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피끓는 청춘' 이종석의 은밀한 매력을 탐구해보자

입력 2014-01-24 10:32  

배우 이종석(25)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몇 가지 있다. 우윳빛 얼굴, 사르르 녹는 눈웃음, 거기에 언제 어디서나 튀어나오는 날쌘 애교까지. 이종석의 매력은 누나들을 조련했고, 이에 누나들은 사랑으로 보답했다. 그런 그가 영화 ‘피끓는 청춘’(이연우 감독, 담소필름 제작)을 선택했다. 뭔가 조금은 달랐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이종석의 모습은 온데 간데. 더 능글맞고 더 뻔뻔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본연의’ 이종석이 언뜻 스친다. 우리가 사랑하는 그 이종석의 매력 말이다.



이종석은 ‘피끓는 청춘’에서 카사노바 중길 역을 맡았다. 농고에 재학 중인 중길은 눈빛과 손짓만으로도 모든 여학생들을 사로잡는 매력 덩어리. 중길은 여자 일진 영숙(박보영)의 마음을 한 몸에 받지만 정작 마음은 청순가련 전학생 소희(이세영)에게 주는 인물이다. 이종석은 이번 작품을 통해 5:5 가르마는 물론, 충청도 사투리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는 등 자신의 매력을 탈탈 털어버리고 새로운 이종석 찾기에 나섰다. 과연 얼마나 성공적으로 변신을 했을까. 그 대답을 듣는 시간이 꽤 유쾌했다.

◆ “한 작품씩 할 때마다 경험치 생겨”

이종석이 말했다. 다름 아닌 자신이 피끓는 청춘이라고. 만으로 25세. 한창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나이에 이종석은 ‘피끓는 청춘’을 선택했다. 앞으로 끝없이 나아갈 자신의 연기 인생에 발전적인 것들을 해보고 싶었단다. 반복되는 드라마 촬영으로 몸이 너덜너덜해졌지만 이종석은 계속해서 앞으로 뛰어나갔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종석, 자신을 위해서.

“이 작품이 필모그래피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해야 될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냥 한 거죠. 지금껏 캐릭터는 ‘멋있어라’ 하고 만들어 왔는데 그러다보니 매력이 더 없더라고요. 저는 항상 다르다고 생각한 캐릭터를 시청자들은 똑같이 봐요. 물론, 부족한 건 인정을 하지만. (웃음) 이 답답함을 어떻게 풀까 고민을 하고 있던 중에 ‘피끓는 청춘’을 만났어요. 아직 다른 모습을 저조차 본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확인을 해보고 싶었죠. 작품을 할 때마다 경험치가 조금씩 생기는데 역시 좋았어요.”

이종석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은 그리 남자답지 않다. 이종석은 늘 말랑말랑한 연하남의 이미지다. 보호본능을 일으키고 안아주고 토닥여 주고 싶다. 이종석은 그런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실감했다. “아직은 대중이 더 원하는 것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는 그 눈빛은 선하지만 강렬했다. 그러면서 이야기한다. “언젠가는 이 문제 때문에 한계점에 부딪히지 않을까”라고. 우리 그 문제는 시간을 갖고 조금 더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아무래도 남자 영화를 하고 싶죠. 때리고 부수는 캐릭터, 저도 잘 할 수 있어요. 그런 장르의 영화도 좋아하고 해보고는 싶은데 현실적으로 저와 가까운 건 반대에요. 거울을 보고 있으면 저도 느끼거든요. 하하. 이보영 누나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제가 사람을 바라볼 때 사랑스럽게 바라본다고. 정말 좋은 말처럼 느껴지더라고요.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는데 스킨십은 눈빛으로도 한다는 말이 실감나더라고요. 그 부분에 공감을 해요. 그런 역할이 어울린다면, 그런 모습들을 연기하는 게 편한 것 같아요.”



◆ “느린 말투, 충청도 사투리와 잘 맞아”

시청자들은 시트콤을 통해 이종석의 좀 더 자유로운 연기를 본 적이 있다. 그 모습이 ‘피끓는 청춘’으로 옮겨온 것만 같았다. ‘나 보고 싶었남?’이라는 말도 서슴없이 내뱉는 중길. 이종석과 중길의 만남은 그야말로 꼭 맞았다. 입에서 튀어 나오는 거침없는 사투리가 이종석의 완벽한 변신을 만들어 냈고, 찌질한 행동 하나하나가 중길의 캐릭터를 올바른 길로 안내했다. 이종석은 사투리 선생님의 개인 과외 없이도 제법 괜찮은 말투를 구사해냈다. 이런 걸 타고난 재능이라고 해야 되는 걸까.

“충청도 말투가 느리잖아요. 제가 말이 느린 편이거든요. 그래서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감독님 고향이 충청도라 대본이 사투리로 돼 있었어요. 대본만 보고 상상으로 연습을 해봤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매니저를 앉혀놓고 말을 막 해봤어요. 이상하다고 하면 다른 버전으로도 해보고. 촬영 현장 자체가 재미있어서 애드리브도 막 나왔어요. 신기했어요. ‘이 대본에 충실해야 돼’ 그런 강박이 없었어요. 코미디가 정말 어려운 장르인데 분위기 자체가 편안하니까 자연스럽게 나온 거 같아요. 워낙 감독님이 날 것을 강조하셔서 정말 흐름만 탔어요.”

극 중 피끓는 청춘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을 한다. 그 사랑이 비록 짝사랑이라고 해도 말이다. 조금 더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던 그 때가 떠오른다. 이 사람이 아니면 세상이 두 쪽이 날 것 같았던 그 때. 제 아무리 카사노바인 중길도 또 다른 짝사랑을 하고,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일진 영숙이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무장해제 되고야 만다. 공고 일진 광식(김영광)은 사랑을 빌미로 농고 일진과 연합을 맺고, 소희는 중길과 영숙의 사이를 질투하며 유리창에 돌을 던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 이종석의 사랑은 어땠을까.

“다른 사람을 향해 있는 네 명의 청춘들이 참 재미있어요. 그래도 짝사랑은 참 힘든 거예요. 하하. 전 결혼을 빨리 하고 싶어요. 연애에 적합하지 않다고 해야 되나? 남자답게 듬직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기대려고 하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혼자 살았더니 애정 결핍이 좀 있어요. 울타리가 넓은 사람이 돼야 되는데 아직은 멀었구나 싶어요. 결혼을 하면 안정감이 생길 것 같고, 누가 내 옆에서 챙겨주고 지켜봐준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종석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긍이 가지 않았다. 이런 남자 왜 어때서? 이런 사람이 왜 이런 생각을? 괜스레 흥분을 하며 당신을 받아줄 여자를 만나지 못한 것뿐이라고 타일렀다. “그렇겠죠?” 라며 배시시 웃는 그의 모습이 참 귀여웠다. 생각도 키도 조금은 큰 귀요미. 그에게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기운이 분명히 있다.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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