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윤맘의 육아타임즈] 선전포고도 없던 목욕과의 전쟁

입력 2014-05-01 11:26   수정 2014-05-08 14:27

쉬운 것 같으면서 초보맘에겐 너무 어려운 과제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신생아 목욕시키기!

대부분의 초보맘들은 몸이 작고 목을 가누지 못하는 신생아를 씻길 때 걱정이 앞선다. 손바닥만하다고 할 정도로 작은 아기를 씻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혹시나 목욕을 시키는 도중 내가 잘못해서 어디 다치진 않겠지?" "아이가 너무 추워서 감기 걸리진 않겠지?"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 것이다.
난 조리원에서 퇴실하기 전 신생아 목욕시키는 방법을 배웠다. 나를 비롯한 초보맘 모두 씻기는 방법을 유심히 관찰했다. 어떤 분은 노트에 적기도 했고, 영상을 찍어 기록하는 엄마들도 있었다.
아직 처녀였다면,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라도 ‘그냥 단순히 아기 목욕을 시키는 건데, 굳이 씻는 방법까지 배워야 하나?’라고 생각했겠지만, 난 처녀가 아니기 때문에! 나 또한, 목욕시키는 방법을 단 1초도 놓치지 않고 영상으로 담아놨다.
시간은 흘러 조리원을 나와 집에 도착하게된 날! 드디어, 목욕과의 엄청난 전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난생 처음 혼자 신생아 씻기기! 결코 만만치 않은 일! 하지만 이제 내가 직접 집에서 목욕을 시킬 수밖에 없다!
좋아! 한 번 해 보자! 그렇게 초보맘의 목욕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조리원에선 아기를 씻길 때 배꼽이 떨어지지 않으면 부분 목욕을 하라 했다. 하지만 우리 딸은 다행히 조리원 퇴실 전 이미 배꼽이 떨어졌기 때문에 전신 목욕이 가능했다.
난 가윤이를 들고 욕실로 이동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 가녀린 아기를 혼자 목욕시킬 용기가 없었다.
도저히 안되겠어! 지원군이 필요해! 난 외쳤다. "여보! 여보! 도와줘, 혼자 못 씻기겠어!" 내 외침에 허당 지원군인 남편 정진욱 씨가 도착했다. 난 남편에게 "자기가 가윤이 안아! 그럼 내가 씻길게!"라고 기세좋게 외쳤다.
그러나 남편은 "난 아기조차 못 안겠어...어떡하지?"라며 더 벌벌 떨고 있었다. 결국 내가 말했다.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내가 안고 씻길 테니 보조해줘! 침착하자! 한 번 해 보자!” 그날 우리는 정말로 전쟁에 나가는 병사처럼 비장했다.
실내 적정 온도 25도!
아기 목욕시간! 10~15분 이내!
나에게 주어진 시간! 15분!
조리원에서 배운 대로!
"가윤이가 태어나기 전 샀던 아기욕조를 사용할까? 아니야, 조리원에선 세숫대야 두 개에 물을 담아 씻겼어! 조리원에서 배운 대로 하자!" 난 조리원에서 배운 대로 세숫대야 두 개에 물을 담았다. 일단 따뜻한 물은 세팅 완료!
그 다음, 전쟁터에서 싸우려면 총이 필요하듯이 목욕을 시키려면 아기용 바디워시가 필요하지! 아기용 바디워시는 나의 지원군인 남편이 세팅!
이제 가윤이를 씻기는 일만 남았다.
제일 첫 관문은 부드러운 가제수건으로 얼굴 닦이기! 너무 조심스럽다...아기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손으로 귀를 접는 모양처럼 받쳐서 닦아줘야 한다.
다음은 머리 감기기! 난 아기를 안고 있고 옆에 대기하고 있던 남편이 아기용 바디워시를 내 손에 짜주는 과정으로 진행했다. 내가 남편이 짜 준 바디워시를 가윤이 머리에 적당량 발라 감기면 끝이다! 좋았어! 잠깐!? 근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랏, 아무리 비벼도 거품이 안 난다...갈수록 떡이 되는 듯한 이 느낌은?"...그렇다. 보습제를 짜 준 초보아빠님이셨다.
보습제와 바디워시가 뚜껑 색만 다르고 통은 같아서인가. 덕분에 금쪽 같은 15분이라는 시간 동안 머리를 다시 헹구고 감기는 일을 두 번 해야만 했다.
그렇게 어렵게 두 번 머리를 감기고 몸을 씻기기 시작했다. 목을 가누질 못하는 우리 아기. 혹시 목이 꺾이기라도 할까 봐 팔을 덜덜 떨며 조심스럽게 씻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옆에 있던 남편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목욕시간 10분이 넘어간다! 아기 감기 걸리면 안돼! 빨리 헹궈!!” 부터...”그렇게 뒤집으면 안 되지...아기 목 잘 받쳐줘!" 등등.
씻기는 내내 보는 게 불안불안한 모양이다! 그럼 지가 씻기든지!
우여곡절 끝에 다 씻긴 후 아기가 춥지 않게 바로 옷을 입을 수 있도록 해 둔 곳으로 이동! 아기를 옮긴 후 후다닥 아기 옷 입히기를 시작했다. 난 가윤이 윗옷을 입히기로 하고 남편은 기저귀를 채우기로 했다.
그런데 이것조차 처음이라 손발이 전혀 맞지 않았다!
"기저귀 거꾸로 채웠잖아!” “너도 윗옷 뒤집어 입혔잖아!” “로션, 로션...배꼽 소독제! " 목욕과의 전쟁은 순식간의 부부의 말싸움으로 돌변, 이렇게 분주하고도 정신없게 가윤이의 첫 목욕이 끝났다.
전투의 현장은 장렬했다. 가윤이가 목욕했던 곳 주변은 마치 전쟁터를 연상시키듯 여기저기 사방에 물이 다 튀어 있고, 우리 두 사람의 옷은 다 젖어 있었다. 한 마디로 난리도 아니었다.
그렇게 남편과 난 목욕 한번 시킨 후 녹초가 돼 버렸다.
뒷정리는 남편이 맡아주기로 했다. 남편이 목욕했던 곳을 치우고, 난 가윤이에게 수유를 하려고 눕히는 그 순간! 어디서 천둥 치는 소리가? ‘뿌지지직 뿍뿍...’ 설마~ 아닐거야! 아니겠지!
아니어야만 해!...라는 내 바람은 저 멀리~날아가고 말았다.
가윤이는 배가 아팠는지...목욕하고 바로 뒤에 응가를 하고 말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깨끗이 뒷정리를 마친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남편은 시간이 멈춘 듯 경직됐고,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힘들게 씻긴 가윤이...다시 목욕과의 전쟁이라니.

그러나 지금은 신생아 때에서 벌써 300일이 지나고 가윤이도 훌쩍 커 버렸다.
지금은 씻기는 노하우가 생겨 혼자서도 뚝딱! 5분도 채 안 걸리고 목욕을 시킬 수 있다. 역시 모든 일은 경험이 중요하다. 육아도 예외는 없었다!
초보 엄마, 아빠의 첫 아기 씻기기는 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우왕좌왕하다 마무리됐지만, 이 또한 분명 좋은 추억일 거야~ 그렇지 가윤아?(정리=한국경제TV 블루뉴스 이예은 기자)


★tvN `푸른 거탑`과 `코미디 빅리그`의 개그맨 정진욱과 그의 아내 송지연이 펼치는 ‘가윤맘의 육아 타임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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