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리뷰] '플랜맨'의 무계획 삶, 그래서 더욱 달콤한 이야기

입력 2013-12-26 17:48  

영화 ‘플랜맨’(성시흡 감독, (주)영화사일취월장 제작)이 26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플랜맨’은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알람을 맞추는 플랜맨 한정석(정재영)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정석은 1분초까지 알람에 맞춰 살아온 남자. 하지만 플랜맨은 계획에 없던 짝사랑 때문에 무계획적인 라이프에 도전하고 서서히 바뀌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이상해한다. 하지만 곧 그는 이 삶에 대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그 뒤에는 사랑이 존재했기에.



한정석은 자신과 똑 닮은 그녀(차예련)를 좋아했다. 항상 같은 시각 알람에 맞춰 그녀가 일하는 편의점에 도착하고 그녀를 관찰한다. 병균이 옮을까봐 누구와 제대로 악수 한 번 하지 못하고 시시 때때로 손을 소독하며 청결을 유지하는 그. 누구와 포옹을 한 옷은 곧바로 세탁소로 달려가 손질하고 물건이 흐트러지거나 과자 부스러기를 만나면 소스라친다. 그런 한정석에게 계획과는 거리가 먼 인디밴드 보컬 유소정(한지민)이 다가왔다. 계획에 없던 짝사랑처럼 계획에 없던 여자가 찾아오자 한정석은 놀란다. 하지만 곧 그는 그녀에게 점점 물든다. 그렇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왔다.

왜 우리가 사랑을 이야기 할 때 그런 말을 하지 않나. 사랑은 같은 사람이 만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간다고, 나와 다른 이에게 끌려 결국은 서로에게 서서히 물든다고 말이다. 결국 한정석은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던 그녀가 아닌 유소정에게 끌린다. 유소정은 계획적으로 한정석을 바꾸려고 했지만 사실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들 속에서 서서히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 완전히 계획적인 것이 어디 있겠나.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더군다나. 한 사람의 마음을 얻고,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야 말로 무계획적인 일의 최고 레벨 아닐까.

한지민의 변신은 꽤 새롭고 유쾌하다. 단하하고 청순한 이미지로만 각인됐던 한지민은 ‘플랜맨’을 통해 자신의 무계획함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지금껏 작품에서 보여준 의상이나 헤어스타일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찢어진 스타킹에 어깨가 드러나는 민소매 셔츠, 여기에 색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까지. 무대 위에 설 때는 한 없이 섹시하고 요염해지며 한정석의 옆에서는 애교 만점으로 변신하는 여자. 곱창에 소주까지 들이키며 지금까지의 환상을 완전히 깨버리지만 그 모습이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



영화 ‘열한시’로 올해 강렬함을 남긴 정재영은 새해를 맞아 순박함으로 돌아왔다. 마치 영화 ‘아는 여자’를 연상시키듯. 흐트러진 침구를 다림질 하고, 드라이기로 욕실의 물기를 제거하고, 요일별로 옷을 맞춰 입는 한정석의 모습에 정재영은 100% 이상 빙의됐고 이는 깨알 같은 즐거움을 준다. 고양이의 오줌에 기절을 하질 않나, 생애 처음 먹어본 곱창을 보며 두려운 눈빛을 쏘는 정재영은 계획적인 삶을 수십 년간 살아온 플랜맨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큰 웃음을 선사한다.

UV가 만든 ‘플랜맨’ OST ‘플랜맨’은 한정석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주며 개나 줘버려’ ‘유부남’ ‘삼각 김밥’ 역시 적재적소에 등장해 관객들을 쓰러뜨린다. 영화에 들어가기 전, 열심히 보컬 연습을 했다는 한지민의 노래 실력도 볼거리 중 하나. 정재영과 한지민의 조합, 이들의 우여곡절 사랑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연애하고 싶은 계절이라는 말이 적절하게 떠오른다. 그래도 이런 극도의 플랜맨은 사양합니다. 내년 1월 9일 개봉예정.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5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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