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완소사' 심이영 "갯벌신? 오글거림 그 자체였죠"

입력 2013-12-02 10:16  

시간이 지날수록, 필모그래피가 하나씩 쌓여갈수록 더욱 신선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는 배우 심이영(33). KBS2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시작된 심이영의 변신이 영화 ‘완전 소중한 사람’(김진민 감독, 옐로우래빗 (사)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제작)으로 까지 이어졌다. 뽀글거리는 파마머리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던 그녀가 왕년의 걸그룹 멤버로 돌아왔다. 자기밖에 모르는 까칠함으로 무장한 예나는 또 다른 심이영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 작품은 소아암 완치자들로 구성된 밴드 핑크보이즈의 리더 온유(임지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온유는 과거 핑크레이디 멤버 예나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물. 온유만큼이나 세상에 상처를 받고 살아가던 예나는 온유를 만나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서툴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온유의 모습에 결국 다시 무대에까지 오르는 예나. 심이영은 완벽한 예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쏟아 부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 “노래? 사실은 립싱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난 후 심이영은 걱정이 많았다. 한 가지 캐릭터에 몰입이 돼 있다 보니 그런 역할들만 줄기차게 들어오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였다. 하지만 걱정은 걱정으로만 끝났다. 더욱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게 됐다. 신기하게도 말이다. 그렇게 맡게 된 역할이 바로 ‘완전 소중한 사랑’의 예나였다. 왕년의 걸그룹 멤버. 뭔가 궁금해지는 역할 아닌가. 그래서 심이영은 두려웠단다. 처음에는. ‘걸그룹’이라는 이 한 단어 때문에.

“아무래도 아이돌이라고 하니 춤이나 노래도 잘 해야 되고 그럴까봐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다행히도 어릴 때 모습은 다른 배우분이 해주셨죠. 그래서 전혀 부담이 없었어요. 극 말미에 예나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연습을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감독님께서도 전혀 부담을 갖지 말라고 하고. 그런데 그 부분은 립싱크예요. 저와 목소리가 꽤 비슷하죠? 연기하는 것만 해도 정신이 없어서 두 가지를 동시에 못하겠더라고요. 하나는 포기해야 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서로가 합의하에 그렇게 된 거에요. 하하.”

예나는 감정 표현에 서툴러 무조건 내지르는 스타일, 자기가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해야 되는 즉흥적인 인물이다. 때로는 귀엽고 상큼 발랄하면서도, 때로는 차가우며 막무가내다.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성격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잘 어울렸던 것이 아닐까 싶다”는 심이영의 말이 무척이나 낯설었다.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참 달랐으니까.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들을 한 데 모아 표현해야 된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 법도 한데 전혀 그런 눈치는 없었다.

“불편한 마음이 참 재미있어요. 어떻게 보면 무난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별로 없잖아요. 시간에 딱딱 맞추어 출퇴근을 하는 회사원도 자기만의 특성이 있는 것처럼. 사람이 살면서 표출하느냐 마느냐, 얼마나 표출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공감이 제일 안됐던 게 밝은 대학생이에요. 그냥 평범하고 무난하게 귀여운 밝은 대학생. 재미없잖아요. 그냥 사람들은 평상시에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사는 거예요. 표현하는 사람에게는 사회생활을 잘 못한다는 꼬리표가 붙고. 연기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지니까 그게 참 좋아요.”



◆ “키스신, 당일 삭제”

과거에 내가 좋아했던 연예인과 재회한다는 것, 재회를 해서 둘 만의 데이트도 즐기고 허심탄회하게 옛날 이야기들을 꺼낼 수 있다는 것. 사실 생각해보면 모든 팬들의 꿈이 아닐까 싶었다. “나도 어릴 때는 유덕화를 보러 홍콩에 갈 수 있을까?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상상을 했었다”라고 말하는 심이영처럼 누구든 가슴 한편에 소소한 추억거리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옛 이야기가 떠오른다.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누구나 온유 같은 느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온유에게 예나는 조금 더 특별하잖아요. 투병생활을 하는 온유에게 예나는 꿈이었으니까요. 희망을 심어준 사람이었고. 우연히 병실에서 두 사람이 만났고 예나의 약속에 온유는 꿈을 키워나가고. 그래서 그 꿈을 버리지 않고 품었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거니까요. 결국 온유가 예나에게 힘을 주고, 예나는 온유의 응원으로 자신을 되찾게 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온유와 예나의 감정은 보통의 남녀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영화를 보고 있자면 온유와 예나의 감정에 혼동이 오게 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특별한 고리로 묶여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흔한 뽀뽀 신 한 번도 용납을 하지 않았다. 분명히 말로써는 오글거리는 부분들이 있지만 눈으로 확인이 되지를 않으니 더욱 궁금해진다. 심이영도 인정한 갯벌 신. 두 사람이 아이처럼 뛰어노는 장면은 오글거리는 신중에서 독보적이다. 심이영은 갯벌에서 뛰어놀던 이야기를 하며 그렇게 피식피식 했다.

“갯벌 신 보셨죠? 감독님의 정서 차제가 오글거림이에요. (웃음) 찍고 나서 붙였는데 생각보다 잘 나왔다고 하시는 거예요. 갯벌신이 정말 좋다고. 갯벌에서 온유와 함께 뛰어 놀고 진흙을 던지고 하는 거 그거 다 디렉션이었어요. 키스신도 있는데 촬영 당일에 없어졌어요. 없는 게 흐름상 더 좋은 거 같더라고요. 온유와 예나의 만남이 중점이라고 해도 영화 자체가 남녀 간의 사랑에 중점을 둔 게 아니니까. 이게 중심이 되면 극을 해칠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두 사람이 손가락을 내밀며 약속하는 장면에서도 뽀뽀를 하는 거였는데 그것도 없어졌어요. 하하.”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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