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노는 주부들' 같다고요? 살림도 잘하는 '소녀시절'이에요

입력 2014-05-09 14:05  

`주부`의 이미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다. 밖에 나가서 돈벌이를 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24시간 `가정`이라는 직장에 있는 셈이기도 한 묘한 자리다. 육아와 살림이라는 `업무` 때문에 대부분 여성들이 주부가 된다.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고, 주부의 존재감을 상당히 높였다.

그럼에도 조금만 집안일에 소홀해도 `불량주부`, `집에서 논다`, `솥뚜껑 운전`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는 억울한 주부들도 많다. 미래의 버팀목인 아이들의 엄마이자 각종 마트의 큰 손들이며, TV 시청 등 다양한 문화 향유의 주체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때가 많다. 게다가 늘 반복되는 집안일에 너무 바빠 자기 일을 꿈꾸기는 점점 더 어렵다.

이런 가운데 주부가 `소녀`였을 때의 꿈을 실현한다며 전업주부로 살아온 `아줌마`들이 뭉쳐 만든 그룹 `소녀시절`을 만났다. 기자 또한 한 명의 워킹맘으로서, 떠들썩한 데뷔와 화제몰이에 성공한 소녀시절이 어떤 사람들인지가 궁금했다. 눈코뜰새가 없다는 연예인 생활을 하며 남편 고생은 안 시키는지, 또 육아와 살림은 어떻게 하는지를 꼬치꼬치 물었다. 소녀시절 멤버 김유정(리더), 박수아, 왕희, 현예은 4인이 받아적을 틈도 없이 조잘조잘 답했다.


★집에 있을 때는 `소녀시절` 잠시 잊어요

인터뷰를 위해 모여앉은 소녀시절의 분위기는 `동네 반상회` 같았다. 빙수를 앞에 놓고 "내가 다 먹는다", "언니가 다 먹고 혼자 살 쪄라"라며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인터뷰에 긴장한 아이돌 신예 그룹과는 전혀 다른 푸근함(?)이 느껴졌다.

웬만한 섹시 아이돌 못지 않게 데뷔 초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이들의 포부는 의외로 소박하다. 이들은 "주부에게 한계가 있다는 걸 처음부터 전제하고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리더 김유정은 "데뷔 전에도 데뷔 후에도 `주부`라는 정체성을 잃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입을 뗐다. "저희가 전업 연예인들처럼 24시간 설칠 수는 없어요. 단지 마치 워킹맘이 직장생활을 계속하듯이 10~20년 계속하는 게 꿈이에요. 그런 선례를 마련하면 저희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한테도 좋지 않을까요?"

얼마 전 KBS2 `안녕하세요`에는 소녀시절처럼 가수로 데뷔하기를 꿈꾼다는 30대 주부의 사연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막상 소녀시절 멤버들은 "그렇게 모든 인생을 걸고 가수 데뷔를 꿈꾼다면 우리 그룹에 들어오긴 어렵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저희는 아까 말씀드렸지만 절대 가정, 육아를 버릴 수가 없어요. 그런 생각이 멤버 4명 모두 같았기 때문에 데뷔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를 꿈꾼다는 말에는 기분이 좋긴 했어요. 주부도 꿈꿀 수 있다는 걸 저희가 전달해 준 것 같아서요." 막내 박수아의 말이다.

한 때 걸그룹 연습생이었던 박수아는 또 하나의 놀라운 사연을 들려줬다. "걸그룹 준비를 하다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그 뒤에도 가수로 데뷔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쪽에선 제가 미혼이라고 숨기고 데뷔하는 게 어떠냐고 했어요. 결혼한 게 죄도 아닌데 그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해서 거절했어요." 주부의 정체성은 이미 그때부터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애초에 데뷔를 위한 연습을 할 때부터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연습하고, 멤버들과의 사전 협의를 꼭 거친 뒤 스케줄을 정한다는 약속을 기획사와 했다는 소녀시절은 "집에 있을 때는 소녀시절에 대해 잠시 잊는다"고 털어놨다. 집에 가서까지 가수 활동에 대해 생각하다가는 끝이 없다는 것. 이들에게 소녀시절은 `직장`이었다.


★`노는 주부` 아니냐고? 곱지 않은 시선 알아

"우리가 좀 `노는 주부`처럼 생기긴 했지만, 사실 살림도 꽤나 잘해요." 리더 김유정의 말이다. 진짜 소녀 못지 않은 극세사 몸매에 아이 엄마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보송보송한 피부. 거기에 세련된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은 삐딱한 시선으로 볼 때 `노는 주부` 같기도 하다.

특히 멤버 왕희의 경우 글래머러스한 스타일인데다 노출 패션도 마다하지 않는 과감함을 지녔다. 다른 멤버들은 "왕희 씨가 특히 좀 그렇죠"라며 까르르 웃었다. 그러나 가수로서의 자존심 못지 않게 이들은 주부로서의 드높은 자존심을 갖고 있었다.

슬하에 딸 하나를 둔 서열 3위 멤버 현예은은 "살고 있는 집이 김포"라며 "김포에서 서울 강남 시내로 출퇴근하는데, 정말 아이 맡기고 일하고 연습하다 4시에 딱 끝내고 집에 가도 6시가 넘었다"고 잠시 하소연을 했다. 그러나 현예은은 "그런 만큼 `제대로 하겠나`라는 남편과 가족의 시선에서 벗어나려고 육아와 살림에 정말 더 애썼다"며 "그런 과정을 거쳐 가족의 인정을 완전히 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예은은 또 "부산에서 출퇴근하는 왕희 언니에 비하는 김포는 별 것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막내 박수아는 29살의 젊은 나이지만 딸 둘을 둔 종가집 며느리다. 박수아는 "제일 젊어서 그런지 아이가 둘이라도 회복도 빨랐고 일도 버틸 만 하다"며 웃었다. 김유정과 현예은은 그런 박수아를 보고 "요즘 20대 젊은 여자들이 자기 편한 일만 찾고 개념 없다고들 하는데 수아를 보면 어떻게 저렇게 주어진 일을 다 소화하나 싶다"고 대견한 눈빛을 보냈다.

맏언니이자 역시 딸 하나의 엄마인 김유정은 "사실 체력도 약한 편이고 산후 조리를 좀 잘못했는지 아직도 손 힘이 약해서 걸레 짜는 것도 잘 못하는데도 집안에 먼지가 있는 걸 못 참는다"며 "정신을 차려 보면 내가 또 걸레를 짜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다른 멤버들은 "언니, 적당히 좀 하라"며 이에 일제히 잔소리를 퍼부었다.


사실 소녀시절의 데뷔에 대해 "무슨 아줌마들이 저렇게 설치느냐", "남편들이 고생하겠다", "주부 그룹이라니 어차피 일회성 아니면 이벤트"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고. 멤버들은 이미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김유정은 "주부가 되면 새로 만날 수 있는 인연은 아이 친구 엄마들 정도인데, 이 정도로 생각이 잘 맞는 멤버들을 동반자로 만날 수 있었다는 것부터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이 귀한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면 그런 시선도 사그라들 것"이라고 말했다.


★온가족 총동원된 소녀시절 육아-활동 24시

왕희를 제외한 멤버 3명이 모두 아이를 둔 엄마인 소녀시절에게 가장 궁금한 것이 육아 문제였다.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몇 번씩 `일을 그만두고 내 손으로 아이를 키워야 하나`라는 고민을 한다. 전업주부에서 연예인이 된 소녀시절 역시 똑같은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인데, 해결책은 뭐였을까.

얘기를 들어 보니 다른 집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시동생부터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쓸 수 있는 인력은 총동원되고 있었다. 친정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리더 김유정은 "친정 아버지가 아이를 봐 주신다"며 "24시간 아이한테 붙어 있다가 반나절을 떨어져 있으려고 하니 좀 걱정이 됐는데, 친정 아버지께서 얼마나 책도 많이 읽어 주시고 잘 놀아 주셨는지 훨씬 더 똑똑해졌더라"며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종가집 며느리 박수아는 시부모님의, 현예은은 남편의 전폭적인 도움 없이는 데뷔할 수 없었다고 수줍게 밝혔다.


가족을 고생시키면서 활동을 하는 것 아닌지, 가족과의 관계에 데뷔가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주변의 시선에 멤버 왕희는 "결코 아니다"라고 부정하기도 했다. 왕희는 "데뷔 뒤 남편과의 관계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며 "집에만 있는 것보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하면서 시간을 쪼개 열심히 사는 모습에 남편도 오히려 더 자극을 받고 사랑이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미심쩍게 "한 번 해 봐"라고 했지만, 이제는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고 한 목소리로 응원한다는 가족이 소녀시절 멤버들에게는 공통의 힘이었다.

마지막으로 다음 활동 계획을 물었다. 소녀시절 멤버들은 데뷔곡 `여보 자기야 사랑해`에 이어 좀 더 빠른 템포의 신나는 후속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속사 관계자는 자신있게 귀띔했다. "제2의 `강남 스타일` 정도의 대히트곡이 될 겁니다."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주부들의 비상`에 더욱 기대가 생기는 한 마디였다. (첫 번째 사진 왼쪽부터 소녀시절 박수아, 현예은, 왕희, 김유정)



의상: 조아맘

아이웨어: 리에티

포토그래퍼: 하대한(카메라워크)

헤어/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김태은(파리지엔)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yeeuney@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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