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뿌잉PD의 라디오 토크]내게 배철수의 음악캠프란

입력 2014-03-05 19:48  


요즘 내가 아주 좋아하는 라디오 코너 중에 하나가 `철수는 오늘`이다. 20년이 넘게 호흡을 맞춰온 DJ와 작가가 인생에 대해 풀어내는 간결하면서도 심오한 짧은 에세이 같은 느낌의 글, 그리고 음악이 붙는 그런 코너다. 이걸 들으면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 되면서 그 동안의 나를 한번 돌아보게 된다.

나의 `배철수의 음악캠프` 청취는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었는데, `음악캠프`가 1990년에 처음 시작했다고 하니 첫 방송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첫해부터 들었던 건 확실한가보다. 이 시절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준 프로그램으로는 `이문세의 별밤`과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존재했다. 이때 우리가요는 일본음악과 비슷한 느낌이었기에 서양의 음악과는 필이 많이 달랐다. 서태지의 등장 이전이기도 했고. 팝음악 전문 아니 그땐 락음악 전문 프로그램인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다르고 세련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방송이었기에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DJ 배철수가 굵고 낮은 목소리로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라고 얘기할 땐 젊음의 락스피릿이 막 솟아나곤 했다. 광고도 마치 락음악 같았다.

메탈리카와 건즈앤로지스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고, 시애틀 그런지 시대를 함께했으며, 커트코베인의 죽음을 함께 애도하기도 했다. U2와 함께 평화를 노래하기도 했고, 프레디머큐리와 조지마이클이 동성애자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청소년기의 나에게 전 세계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손쉬운 통로였고, 돈이 없던 시절 테이프를 사지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음악 카페였다. 물론 그 곡이 선곡되기까진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고 행여나 바로 그 곡이 나오는 순간을 놓칠까봐 더 열심히 들을 수밖에 없었다.

노래 한곡 녹음하려 공테이프 하나 넣어놓고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라디오 피디는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레코드실이란 곳에 이 모든 음악이 다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우습게도, 그렇게 가고 싶었던 레코드실이 지금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바로 앞에 있지만, 거의 방문하지도 않고 음악 감상을 위해서 나 역시 스트리밍서비스를 이용한다.

90년대는 내한공연도 별로 없던 시절이었는데, `음악캠프`엔 항상 유명한 해외스타들이 초대 손님으로 나왔다. 메탈리카, 메가데스, 본조비, 헬로윈 등 수많은 락스타들이 출연했던 것 같고, 2000년대엔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비욘세 등의 디바가 스튜디오에 나타났다.

사실 90년대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추억 코드에서 빼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빌보드 차트를 외우거나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를 따라하는 주인공 친구라도 존재해야 한다.

내가 라디오 피디로 입사해서 제일 신기했던 순간 역시 `배철수의 음악캠프` 생방송을 구경 갔을 때이다. 배철수 선배가 갑자기 스튜디오 안으로 오라고 하시더니 바로 그 목소리로 우리 MBC 라디오에 신입피디가 들어왔다며 내 이름을 불러준 일이다. 이런 일이 생긴 건 꿈만 같았고, 지금의 욕심은 기회가 되어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연출을 하고 싶다는 거다.

내년이면 25주년이 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30년을 채웠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램이다. `골든 마우스`가 20주년이니, 30주년이면 `플래티늄 마우스`를 새롭게 만들어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의 선곡은,

"Lithium / Nirvana"

글 / 손한서(MBC 라디오 프로듀서), Twitter ID: SohnPD

정리 / 한국경제TV 김주경 기자 show@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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