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측의 증언과 기록을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관동(關東·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의 희생자 유족인 조민성씨가 21일 자신의 집에서 족보와 문서 등을 보이며 관련 사실을 밝혔다.
과거 1923년 9월 관동(간토) 조선인 대학살 때 도쿄 고토구 가메이도 경찰서에서 자행된 학살을 기록한 증언에 일치하는 희생자들의 신원과 유족이 국내 최초로 21일 확인됐다.
연합뉴스가 가메이도 학살 사건의 목격 증언 기록 등을 근거로 당시 학살된 희생자들을 추적한 결과, 제주도 대정읍 인성리 출신의 조묘송(당시 32세)씨와 그의 동생 조정소(당시 23세)·조정화(19세), 아내 문무연(38세), 아들 조태석(4세) 등 일가족 5명이 이 증언대로 가메이도 경찰서에서 몰살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자아냈다.
만삭의 상태에서 학살당한 부인은 바로 조묘송의 아내 문씨로 밝혀졌다.
일본 시민단체 간토 학살 조선인 유골 발굴추도 모임의 니시자키 마사오씨에 의하면 이 증언 기록은 당시 가메이도 경찰서에서 조선어 통역으로 일했던 나환산(羅丸山·조선인 추정)씨가 목격했던 것이다.
일본 유학 중이던 최승만(작고)씨가 나씨의 목격담을 글로 남긴 것이다.
최씨의 글에는 나씨가 당시 가메이도 경찰서 연무장에서 "86명의 조선 사람(먼저 살해된 3명 포함)을 총과 칼로 마구 쏘고 베어 죽이는 것을 직접 보았다"는 진술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원을 추적한 결과 이들의 7촌, 8촌 혈족이 제주시 등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조씨 유족들은 "오래전부터 집안에서 당시 문 할머니(조묘송의 부인)가 임신 중에 희생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니시자키 씨는 "증언 기록대로 한국에 희생자 유족이 있다는 것이 확인돼 감개가 무량하다. 희생자들의 신원 등이 확인됨에 따라 일본정부에 대한 책임 추궁, 배상 청구 등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희생자 유족 조민성(62세)씨는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 없는 일본의 행태는 역사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다. 그들의 진심 어린 사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도 지나간 과거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