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게임이론에서 ‘죄수의 딜레마’는 널리 알려져 있다. 다른 참가자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에서 최대 이익이 되는 경우의 수룰 선택하면 최악의 게임결과를 낳는 것이 이 법칙의 골자다.
주변국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시소게임을 벌이듯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외줄타기 전략으로 지금까지 국제, 남한, 북한시장에 미친 영향을 본다면 당사국인 북한이 가장 큰 것을 나타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에도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 해외시각은 큰 변화가 없다.
북한 사태에 따라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flight to quality)’이 뚜렷하게 심해지는 것도 아니다. 달러평가지수는 ‘80’ 내외에서 큰 변화가 없다. 세계 금 수요의 30%를 차지하는 인도의 수입억제책 등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지만 국제 금값은 140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 국채가격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남한 금융시장은 영향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이번 북한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그 정도가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원화 가치와 코스피 지수의 하락폭은 5% 내외에 그치고 있다. 이마져도 북한 사태에 따른 영향으로 볼 수 없다. 아베 정부의 극우적인 엔저 정책 등에 한국은행의 소극적인 대응이 더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사정은 다르다. 이미 북한에 대한 외국인 투자와 각종 국제사회 지원 등이 중단돼 경제 고립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남북한 간의 관계 진전이 있을 때마다 간헐적으로 형성됐던 북한채권 거래도 실종됐고, 가격도 한낱 ‘휴지 조각’에 불과할 수준까지 떨어졌다,
북한 돈인 원화 가치도 폭락하고 있다. 공식적인 북한 원의 환율은 달러당 100원이다. 하지만 암 시장(black market)에서는 9000선에 거래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100원에 환전한 1달러를 암 시장에 내다 팔 경우 90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공식시장 접근이 가능한 북한의 권력층들이 엄청난 환차익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요즘 북한의 외환시장이다.
공식적인 환율과의 괴리를 더 벌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암 시장에 유입되는 외화(미국 달러화)를 차단해야 한다. 이번 사태 이후 중국을 포함한 대외무역과 외국인 관광, 심지어는 개선공단을 차단하는 것을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런 측면에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조만간 북한 원화는 100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북한이 외화공급을 차단해 나갈 경우 체제유지를 위한 외화조달에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견해가 있으나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한 최소 외화가득액은 1년에 50억 달러는 돼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때문에 암 시장에서 누릴 수 있는 환차익만을 겨냥해 외화공급을 무기한 차단할 수는 없다.
북한의 역사는 체제유지를 위한 외화조달의 험난한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서방에 대해 ‘디폴트(default?국가채무 불이행)를 선언한 1970년대 중반 이전에는 자체 신용으로 채권을 발행해 외화를 조달했다. 그 후 거래되는 북한채권은 1970년대 중반 이전에 발행했거나, 상환불능 처리된 북한 채무를 바탕으로 BNP 파리바 등이 발행한 세컨더리 채권이다.
1970년대 중반 이후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까지는 북한의 외화조달은 구소련 등 동맹국에 전전으로 의존했다. 이른바 냉전 시대에 구소련은 공산주의 체제 결속을 위해 북한에 외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었다. 이 시기에 북한도 시베리아 지역 등에 벌목공 파견 등이 왕성하게 이뤄졌다.
냉전 시대가 종식된 이후 북한의 외화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궁여지책 속에 고안해 낸 것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아시아 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는 길이다. 이들 기구에 가입할 경우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느냐와 상관없이 인류 공영 차원에서 지원되는 ‘저개발국의 성장촉진을 위한 외화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국제금융기구에 최대의결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북한의 외화조달이 얼마나 어려워졌는가는 외화가득원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슈퍼 노트(100달러 위조 지폐 발행), 마약 밀거래 등은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될 정도로 많아졌다. 심지어는 `뻬이징 컨선서스‘의 일환으로 해외자원 확보를 통해 세 확장하려는 중국의 전략과 맞물려 북한이 부존자원을 매각해 외화를 조달했다.
결국 이런 사태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북한이고, 어느 순간에 남한을 포함해 서방에 유연한 자세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사태가 지속되는 속에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에는 큰 변화가 없고, 이를 토대로 외국인들이 들어오는 것도 종전처럼 ‘하이에나형 환투기’로 볼 수 없다.
세계적인 상품투자의 귀재인 짐 로저스 퀀텀펀드 회장이 미얀마, 앙골라와 함께 차기 투자 유망처로 북한을 지목했던 것도 동일한 이유에서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 일부에서는 ‘로저스의 궤변’이라 부르기까지 한다. 이 때문에 북한 투자에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가’보다 ‘그 숨은 의도가 무엇인가’에 투자자의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이전에도 북한관련 자산이 투자대상으로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첫 번째 시기는 1990년대 중반이다. 당시 북한은 심각한 식량 위기에 몰리면서 조만간 붕괴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됐다. 이 때문에 체제 붕괴에 대한 기대로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10센트를 밑도는 북한 채권가격이 1달러당(액면가) 60센트까지 치솟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당시에도 북한 채권가격이 액면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실제 거래도 많았었다. 이때는 남북 관계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북한 채권과 같은 특수채를 거래하는 영국의 금융중개회사인 이그조틱스에 북한 채권을 사두려는 문의가 가장 많았었다.
로저스 회장이 차세대 유망처로 북한을 지목한 직후에는 상품 미개발국이기 때문에 유망하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종전의 북한 채권이 관심을 끌었을 때를 감안한다면 김정은 체제가 외화를 비롯한 경제사정이 어렵고, 조만간 남북 관계에 획기적인 개선이 있지 않을까 쪽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전통적인 게임이론에서 ‘죄수의 딜레마’는 널리 알려져 있다. 다른 참가자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에서 최대 이익이 되는 경우의 수룰 선택하면 최악의 게임결과를 낳는 것이 이 법칙의 골자다. ‘섀플리-로스의 공생적 게임’보다 ‘제로 섬의 내쉬 게임’ 관점에서 그 어느 국가보다 국제협상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오는 북한도 이 점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북한은 외화조달에 궁지에 몰리면서 한국 등 주변국을 상대로 마치 시소게임을 벌이듯 외줄타기 전략을 추진해 왔다. 초기에는 성과가 있는 듯 했지만 갈수록 외국투자와 각종 국제사회 지원 등이 중단돼 경제 고립화 현상이 심해졌다. 북한채권 거래도 완전히 실종됐고 가격도 한낱 ‘휴지 조각’에 불과할 수준까지 다시 떨어졌다,
결국 김정은 체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남한에 유연한 자세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에서 남한이 주도해 오고 있다. 로저스가 차기 투자 유망처로 북한을 지목한 것도 김정은 체제 붕괴 등의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주변국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시소게임을 벌이듯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외줄타기 전략으로 지금까지 국제, 남한, 북한시장에 미친 영향을 본다면 당사국인 북한이 가장 큰 것을 나타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에도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 해외시각은 큰 변화가 없다.
북한 사태에 따라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flight to quality)’이 뚜렷하게 심해지는 것도 아니다. 달러평가지수는 ‘80’ 내외에서 큰 변화가 없다. 세계 금 수요의 30%를 차지하는 인도의 수입억제책 등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지만 국제 금값은 140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 국채가격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남한 금융시장은 영향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이번 북한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그 정도가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원화 가치와 코스피 지수의 하락폭은 5% 내외에 그치고 있다. 이마져도 북한 사태에 따른 영향으로 볼 수 없다. 아베 정부의 극우적인 엔저 정책 등에 한국은행의 소극적인 대응이 더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사정은 다르다. 이미 북한에 대한 외국인 투자와 각종 국제사회 지원 등이 중단돼 경제 고립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남북한 간의 관계 진전이 있을 때마다 간헐적으로 형성됐던 북한채권 거래도 실종됐고, 가격도 한낱 ‘휴지 조각’에 불과할 수준까지 떨어졌다,
북한 돈인 원화 가치도 폭락하고 있다. 공식적인 북한 원의 환율은 달러당 100원이다. 하지만 암 시장(black market)에서는 9000선에 거래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100원에 환전한 1달러를 암 시장에 내다 팔 경우 90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공식시장 접근이 가능한 북한의 권력층들이 엄청난 환차익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요즘 북한의 외환시장이다.
공식적인 환율과의 괴리를 더 벌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암 시장에 유입되는 외화(미국 달러화)를 차단해야 한다. 이번 사태 이후 중국을 포함한 대외무역과 외국인 관광, 심지어는 개선공단을 차단하는 것을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런 측면에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조만간 북한 원화는 100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북한이 외화공급을 차단해 나갈 경우 체제유지를 위한 외화조달에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견해가 있으나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한 최소 외화가득액은 1년에 50억 달러는 돼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때문에 암 시장에서 누릴 수 있는 환차익만을 겨냥해 외화공급을 무기한 차단할 수는 없다.
북한의 역사는 체제유지를 위한 외화조달의 험난한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서방에 대해 ‘디폴트(default?국가채무 불이행)를 선언한 1970년대 중반 이전에는 자체 신용으로 채권을 발행해 외화를 조달했다. 그 후 거래되는 북한채권은 1970년대 중반 이전에 발행했거나, 상환불능 처리된 북한 채무를 바탕으로 BNP 파리바 등이 발행한 세컨더리 채권이다.
1970년대 중반 이후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까지는 북한의 외화조달은 구소련 등 동맹국에 전전으로 의존했다. 이른바 냉전 시대에 구소련은 공산주의 체제 결속을 위해 북한에 외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었다. 이 시기에 북한도 시베리아 지역 등에 벌목공 파견 등이 왕성하게 이뤄졌다.
냉전 시대가 종식된 이후 북한의 외화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궁여지책 속에 고안해 낸 것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아시아 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는 길이다. 이들 기구에 가입할 경우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느냐와 상관없이 인류 공영 차원에서 지원되는 ‘저개발국의 성장촉진을 위한 외화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국제금융기구에 최대의결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북한의 외화조달이 얼마나 어려워졌는가는 외화가득원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슈퍼 노트(100달러 위조 지폐 발행), 마약 밀거래 등은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될 정도로 많아졌다. 심지어는 `뻬이징 컨선서스‘의 일환으로 해외자원 확보를 통해 세 확장하려는 중국의 전략과 맞물려 북한이 부존자원을 매각해 외화를 조달했다.
결국 이런 사태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북한이고, 어느 순간에 남한을 포함해 서방에 유연한 자세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사태가 지속되는 속에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에는 큰 변화가 없고, 이를 토대로 외국인들이 들어오는 것도 종전처럼 ‘하이에나형 환투기’로 볼 수 없다.
세계적인 상품투자의 귀재인 짐 로저스 퀀텀펀드 회장이 미얀마, 앙골라와 함께 차기 투자 유망처로 북한을 지목했던 것도 동일한 이유에서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 일부에서는 ‘로저스의 궤변’이라 부르기까지 한다. 이 때문에 북한 투자에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가’보다 ‘그 숨은 의도가 무엇인가’에 투자자의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이전에도 북한관련 자산이 투자대상으로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첫 번째 시기는 1990년대 중반이다. 당시 북한은 심각한 식량 위기에 몰리면서 조만간 붕괴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됐다. 이 때문에 체제 붕괴에 대한 기대로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10센트를 밑도는 북한 채권가격이 1달러당(액면가) 60센트까지 치솟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당시에도 북한 채권가격이 액면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실제 거래도 많았었다. 이때는 남북 관계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북한 채권과 같은 특수채를 거래하는 영국의 금융중개회사인 이그조틱스에 북한 채권을 사두려는 문의가 가장 많았었다.
로저스 회장이 차세대 유망처로 북한을 지목한 직후에는 상품 미개발국이기 때문에 유망하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종전의 북한 채권이 관심을 끌었을 때를 감안한다면 김정은 체제가 외화를 비롯한 경제사정이 어렵고, 조만간 남북 관계에 획기적인 개선이 있지 않을까 쪽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전통적인 게임이론에서 ‘죄수의 딜레마’는 널리 알려져 있다. 다른 참가자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에서 최대 이익이 되는 경우의 수룰 선택하면 최악의 게임결과를 낳는 것이 이 법칙의 골자다. ‘섀플리-로스의 공생적 게임’보다 ‘제로 섬의 내쉬 게임’ 관점에서 그 어느 국가보다 국제협상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오는 북한도 이 점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북한은 외화조달에 궁지에 몰리면서 한국 등 주변국을 상대로 마치 시소게임을 벌이듯 외줄타기 전략을 추진해 왔다. 초기에는 성과가 있는 듯 했지만 갈수록 외국투자와 각종 국제사회 지원 등이 중단돼 경제 고립화 현상이 심해졌다. 북한채권 거래도 완전히 실종됐고 가격도 한낱 ‘휴지 조각’에 불과할 수준까지 다시 떨어졌다,
결국 김정은 체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남한에 유연한 자세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에서 남한이 주도해 오고 있다. 로저스가 차기 투자 유망처로 북한을 지목한 것도 김정은 체제 붕괴 등의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