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도행역시(倒行逆施)`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도행역시란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으로 교수신문은 지난 22일 13년째를 맞은 연말 기획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뽑았다.
도행역시는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 나쁜 일을 꾀하는 것으로 비유하는 말이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전공, 세대, 지역을 안배해 선정된 추천위원단이 사자성어 43개를 추천했고 이를 교수신문의 필진과 명예교수가 5개를 추려내 전국의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6일부터 15일 동안 전국의 교수 62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도행역시`가 32.7%(204명)의 지지를 받았다.
도행역시는 `사기(史記)`의 `오자서열전`에 등장하는 오자서가 그의 벗 신포서에게 한 말로, 어쩔 수 없는 처지 때문에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도행역시를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교수(서양사)는 "박근혜 정부의 출현 이후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또 최낙렬 금오공대 교수협의회장(물리학과)은 "새 정부의 일처리 방식이 유신시대를 떠올릴 정도로 정치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김선욱 숭실대 교수(철학과) 역시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부녀대통령으로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과거의 답답했던 시대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국정에서 민주주의의 장점보다는 권위주의적 모습이 더 많이 보인 한 해였다"고 꼬집었다.
서관모 충북대 교수회장(사회학과)은 "대선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렸다"고 비판했고 강재규 인제대 교수(법학과)는 "경제민주주의를 통한 복지사회의 구현이라는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공약들은 파기되고 민주주의의 후퇴와 공안통치 및 양극화 심화 쪽으로 가고 있다"고 크게 우려했다고 교수신문은 전했다.
도행역시 다음으로는 22.5%가 `와각지쟁(蝸角之爭)`을 선택했다. 정출헌 부산대 교수(한문학과)가 추천한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는 격`이라는 뜻의 사자성어였고 3위는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힌다`는 뜻인 `이가난진(以假亂眞)`이었다. `이가난진`은 19.4%(121명)의 선택을 받았고 재야사학자 김영수가 추천했다.
한편 교수신문은 올해 희망의 사자성어로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의 `제구포신(除舊布新)`을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