society)’가 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오랫동안 각국이 뇌물과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선진국?개도국 가릴 것없이 이 문제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규모나 커지고 횟수가 더 잦아지는 듯한 분위기다. 우리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뇌물 등과 같은 비경제적인 요인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말 독일의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각국의 부패지수(CPI)를 보면 우리나라는 45위로 2011년 4단계에 이어 2단계 연속해서 떨어졌다. 경제발전단계를 감안해 재평가해 본다면 우리가 가장 심한 국가로 나온다. 특히 우리처럼 한번 개선됐던 다시 악화되면 국민들이 체감적으로 느끼는 부패 정도는 객관적 지표에 비해 약 2배에 달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그레이 베커 교수는 뇌물과 부패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각종 규제와 인가 △공무원의 자유재량권 등을 꼽고 있다. △관료의 질 △공공부문의 임금수준 △정당의 자금조달 등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연일 터지고 있는 뇌물과 부패사건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이해된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과 증시발전에 뇌물이나 부패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시장경제 기반과 행정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관료들에게 급행료를 치르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1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러 이하인 저소득 개도국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경제와 증시발전 단계가 높아질수록 뇌물과 부패는 시장기능을 마비시키고 외부불경제를 초래하면서 경제성장과 증시발전에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접어들 때 뇌물과 부패 고리를 청산하지 못하면 한 나라의 경제가 좀비(zombie) 국면에 처하면서 성장이 멈춘다.


부패는 돈의 흐름을 흐트러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다. 특정국의 경제여건이 좋다 하더라도 돈의 흐름이 명확하지 못하면 외국인들은 투자자금을 회수한다. 특히 신흥국에서 이 같은 성향이 뚜렷하다. 글로벌 시대에서 ‘권력층의 부패를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론‘으로 정의하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비관론’보다 더 무서운 것이 ‘좀비론’이다. ‘좀비’란 본래 조직이론에서 나온 용어다. 근로자가 직장에 출근하지만 기업의 목적인 이윤창출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모든 정책도 정책당국의 ‘신호(signal)’대로 정책수용층이 ‘반응(response)’해야 의도했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잘 작동되지 않는다면 경기는 언제든지 침체될 수 있다.


우리 경제 내에서도 재계를 중심으로 ‘최근에는 제대로 된 정책이 제때에 나오지 않는다’라는 비판이 많다. 앞으로 어떤 대책을 추진하든 간에 의도했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책수용층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거 등을 겨냥해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쏟아내다 보면 우리 경제도 ‘좀비 국면’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도 이제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었다. 수출규모로는 세계 7위다. 하지만 뇌물과 부정부패 사건은 연일 꼬리에 꼬리를 물어 터져 나오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대부분 사회지도층 인사와 연루돼 있어 일부 국민들 사이에는 한풀이성 소비와 같은 위기일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책당국은 각종 판단지표로 가능성이 낮게 나오는 데도 대외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위기설에서 자유롭지 못한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여러 요인 가운데 잦은 정책변경, 정부에 대한 신뢰부족, 부정부패 등으로 시스템 위기극복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실물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는데 있다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지금은 정책이나 경기(혹은 중심권), 투자자 성향 면에서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정책 면에서 출구전략 추진을 앞두고 있다. 경기 면에서는 신흥국보다 선진국이 밝게 전망되고, 투자자 성향도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쪽으로 이동될 추세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과 같은 대전환기에 글로벌 자금흐름에서 먼저 고려하는 기준이 어느 한편으로 방향이 잡힐 때까지 자금을 넣어둘 수 있는 ‘쉘터(shelter?피난처)’ 기능이다. ‘S`자형 투자이론으로 볼 때 한국은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중간단계다. 투자국 지위로 볼 때도 파이낸셜타임스(FTSE) 지수로 선진국, 모건스탠리(MSCI) 지수로는 신흥국이다. 준선진국인 셈이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대립구조’로 특징짓는 21세기 세계경제질서에서 두 권역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한국과 같은 국가들은 대전환기에 대기성 자금을 넣어둘 수 있는 최적국으로 분류된다. 신흥국으로 양적완화 추진과정에서 매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선진국으로 출구전략 추진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한국과 같은 중간자 위치에 있는 국가들은 최근처럼 정책이나 경기 등에서 양면성을 갖고 있는 대전환기에는 사람과 돈이 몰려든다. 일종의 ‘샌드위치 상의 대기 혹은 도피성 매력’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한편으로 방향이 잡혀갈 때에는 들어왔던 사람과 돈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면서 큰 어려움이 닥친다. 이른바 ‘샌드위치 위기론’이다.


하루 빨리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준선진국 지위에 맞게 끌어 올려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발전단계에 맞게 부패도를 청산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뒤따를 때에는 지금의 외자유입이 ‘진정할 축복’이 될 것으로 보이나,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지금 외자유입이 후에 더 큰 화(禍)를 닥치게 하는 ‘위장된 축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우리 경제와 증시 안정을 위해서는 뇌물과 부패고리를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으나 현 시점에서 최소한 네 가지 조치는 시급히 전제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을 포함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솔직하고 뚜렷한 공약이 있어야 하고 어떤 뇌물과 부패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


각종 규제와 조세혜택과 같은 정책들을 축소하는 동시에 필요한 규제는 자의적이지 않도록 제도화해 뇌물과 부패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공급측면에서도 부패와 관련된 정치인과 공무원에 대한 신상필벌해야 한다. 특히 갈수록 문제가 될 정당의 자금조달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야 뇌물과 부패정도를 줄일 수 있다.


우리 뿐만 아니라 각국이 우려되는 ‘좀비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현 시점에서 ‘마라도나 효과’가 절실하다고 하다고 예측기관들은 권고한다. ‘마라도나 효과’란 펠레와 함께 월드컵 영웅인 마라도나에 대한 믿음이 강해 수비수가 미래 예측해 행동하면 다른 쪽에 공간이 생겨 정작 골을 넣기가 쉬었다는데서 비롯된 용어다.


현 시점에서 ‘마라도나 효과’가 절실하다는 것은 각국의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정책수용층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한다면 당면한 현안을 풀 수 있고 세계경기와 우리 경기가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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