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읽어주는 여자] 4편. 1만 원짜리 티셔츠의 가치

입력 2014-05-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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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상무로 승진한 한 패션 대기업의 홍보팀장은 옷 잘 입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누구나 그분을 만나면 “오늘 멋있다”는 말을 먼저 건네게 된다. 그는 남자들이 쉽게 소화할 수 없는 스카프를 너무 튀지 않게 포인트로 활용할 줄 알고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수제화와 색깔 있는 양말을 같이 신을 뿐 아니라, 롤업 면바지를 몸에 피트되는 면재킷과 컬러풀한 셔츠에 잘 매치해서 입는다. 그야말로 패셔니스타다.


한 번은 글자 그대로 가을남자처럼 너무나 멋지게 차려입었길래 “스카프 색감이 무척 좋은데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랬더니 그분이 “이거 가격이 얼만지 맞춰보실래요?”라고 했다. 대충 봤을 땐 명품 브랜드 같았지만 비싼 거면 저렇게 물어보지 않겠구나 싶어서 싸게 맞춘다고 맞춘 게 “2~3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3,000원”이었다. “동대문 돌아다니다가 샘플 몇 장을 세일하길래 얼른 3장을 골라 9,000원 줬습니다”라면서, 그걸 두르고 다니면 다들 명품 브랜드인 줄 안다며 얼마나 잘 샀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그분은 스카프뿐만 아니라 남자들이 중요시하는 구두와 시계도 동대문에서 구입하곤 했다. 일반 구두 브랜드에는 없는 스타일의 구두를 살 수 있고 또 자신이 원하는 미묘한 색감의 가죽도 동대문에만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파텍필립 짝퉁 시계는 3만 원 주고 샀고 수제화는 도매상가에서 7만 5,000원 주고 샀어요. 엄청나게 싼 가격에 득템한 거죠”라고 설명했다.


아무도 자신이 찬 파텍필립 시계를 짝퉁으로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제화도 흔한 디자인이 아니어서 명품 중에서도 아주 귀한 명품 브랜드인 줄 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내 눈에도 그 구두와 스카프, 시계는 모두 아주 구하기 힘든 귀한 물건으로 보였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그분에게 그 모든 아이템이 아주 잘 어울렸다는 것이다. 결국 패셔니스타가 되는 길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게 무엇인지 알기 위해 수없이 여러 시도를 해보는, 그래서 가끔은 안 어울리게 코디한 날도 있지만 과감하게 옷을 입을 줄 아는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현명한 쇼퍼라면 200만 원짜리 명품 브랜드의 고급 재킷을 살 줄도, 동대문 패션타운에서 독창적인 1만 원짜리 티셔츠를 살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만 원짜리 명품 재킷이 구하기 어려운 제품이거나 오래 입을 수 있고 꼭 필요했던 아이템이라면 그만큼의 돈을 들일 줄도 알아야 하듯, 동대문표 옷이라 하더라도 좋은 소재로 만들었고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유니크한 프린트와 디테일을 갖춘 디자인이라면 1만 원짜리라고 무시할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게 구입한 유니크한 아이템은 어떤 기본 재킷이나 밋밋한 옷에 매치해도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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