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쏠려 있어 자산구조를 다변화하지 않으면 노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2013년 우리나라 가계자산 중 실물자산의 비중은 73.3%(2억3천856만원)에 이른다.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67.8%로 지난해보다 1.9%포인트 줄었지만 한국인들의 자산이 여전히 부동산에 묶여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쏠림현상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여실히 드러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가계자산 중 실물자산 비중(2012년 기준)은 호주 61.3%, 유로존 58.3%, 영국 50.1%, 일본 40.9%, 미국 31.5% 등이다.
문제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이제 끝났다는 점이다.
LG경제연구원이 집계한 결과 2000∼2007년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연평균 6.6%(아파트는 9.3%) 증가해 소비자물가 상승률(3.1%)을 훨씬 웃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2008∼2013년)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연평균 2%(아파트는 2.6%)로 둔화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였음을 고려하면 실질 매매가격은 더 크게 하락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60세 이상 가구의 부동산 평가액(실질가격)은 2006년 2억7천만원에서 2012년 2억원으로 감소했다.
은퇴연령층의 보유자산 규모가 급감하면서 고령층의 소비성향은 뚝 떨어졌다.
2008년 대비 2012년 소비성향(도시 2인이상 가구 기준)은 60대 가구에서 5.9%포인트, 70세 이상 가구에서 6.8%포인트가 각각 떨어졌다. 같은 기간 30대는 1.6%포인트 늘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실물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부동산에 치우친 가계자산 구조는 부동산 가격 하락시 가계부실이 늘어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국가 경제 차원에서 잠재적인 위협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주택가격이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창선 연구위원은 "특히 은퇴 고령층이 갑자기 아파서 병원비가 필요해 부동산을 처분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고령층의 주택이 매물로 많이 나오면 가계는 물론이고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도 나빠진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층이 부동산을 금융자산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주택연금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상철 연구위원도 주택연금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주 연구위원은 "고령자가 은퇴 후 소비수준을 유지하려고 주택 매도를 늘리면서 주택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면서 "노령인구 대부분이 자가거주를 원하는 만큼 주택연금 상품을 이용해 부동산 일부를 매도하고 노후 소득으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문제를 겪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2026년에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고령자 그룹에 합류해 일본과 상황이 매우 유사해질 것"이라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고령화 대책 컨트롤타워를 마련해 관련 법·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