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독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신경계통에 영향을 미쳐 호흡 장애와 심장 활동을 마비시키는 신경성 독과, 혈관계통과 신체 조직에 해를 끼치는 혈액성 독이 바로 그것이다. 그 밖에 바다뱀의 독은 근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코브라 무리가 가지고 있는 독은 신경성이며, 우리 나라에도 있는 까치살모사를 비롯한 북살모사 등 살모사 무리가 가진 독은 혈액성 독이다.
신경성 독을 가진 뱀에게 물리면 통증이 없는 대신 짧은 시간 안에 전신에 독이 퍼지고 마침내 몸이 마비되어 목숨을 잃게 되는 반면, 혈액성 독을 가진 뱀에게 물리면 출혈과 함께 심한 고통을 느끼게 되며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현재, 북살모사독으로부터 개발된 혈액응고 방지제 아그라스타트(성분명 : 티로피반, tirofiban)가 급성 심장질환 환자에게 처방되어지고 있으며, 뱀독을 이용해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예방하는 연구는 2002년부터 영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뱀독의 어떤 성분이 심장병과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는지를 규명한다는 목표 아래 계속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흙과 물 등 생활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식중독 균인 슈도모나스 세균독과 고열을 일으키는 디프테리아 세균독을 이용한 항암제 만들기가 한창이고, 동물의 장에 서식하는 쉬겔라에서 분비되는 베로독 또한 림프종이나 뇌종양 등 항암제를 만드는 데 응용되고 있다.
곡물에 기생하는 맥각균 곰팡이의 맥각알카로이드에서 발견된 “에르고타민”은 편두통 완화에 유효하고, “에르고메트린”은 분만 후 출혈 방지에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많이 일어나는 복어 식중독 사망사고를 일으키는 테트로도 독소도 통증치료 및 마취제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며, 캐나다 인터내셔널 웩스테크놀로지사는 이를 이용한 통증치료제를 개발해 임상시험 중에 있다. 심지어 마리화나(일명: 대마초) 연기 속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성분이 항암제의 부작용인 구토를 가라앉힌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뱀독으로부터 항암제 등의 개발은 암환자는 물론 성인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대한 발병의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나로한의원 신광호 원장은 “발상의 전환으로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뱀 독을 우리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대상으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또한 그는 “용혈독 작용을 하는 살모사독의 용혈작용은 한의학적으로 어혈성 질환 즉 혈전의 형성과 혈관의 폐쇄 또는 혈관벽의 비후나 염증으로 인한 혈관의 압박 그리고 염증과 부종을 수반하는 제반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하며 “따라서 혈관을 따라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과 면역학적 반응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각종 통증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실제 임상에서 경혈에 주사하는 약침이나 아토피등 피부염에 도포하는 외용약 과 환이나 시럽으로 내복할 수 있는 경구투여를 통하여 효과적인 치료 제형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