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사들이 고배당에 몸살을 앓고 있다. 배당을 늘리다보니 재투자나 신규채용이 어려워지고 이렇다보니 실적이 악화되면서도 본사에 대한 배당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고 말았다. 올해에도 배당을 크게 줄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들의 고전이 점쳐지고 있다. 최진욱 기자가 보도한다.
#최진욱 기자 리포트
<기자>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아직 지난해 최종 실적이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수익성 악화가 불을 보듯 훤한 상황에서 본사에 대한 배당은 계속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감독당국이 고배당 자제를 강조하면서 매년 12월 중간배당은 하지 않았지만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씨티은행의 순이익은 2011년을 기점으로 반토막이 났지만 본사에 대한 배당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올해 배당계획과 관련해 은행 관계자는 "아직 작년 실적이 집계되지 않아 배당여부나 규모를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지난해 점포 10%를 감축한데 이어 올해에도 점포축소 검토에 들어갔고 `캐쉬카우(Cash Cow)` 로 효자노릇을 했던 캐피탈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영업력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도 판박이처럼 똑같은 상황입니다.
`수익악화-고배당-구조조정-영업력약화`라는 악순환에 빠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계열사인 저축은행과 캐피탈을 내놓기로해 금융지주 형태를 유지하기도 힘든 실정입니다.
은행 뿐 아니라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보험사와 자산운용사들도 이름값을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가운데 일찌감치 짐을 싸서 한국을 떠나는 업체까지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도한 규제를 문제삼기도 하지만 적극적인 현지화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의사결정이나 각종 정책이 본사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시장과 고객변화에 대한 발빠른 대처를 가로막는다는 점도 이들의 부진원인으로 분류됩니다.
선진금융을 국내에 이식하겠다며 요란하게 진출했던 외국금융사들이 스스로 바뀌지 않는한 악순환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최진욱입니다.
<앵커>
최근 외국계 금융사들의 국내시장 철수, 영업점 축소, 구조조정 등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배당 논란도 여전하다. 정치경제팀 김정필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다. 배당이 어느 정도 길래 그런 것인가?
<기자>
경기침체, 저금리, 당국의 규제, 점포망 부족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외국계 금융사의 배당 수준을 보면 왜 ‘배당잔치’라는 빈축이 나오는 지 알 수 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경우 2009년 2500억원, 2010년 3500억원,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2000억원 등 4년간 9500억원 거의 1조에 달하는 배당을 본사로 송금했다.
배당률로 보면 낮게는 46%에서 가장 높았던 경우는 83%에 달한다.
한국씨티은행은 2010년 759억, 2011년 875억, 2012년 623억원의 배당을, 푸르덴셜그룹은 2012년 1100억원, 2013년 300억원을, AIA그룹은 2013년 300억원의 배당을 했다.
문제는 수익에 비해 배당이 너무 과하다는 것인데 한국스탠다드차타드와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어떤 해에는 수익 좋지 않았음에도 수익의 대부분을 본사 배당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스탠다트차타드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익이 전년동기대비 30% 이상 급감했고 3분기에는 222억 손실이 났지만 2013년 배당도 유사한 수준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외국계의 고배당 잔치는 실적, 수익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업계의 곱지않은 시선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앵커>
외국계 금융사의 고배당이 왜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
<기자>
외국계 은행 등 금융사들을 보면 대출이자와 ATM 등 현금서비스에 대한 고금리, 수수료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국내 기여나 사회공헌 보다 본사와 주주에게 배당을 하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들은 영업난 등을 빌미로 점포를 줄이거나 폐쇄하고 인력을 줄이는 상황이다.
문제는 배당의 경우 적자가 나도 수익이 절반이상 줄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점을 없애고 인력도 줄이다 보니 대출이나 상품가입을 위한 인력을 대출모집인 등에 의존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내부통제 부족에 따른 고객정보 유출 등 평판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막대한 배당의 일부만 국내 영업점 확대, 인력 확충, 상품개발 등에 재투자되도 바람직하겠지만 인프라는 줄이고 돈만 빼가고 있기에 지탄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또한 국내 은행 등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서민금융, 부실기업 지원 등 공적역할을 하고 있지만 외국계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점도 비난의 요인이 되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에 대한 규제 완화, 관리감독의 강도가 약한 점 등을 이용해 일정 수익을 내면 고배당을 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시하는 이들의 풍토도 문제의 근원으로 지적된다.
<앵커>
최근 외국계 금융사들의 국내시장 철수 움직임과 비중 축소도 최근 일련의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이는데?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외국계 금융사들이 국내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임기가 2년 정도 남은 리처드 힐 은행장이 전격 교체된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경우 국내 지점수를 350개에서 100여개 정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말 본점 100여명에 이어 최근에는 영업점 직원 400여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힐 행장의 교체, 영업점폐쇄, 직원 감축 등이 잇따르면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한국 철수설도 다시금 고개들 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HSBC그룹이 한국 소매금융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고 골드만삭스운용, ING생명, 아비바그룹 등도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하는 등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외국계 금융사 CEO들이 밝히는 이유는 너나할 것 없이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금융기관들에게 서민금융지원이나 기부, 부실기업 지원 등 사회공헌을 강조하는 측면이 강한 것도 본사에서는 이해지 못한다는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기침체, 점포수 부족, 인력 축소 등으로 경쟁면에서 국내 은행들에게 밀리는 데다가 배당이나 각종 경영이 본사 중심으로 이뤄지는 점 또한 발빠른 대처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외국계 특유의 문화와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국 시장만의 정서와 성격을 받아들이지 못한 즉 현지화에 실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앵커>
외국계 금융사들의 이같은 행태는 국내 금융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 같다. 어떤가?
<기자>
최근 신년을 맞아 국내 금융사들의 대부분 CEO들은 해외시장 공략을 지상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국내에서 예금과 대출에 따른 이자놀이만 갖고 더 이상 성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해외진출이 현지진출 기업과 주재원 대상의 초기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금융사들은 철저한 현지화 등을 통해 향후 수익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거둘 수 있는 이익구조로 가겠다는 경영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수익창출, 배당 등에 집중하다 보면 현지에서 국내 금융사들 또한 배당잔치, 돈놀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과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결국 현지고객들이 등을 돌리고 수익이 악화되고, 규제 등을 핑계로 지점을 줄이고 현지 인력을 축소하다보면 결국 철수로 이어지는 외국계 금융사의 전철을 밟을 여지가 있다.
아직 해외진출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배당을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현지 특성에 근간한 중장기 계획과 수익모델 구축 등 철저한 현지화와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앵커> 정치경제팀 김정필 기자였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사들이 고배당에 몸살을 앓고 있다. 배당을 늘리다보니 재투자나 신규채용이 어려워지고 이렇다보니 실적이 악화되면서도 본사에 대한 배당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고 말았다. 올해에도 배당을 크게 줄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들의 고전이 점쳐지고 있다. 최진욱 기자가 보도한다.
#최진욱 기자 리포트
<기자>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아직 지난해 최종 실적이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수익성 악화가 불을 보듯 훤한 상황에서 본사에 대한 배당은 계속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감독당국이 고배당 자제를 강조하면서 매년 12월 중간배당은 하지 않았지만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씨티은행의 순이익은 2011년을 기점으로 반토막이 났지만 본사에 대한 배당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올해 배당계획과 관련해 은행 관계자는 "아직 작년 실적이 집계되지 않아 배당여부나 규모를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지난해 점포 10%를 감축한데 이어 올해에도 점포축소 검토에 들어갔고 `캐쉬카우(Cash Cow)` 로 효자노릇을 했던 캐피탈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영업력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도 판박이처럼 똑같은 상황입니다.
`수익악화-고배당-구조조정-영업력약화`라는 악순환에 빠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계열사인 저축은행과 캐피탈을 내놓기로해 금융지주 형태를 유지하기도 힘든 실정입니다.
은행 뿐 아니라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보험사와 자산운용사들도 이름값을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가운데 일찌감치 짐을 싸서 한국을 떠나는 업체까지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도한 규제를 문제삼기도 하지만 적극적인 현지화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의사결정이나 각종 정책이 본사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시장과 고객변화에 대한 발빠른 대처를 가로막는다는 점도 이들의 부진원인으로 분류됩니다.
선진금융을 국내에 이식하겠다며 요란하게 진출했던 외국금융사들이 스스로 바뀌지 않는한 악순환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최진욱입니다.
<앵커>
최근 외국계 금융사들의 국내시장 철수, 영업점 축소, 구조조정 등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배당 논란도 여전하다. 정치경제팀 김정필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다. 배당이 어느 정도 길래 그런 것인가?
<기자>
경기침체, 저금리, 당국의 규제, 점포망 부족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외국계 금융사의 배당 수준을 보면 왜 ‘배당잔치’라는 빈축이 나오는 지 알 수 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경우 2009년 2500억원, 2010년 3500억원,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2000억원 등 4년간 9500억원 거의 1조에 달하는 배당을 본사로 송금했다.
배당률로 보면 낮게는 46%에서 가장 높았던 경우는 83%에 달한다.
한국씨티은행은 2010년 759억, 2011년 875억, 2012년 623억원의 배당을, 푸르덴셜그룹은 2012년 1100억원, 2013년 300억원을, AIA그룹은 2013년 300억원의 배당을 했다.
문제는 수익에 비해 배당이 너무 과하다는 것인데 한국스탠다드차타드와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어떤 해에는 수익 좋지 않았음에도 수익의 대부분을 본사 배당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스탠다트차타드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익이 전년동기대비 30% 이상 급감했고 3분기에는 222억 손실이 났지만 2013년 배당도 유사한 수준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외국계의 고배당 잔치는 실적, 수익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업계의 곱지않은 시선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앵커>
외국계 금융사의 고배당이 왜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
<기자>
외국계 은행 등 금융사들을 보면 대출이자와 ATM 등 현금서비스에 대한 고금리, 수수료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국내 기여나 사회공헌 보다 본사와 주주에게 배당을 하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들은 영업난 등을 빌미로 점포를 줄이거나 폐쇄하고 인력을 줄이는 상황이다.
문제는 배당의 경우 적자가 나도 수익이 절반이상 줄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점을 없애고 인력도 줄이다 보니 대출이나 상품가입을 위한 인력을 대출모집인 등에 의존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내부통제 부족에 따른 고객정보 유출 등 평판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막대한 배당의 일부만 국내 영업점 확대, 인력 확충, 상품개발 등에 재투자되도 바람직하겠지만 인프라는 줄이고 돈만 빼가고 있기에 지탄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또한 국내 은행 등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서민금융, 부실기업 지원 등 공적역할을 하고 있지만 외국계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점도 비난의 요인이 되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에 대한 규제 완화, 관리감독의 강도가 약한 점 등을 이용해 일정 수익을 내면 고배당을 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시하는 이들의 풍토도 문제의 근원으로 지적된다.
<앵커>
최근 외국계 금융사들의 국내시장 철수 움직임과 비중 축소도 최근 일련의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이는데?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외국계 금융사들이 국내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임기가 2년 정도 남은 리처드 힐 은행장이 전격 교체된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경우 국내 지점수를 350개에서 100여개 정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말 본점 100여명에 이어 최근에는 영업점 직원 400여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힐 행장의 교체, 영업점폐쇄, 직원 감축 등이 잇따르면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한국 철수설도 다시금 고개들 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HSBC그룹이 한국 소매금융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고 골드만삭스운용, ING생명, 아비바그룹 등도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하는 등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외국계 금융사 CEO들이 밝히는 이유는 너나할 것 없이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금융기관들에게 서민금융지원이나 기부, 부실기업 지원 등 사회공헌을 강조하는 측면이 강한 것도 본사에서는 이해지 못한다는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기침체, 점포수 부족, 인력 축소 등으로 경쟁면에서 국내 은행들에게 밀리는 데다가 배당이나 각종 경영이 본사 중심으로 이뤄지는 점 또한 발빠른 대처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외국계 특유의 문화와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국 시장만의 정서와 성격을 받아들이지 못한 즉 현지화에 실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앵커>
외국계 금융사들의 이같은 행태는 국내 금융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 같다. 어떤가?
<기자>
최근 신년을 맞아 국내 금융사들의 대부분 CEO들은 해외시장 공략을 지상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국내에서 예금과 대출에 따른 이자놀이만 갖고 더 이상 성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해외진출이 현지진출 기업과 주재원 대상의 초기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금융사들은 철저한 현지화 등을 통해 향후 수익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거둘 수 있는 이익구조로 가겠다는 경영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수익창출, 배당 등에 집중하다 보면 현지에서 국내 금융사들 또한 배당잔치, 돈놀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과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결국 현지고객들이 등을 돌리고 수익이 악화되고, 규제 등을 핑계로 지점을 줄이고 현지 인력을 축소하다보면 결국 철수로 이어지는 외국계 금융사의 전철을 밟을 여지가 있다.
아직 해외진출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배당을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현지 특성에 근간한 중장기 계획과 수익모델 구축 등 철저한 현지화와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앵커> 정치경제팀 김정필 기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