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분유와 모유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까? 아기를 키워 본 적이 없다면 잘 모르겠지만, `분유`라는 것이 존재한 이후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이 선택을 했다고 보면 된다. 아마 태어나서 처음 한 선택일 것이다.
우리 가윤이는 처음 태어났을 때는 분유와 모유를 혼합해서 잘 먹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분유를 거부하는 아기가 되어 버렸다. 오늘은 그 사연을 전하려고 한다. 분유와 모유 중 선택하는 것은 아기이지만, 뒷감당은 전부 부모가 해야 했던 그 사연 말이다...
젖병을 입에 가져다 대면 가윤이는 묵비권을 행사하듯 입을 꾹! 닫아버린다. 잘 먹던 분유를 이렇게까지 거부하는 이유를 처음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나의 작은 실수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 듯하다. 분유면 다 똑같은 분유인 줄 알았던 나의 착각으로 분유에 거부 반응이 생긴 것 같다.
출산 직후 병원에 있던 3일 포함, 조리원에선 분유를 잘 먹던 가윤이가 조리원을 나와 집에 돌아온 후부터 분유를 먹으면 토하는 것이다. `괜찮겠지` 하며 두 시간 뒤에 또 먹이자 꿀꺽꿀꺽 다 먹었다. 그러나 또 바로 전부 토해낸다.
무슨 문제인지 부랴부랴 소아과에 전화했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 말씀, 분유는 한번에 갈아타는 게 아니라고...혼합해서 서서히 바꿔야 한다고 하신다. 난 조리원에서 먹던 분유가 아닌 선물받은 분유를 먹였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집에 있던 분유를 그냥 먹였으니...
그래서인지 가윤이는 그날 이후로 분유만 주면 울기 시작했다.
다시 조리원에서 먹던 분유를 타서 먹이려는데도 거부하는 가윤이! 소아과에서 얘기한대로 했는데?! 뭐가 문제지? 우리는 생각했다. 젖병을 바꿔서 그런가?
새로운 젖병에 모유를 넣어서 줘 봤다. 역시 먹다 다시 우는 가윤이!
가윤이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가윤아, 왜 그래?" 물어보자 가윤이는 "응애응애!!"라고만 답할 뿐이었다.
가윤이가 말을 할 줄 알아서 "어머니, 이 분유는 제 입맛에 안 맞아요. 조리원 분유가 아니잖아요! 저랑 마트에 가서 제가 좋아하는 분유로 바꿔주세요"라고 말해 줬으면...아니면 "젖병이 제 입에 맞질 않네요, 어머니! 제 입에 딱 맞는 젖병을 저와 함께 사러 가요"라고 말을 할 수 있었으면...
그러나 난 아직 말도 못하고 울기만 하는 가윤이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래, 젖병을 다시 바꿔보자!"하고 젖병을 또 바꿔봤다.
조리원에서 잘 물고 먹었던 신생아용 젖병! 조리원에선 문제없이 잘 먹어줬던 터라 당연히 잘 먹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입에 물리자마자 거부하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인터넷을 검색했다. 검색의 생활화! `젖병거부 아이들은 배앓이 방지용 젖병으로 교체했더니 잘 먹는다`는 정보를 입수! 배앓이 방지용 젖병으로 당장 교체해서 먹였다. 그랬더니 젖병을 빠는 것이다!
근데 기쁨도 잠시...조금 빨더니 이내 다시 거부하고 울기 시작했다. 결국, 다시 모유를 먹이자 이내 울음을 멈췄다.
그렇게 분유를 먹이지 못하고 모유 수유만 하며 지쳐갈 무렵! 난 희망의 소리를 듣게 된다!
날 해방시켜줄 최고의 젖병!
엄마 젖꼭지와 비슷하고 다른 젖병의 꼭지와는 전혀 다르다는 그 젖병! 대부분의 젖병거부아기에게 써서 통했다는 그 젖병!
젖병계의 마술젖병! 바로 인터넷으로 구매! 며칠 후! 택배가 도착하고 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 젖병을 소독한 후 가윤이에게 다가갔다.
가윤이도 꼭 "엄마! 제가 원하는 젖병이에요!" 하며 웃는 것 같았다. "가윤아!"라고 이름을 부르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그 마술젖병에 도전한 결과...할렐루야! 먹는다!!
내 눈이 의심스러웠지만, 정말 쭉쭉 잘 받아먹고 있었다. 물론, 젖을 물리다 순식간에 젖병으로 바꿔치기 하는 트릭을 써서 그런지 모르지만, 뭔지 잘 모르고 먹는 가윤이였다.
정말 날아갈 듯한 기분!!! 이게 웬일인가...젖병을 빨다니.
나는 뛸 듯이 기뻐하며 남편 정진욱에게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알렸다. "오빠, 오빠~ 가윤이 드디어 젖병 빨았어!!!" "뭐?진짜? 당장 분유 사러 가자!!" 그렇게 그날 우리는 분유를 양손 가득 사왔다.
그런데 기쁨의 유효기간은 겨우 3일이었다...
마술젖병마저 거부하는 가윤이...
이번엔 그냥 우는 게 아니라 입조차 벌리지 않는다.
젖병을 가져다 대는 순간 오물오물 입이 굳게 닫혀 버리는 가윤이 앞에서...사온 분유는 우리가 타먹을 신세!
뭐가 문제야! 가윤아 말 좀 해봐!...라고 소리쳐 봐야 소용은 없었다.
그렇게 가윤이의 젖병거부가 하루 이틀 늘어가고,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결정했다. 그래, 분유 먹이기를 포기하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굶는 아기 앞에서는 우리도 두손 두발 다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의 디저트는 밥 먹고 커피 대신, 아이스분유리카노로 바뀌어 버렸다.
알 수 없는 가윤이의 분유거부&젖병거부. 지금도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아기라도 선택할 때는 아주 의지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결국 나는 가윤이의 선택을 극복하지 못한 채 완전 모유수유로 돌아섰다.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한 방울이라도 더 먹는 게 좋다는 모유니까, 우리 가윤이는 더 똑똑하고 예쁜 아이로 자랄 거야. 그렇지, 가윤아?(정리=한국경제TV 블루뉴스 이예은 기자)
★tvN `푸른 거탑`과 `코미디 빅리그`의 개그맨 정진욱과 그의 아내 송지연이 펼치는 ‘가윤맘의 육아 타임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