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 한 여대생이 진도체육관에 세 장의 대자보를 붙였다가 결국 희생자 가족 등의 항의로 철수했다.
22일 한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경 진도체육관 입구에는 안산에서 자원봉사를 나왔다는 한 여대생이 5분여 동안 세 장의 대자보를 진도체육관 유리문에 붙인 뒤 울면서 사라졌다.
대자보는 `저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겠다`라는 글귀로 시작한다. 호소문에는 "아는 게 없어서 어쩔 수 없고, 돈이 없어 어쩔 수 없고, 지위가 높은 분이라 어쩔 수 없고, 내 나라가 대한민국이라 어쩔 수 없다. 세월호는 소시민의 거울상`이라고 적었다.
이어 `책임을 다한 사람들은 피해를 보고, 결국은 이기적인 것들은 살아남았다. 나는 이 나라에서 내 소중한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가. 억울하고 분하다`고 덧붙였다.
또 `세월 따위로 이 많은 사람을 보내려니 마음이 아려온다. 더 이상 인명피해 없이 무사귀환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고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이 여대생의 다른 대자보에는 `박근혜 대통령, 지위고하 막론하고 단계별 책임을 묻겠다. 선장은 무기징역`이라며 `수많은 생명이 달린 직업에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게 맞냐고 묻고 싶다`고 적었다.
여대생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해 드릴게 없어 이 글을 써 붙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대자보는 실종자 가족 등 관계자들의 항의를 받고 현장에서 곧바로 철수됐다. 대자보를 작성하고 붙인 여학생도 다른 대자보를 붙이려다 체육관에서 쫓겨난 것으로 전해졌다. 희생자 가족들은 아직 시신도 다 못찾은 슬픔의 공간에서 정치색이 묻어나는 행위를 원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자보 내용을 접한 네티즌들은 "세월호 대자보, 분명 다 맞는 말이지만 민감한 시기에 정치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세월호 대자보, 틀린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세월호 대자보, 여대생의 주장도 맞고 실종자 가족들의 주장도 맞다. 틀린 것은 정부당국의 사고대응뿐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