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銀 단계적 파업 유력‥3년만의 은행권 파업

입력 2014-04-30 13:51   수정 2014-04-30 14:11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30일 씨티은행 노조는 조합원 3천200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중입니다.




상당수의 조합원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3년만의 은행권 파업이 임박한 것으로 보입니다.


씨티은행의 노사 갈등은 최근 사측이 190개 지점 가운데 30%에 달하는 56개를 없애기로 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씨티은행 노조는 지점 통폐합이 진행될 경우 650명의 인력감축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지난 1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노조는 파업 찬반 투표가 통과되면 다음 달 2일 마지막 쟁의 조정 이후 3단계의 태업과 부분 파업을 거쳐 전면 파업에 들어갈 방침입니다.


1단계는 점포와 부서별 릴레이 휴가, 내부 보고서 작성 거부, 판촉 활동 중단, 씨티그룹 본사와의 콘퍼런스콜(전화회의) 거부 등입니다. 2006년 만든 씨티은행 언어사용 지침에 따라 외국인 임직원이 받는 문서에 한글과 영어를 병기하는 데 대한 ‘영어사용 전면 거부’도 포함됐습니다.


2단계는 예·적금, 카드, 펀드, 보험 등 신규상품의 판매를 거부하는 조치이며 전면 파업에 앞선 3단계로 부분 파업 또는 영업점별 순회 파업이 이어집니다.


지점 통폐합과 인력 구조조정의 개연성에 대해 사측은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노조 측은 전례를 들며 확신하고 있습니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2012년 말에 200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이후 2013년까지 27개 지점을 폐쇄했다”며 “실질적으로 지점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이 함께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지점 통폐합 역시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또 “조엘 코른라히리 씨티은행 부행장과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맺은 성공보수 계약 내용을 보면 650명을 감축할 경우 5억, 500명을 줄일 경우 1억을 주기로 한 조건이 포함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측이 인력 구조조정을 미리 정해놓고 점포 통폐합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대규모 지점 통폐합이 단행될 경우 예상되는 고객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사측과 노조측은 엇갈린 입장을 내놨습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최근 고객행동을 조사한 결과 전체 거래의 91%가 지점이 아닌 ATM이나 스마트폰 뱅킹 등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점 통폐합이 고객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노조 측은 가까운 거래 지점이 없어지는 고객들의 경우 이동 거리가 길어져 불편을 겪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씨티은행 노조가 파업에 돌입해도 사측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파업에 대한 은행의 가장 큰 걱정은 ‘고객의 반응’인데 지난 2011년 SC은행 노조가 사측과 성과급제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역대 최장 기간 파업을 이어간 사례가 있지만 당시 고객들의 항의가 거의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지속적인 부진과 최근 정보유출 사고 등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씨티은행으로서 이번 파업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박사는 “실적이 나빠져 지점이 축소되고 이에 대한 인력 감축 우려로 파업이 일어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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