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포퓰리즘 상품, 보험업계 '시름'

홍헌표 기자

입력 2014-02-07 17:51  

<앵커>
이르면 다음 달부터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등 이른바 4대 악으로 인한 피해와 불면증이나 우울증도 보상하는 보험상품이 출시됩니다.
보험사들은 사실상 정부의 압박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상품을 내놓으면서도, 수익까지 낼 수 없어 시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보도에 홍헌표 기자입니다.
<기자>
현대해상이 국내 보험사 중에는 최초로 학교폭력과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 이른바 4대악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을 출시합니다.
4대악(惡) 척결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금융당국이 보험상품 개발을 몇몇 손해보험사에 제안했습니다.
이 상품은 4대 악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후유장해가 발생할 경우 최대 8천만원까지 보상해주고,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도 지급합니다.
소년소녀가장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 취약계층은 보험료가 면제됩니다.
지난 5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실손의료보험 보장대상에 불면증이나 가벼운 우울증, 성기능 장애도 포함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소비자단체에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인터뷰>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
"현재 없는 상품을 정책보험으로 개발하는 것은 반길 일이다. 하지만 홍보수단이 되거나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정부의 포퓰리즘적인 정책 때문에 시름을 앓고 있습니다.
상품 자체의 수익성은 높지 않은데, 정부의 압력으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상품을 개발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가 정부 포퓰리즘 정책에 압박받은 것은 이번만이 아닙니다.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서민 우대차 보험을 도입했고, 고령자가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면 보험료를 할인토록 했습니다.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에서만 연간 3천억원 이상씩 손해를 보면서도, 지난 2012년에는 보험료도 일괄적으로 인하해야 했습니다.
시장 자율에 맡겨져 있는 자동차보험료와 단독실손보험은 금융당국에 의해 사실상 가격이 통제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포퓰리즘적인 정책에도 보험사는 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홍헌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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