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플랜맨' 정재영의 로코 본능이 깨어난 순간

입력 2014-01-14 09:20  

배우 정재영(44)의 표정이 조금 더 밝고 유쾌해졌다. 약 두 달 전 영화 ‘열한시’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아무래도 영화 ‘플랜맨’(성시흡 감독, (주)영화사일취월장 제작) 때문인 것 같다. 이나영 수애 정려원 정유미. 미녀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던 정재영이 ‘플랜맨’을 통해 한지민과 100% 이상의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냈다. 정재영표 로맨스가 그렇게 완성됐다.



정재영은 ‘플랜맨’에서 1분 1초 계획대로 사는 플랜맨 한정석 역을 맡았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한정석은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철저히 지키는 인물. 정해진 일과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고 사랑고백조차 계획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 그 앞에 무계획적인 그녀가 나타난다. 바로 편의점 집 딸이자 인디밴드 보컬 유소정(한지민). 서로 다른 이들의 만남, 서로에게 서서히 물들어가는 한지민과 정재영의 모습은 그저 달달하다.

◆ “피아노 연주, 어디까지가 진짜인지는 상상에...”

한정석은 깔끔한 성격 덕분에 세상의 모든 위생 상태를 혼자 걱정한다. 심지어 누군가와 포옹을 하면 세탁소로 달려가기 일쑤. 피아노를 칠 때면 물티슈로 일일이 건반을 다 닦고, 편의점에 놓여 있는 삼각 김밥의 줄까지 맞추는 사람이다. 어찌 정재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수더분한 아저씨와 결벽증은 전혀 어울리지 않으니까. “전혀 다를 것 같다”는 말에 애써 부정을 하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정재영. “주변에 이런 인물이 있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은 친척 중에 이런 분이 계세요. 예를 들어 도시가스 검침을 하러 오면 검침원이 집 안으로 들어오잖아요. 물론, 신발을 벗고요. 그런데 검침원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걸레질을 시작해요. 그 사람이 만진 문고리부터 걸어온 길까지. 소정이가 정석이의 집으로 들어올 때 하는 장면들이 약식으로 처리됐는데 아마 처음부터 끝까지 하려고 했으면 엄청 길었을 거예요. 온라인 게시판에 보니까 그런 증상들을 올려놓은 게 있더라고요. 그런 걸 많이 참고 했죠.”

피아노 건반을 닦는 모습을 상상하다보니 그의 피아노 실력에 마음이 집중됐다. 영화 속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정재영. 그 모습은 거의 ‘피아노 천재’를 연상시킨다. 풀 샷에서도 아주 그럴싸하게 연주를 하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탄성을 내지르게 할 정도. “피아노를 정말 잘 치던데, 대역이 아니었나?”라는 아주 직접적인 질문에 그는 웃어보였다.

“피아노 연주에 대한 말이 많더라고요.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아니고는 그냥 관객들에게 맡길게요. 물어보면 대답을 하고 있기는 한데 몰입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노코멘트에요. 하하. 음악감독의 제자에게 두 달 정도 레슨을 받았어요. 몇 마디 정도를 연습했죠. 그런데 잘 안 되는 거예요. 워낙 빠르게 연주를 해야 되는 곡이라. 한지민 씨가 정말 고생을 많이 했죠. 기타를 처음 쳐 보는 거였는데 참 잘 하더라고요.”



◆ “여자 배우와 잘 어울리는 이유?”

한 때는 정재영이 로맨틱 코미디를 했다는 걸 모르는 이들도 있다. 최근 들어 남자다움이 물씬 느껴지는 장르의 영화만 해 오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어난 결과다. 그래서 ‘플랜맨’은 더욱 특별하다. 그의 과거를 지켜봐온 이들에게는 향수를, 최근 관객들에게는 새로움으로 다가가게 됐다. 정재영은 조금 두렵단다. 영화를 보기 전, 관객들이 ‘왜 정재영이 엉뚱한 걸 하지?’라는 시선으로 바라볼까봐. 하지만 지금껏 많은 워너비 여배우와 호흡을 맞춰온 걸 보면 그 말이 쏙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여배우들과 이상하게 최상의 싱크로율을 보여준 정재영. 이상하게도(?) 잘 어울린다.

“캐릭터에서 오는 것 같아요. 완벽한 남자가 아니라 굉장히 떨어지는 느낌이잖아요. 순수하고 순박한 성격이 바탕이 되는. 상대적으로 여배우가 케어해주는 배역이었어요. 여자가 먼저 접근을 하고, 똑같은 스킨십도 야릇한 게 아니라 수수하게 느껴지는. 그래서 안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어울리는 그런 거? 격정적이었다면 안 어울렸을 거예요. 그런 장르가 들어오지도 않고요. 하하. 소정이가 정석이를, 한지민 씨가 정재영을, 그리고 한지민 씨가 관객들을 힐링시켜 주는 거죠. 정석이에 대한 동정표도 한지민 씨라 가능한 게 아닐까 싶어요.”

문득 궁금해졌다. 정재영이 실제 한정석과 마찬가지로 천재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내 능력을 모두 다 보여주고 다닐 것”이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배우로서 연기를 하면 느꼈던 감정들, 본인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하나의 울림으로 다가왔다. “내 아이가 뭔가를 잘 하면 부모들은 기대감이 많아진다. 마치 지구의 역사를 바꿀 거 같으니까. 그런데 밸런스를 맞추어야 된다. 하나만 잘 하면 안 된다”는 말이 왜 이렇게 기쁘게 들렸을까.

“우리나라는 하나만 잘 하면 그것만 하라고 해요. 운동을 잘하면 운동만, 노래를 잘하면 노래만, 연기만 잘 하면 연기만 하라고 하죠. 그게 문제에요. 금방 질려버리거든요. 운동선수가 공부도 해야 이해력이 생기고, 연기자가 사람도 알아야 현장을 이해할 수 있는 건데. 어떤 일이든 사람에 대해서 모르면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게 힘들어져요. 그러다 결국 멈추게 돼 있죠. 우리 아이들도 지금은 자유롭게 놓아두고 있어요. 자신이 무엇인가를 찾을 때까지.”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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