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침대 마사지를 해 드려요.”
해스텐스 신수미 점장의 첫 마디에 기자는 놀랐다. 침대 마사지라는 말은 인생을 살면서 처음 들어 봤다. 침대 위에 누워서 사람이 마사지를 받는 게 아니라, 진짜 침대가 마사지를 받는단다. ‘침대한테 마사지를 해준다고? 침대한테 무슨 마사지가 필요해?’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에 신수미 점장이 직접 침대 마사지를 시작했다.
침대에도 마사지를 하는 해스텐스는 스웨덴의 침구 브랜드. 데이비드 베컴과 안젤리나 졸리가 쓰는 명품 침대 브랜드로 유명하지만, 그렇게 된 비결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 비결을 알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비결은 침대 마사지였던 것일까.
“침대에서 자면 사람의 무게에 따라 매트리스가 눌리게 돼요. 처음에는 눌리는 부분이 살아 돌아오기 때문에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오랫동안 사용하면 그 부분이 거의 푹 꺼지게 되죠. 이런 침대 상태를 고치지 않고 계속 자게 되면 허리가 아프다든지, 몸이 찌뿌드드한 느낌을 받게 돼요.”
침대 마사지는 이렇게 오래 써서 눌린 매트리스를 풀어 주는 작업이다. 신 점장은 "뭉친 근육을 풀어 주는 것처럼, 침대의 누웠던 자리 부근을 주먹으로 꾹꾹 눌러주면 들어갔던 부분은 다시 올라오게 된답니다. 뭉친 근육을 풀어주면 딱딱했던 것이 부드러워지잖아요. 침대도 똑같아요. 이렇게 침대 마사지를 해주면 잠자리가 더욱 푹신거리게 돼요"라고 설명했다.
집에 있는 침대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누워 보니 해스텐스의 침대는 집에 있는 침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몸에 감기는 느낌이었다. 단순히 스프링과 소재의 차이라고만 생각했던 기자였지만, "침대 마사지야 말로 시크릿 비법이죠. 이 비법을 배우기 위해 직접 스웨덴까지 다녀왔어요"라는 신 점장의 말에 비법은 역시 침대 마사지였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렇게 매트리스를 주먹으로 눌러주고 김밥을 말듯 말아주면 침대를 더욱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어요. 또 주기적으로 침대 앞뒷면을 바꿔주며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답니다. 해스텐스에서는 보통 처음 6개월 동안, 두 달에 한 번씩 방문을 해요. 그래서 침대 마사지하는 방법을 쓰는 분이 직접 익힐 수 있도록 합니다. 처음에 침대가 몸에 안 맞아 불편해 하실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작업을 통해 자신의 체형과 몸에 맞게 만들어 편안한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어요.”
186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진 해스텐스는 명품이라 불리는 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북유럽 열풍을 타고 한국에서 점차 이름을 알리고 있다. 대체 누가 마사지까지 받는 콧대 높은 침대를 쓰는 걸까.
신 점장은 "보통 사용해 보신 분들이 구매를 하세요. ‘제가 뉴욕 어디 호텔 몇 호실에서 묵었는데 너무 편했어요. 그 침대와 똑같은 강도로 만들어주세요’라고 주문하는 사람도 봤어요”라고 답했다.
이처럼 까다롭게 맞춤으로 만들기 때문에 보통 한 개의 침대를 만드는데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신 점장은 "침대 하나에 6개월이라니 오랜 시간이죠"라면서도 "여기서 자본 사람들은 다른 침대는 조금 불편하다고 하시더라고요"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꿀잠’이라는 말이 있다. 단 두 시간을 자더라도 편한 곳에서 `꿀잠`을 잔 사람과 10시간을 자더라도 불편한 곳에서 잔 사람의 피로 감소량은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은 지친 하루의 피로를 풀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잠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라고.
신 점장은 "북유럽은 겨울과 밤이 긴 특성 때문에 잠에 대한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우쳤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잠에 대해 관대한 편이에요"라며 "야근과 밤문화를 즐기는 한국 문화의 특성상 잠을 질보다는 양으로 평가하려는 사람이 많아요. 때문에 어디서든 오래 자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잠이 피로를 풀어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이 잔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라고 반문했다.
한국경제TV 블루뉴스 이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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