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단기적 금리인상 미봉책··환율,당분간 변동성 확대"

입력 2014-02-04 14:19   수정 2014-02-04 14:24

마켓포커스 2부 - 이슈진단

삼성선물 정미영> 터키를 비롯해 인도, 남아공 등에서 적극적으로 금리 인상을 하면서 신흥국이 안정을 되찾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FOMC에서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시행했고,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부진이 덧붙여지면서 신흥국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이 상황에 대해 신흥국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많지는 않다.

작년 신흥국이 불안한 양상을 보였을 때 인도, 브라질에서는 외자 유입을 촉진하거나, 외자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등의 다양한 대책을 세웠었다.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지만 단기적인 금리 인상은 그야말로 단기적인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신흥국이 연초부터 위기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주요 원인은 고 인플레, 경상수지 적자, 정치적인 불안까지 맞물린 것인데, 금리 인상만으로 해결되긴 어려운 것이다.

금리 인상은 외자가 빠져 나가거나 들어 오는 것을 촉진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신흥국에서 돈이 빠져 나가는 근본적인 원인이 치유되지 않는다면 시간을 버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결국 금리 인상은 내수와 투자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흥국들이 현재 안고 있는 고질적인 경상수지 적자, 고인플레율, 정정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정치적인 리더십, 능력,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위기 진화를 할 수 있느냐의 관건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올해 주요 신흥국들에서 대선, 총선이 대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투기적인 자본 입장에서는 신흥국의 정치적인 이슈를 가지고 금융 시장을 흔들려는 시도가 자주 나타날 수 있다.

엔화가 작년 중반까지는 약세가 거침없이 진행되다가 그 이후로는 등락을 보이고 있다. 연초에도 105엔을 돌파하면서 110엔까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어제 100엔 중반까지 떨어졌다. 연초 들어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금융 시장 불안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현상 때문이다.

특히 신흥국의 불안이 엔화 매수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본은 해외 투자 자산이 많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본국으로 가지고 들어 온다. 그러면서 엔화 수요가 발생하면서 엔화 강세가 펼쳐진다. 그리고 또 하나는 최근 일본이 과연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견이 대두되는 것도 엔화 약세 모멘텀을 약화시키는 변수다.

또한 지난 12월 일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3%로 높이 올라왔기 때문에 2% 달성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무역적자는 계속 확대가 되면서 엔화 약세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일본 재무성에서는 법인세 인하에 반대하는 등 아베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기 때문에 예정대로 추가완화 정책을 펼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위험자산 회피라는 공식에서 엔화는 강세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증시 불안이 이어지고, 신흥국에 대한 불안이 나타난다면 엔화 강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100엔을 하회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통화 정책 차별화가 작년보다 올해 두드러지는 양상이기 때문에 변동성은 양쪽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 장기적인 엔화 약세 국면은 지속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엔화의 추가적인 강세 여지는 남아있다.

지난 주 유로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다시 0.7%로 떨어지면서 추가적인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또 한편 독일 경제지표는 굉장히 굳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제 유로존의 제조업 PMI가 발표됐는데, 그리스도 50선 위로 올라서는 등 전체적으로 더디지만 경기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유로존 당국자 입장에서도 미국의 추가적인 테이퍼링을 단행한 상황에서 유로존의 경기 여건을 관망하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다만 드라기 총재는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는 반드시 개입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밝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로화는 지난 주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낮게 나오면서 1.35달러가 하향 돌파가 됐다.

하지만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유로존의 자금이 해외에서 회수해 본국으로 돌아오는 흐름들이 유로화를 지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로화는 1.34달러를 지지선으로 박스권 등락을 이어가는 흐름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1월 무역수지가 7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이 수치만 놓고 보면 부정적으로 보긴 어렵다. 왜냐하면 1, 2월에는 계절적으로 수출이 비수기이기 때문에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수출이 0.2% 줄었고, 수입이 0.9% 늘어났는데 일 평균 수출 금액으로 보면 20.7억 달러로 작년 평균보다 상회한다. 작년 1월은 19억 달러에 그쳤기 때문에 수출이 나쁘다기 보다는 조업일수가 줄어든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예상치를 하회한 것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볼 수는 없다. 문제는 1월에 예상보다 금융시장의 불안한 요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환율 상승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그런데 계절적으로 달러 공급우위 축소가 되는 시기에 환율 상승 재료가 나타났기 때문에 그 효과가 배가 된 것이다.

작년에 나타났던 신흥국의 불안함과 지금 나타나고 있는 불안함은 다르다. 작년에는 테이퍼링 개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자금들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흐름이었다면 지금은 미국 국채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 작년 테이퍼링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국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신흥국에서 돈이 빠져 나오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테이퍼링을 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리가 빠지는 것이다. 이것은 신흥국 불안이 더 부각되는 변수다.

더불어 신흥국 주가에 대한 차익 실현의 흐름도 맞물려있다. 따라서 지금은 신흥국의 불안이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는 양상인 것이다. 그런 흐름을 생각해본다면 달러/원 환율은 당분간 불안한 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급적인 측면에서 1, 2월은 달러 공급이 비수기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환율은 1,100원까지 저항선을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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