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 악화로 그룹 경영에 변화가 불가피해지면서 현재 삼성그룹 진행중인 그룹 사업·지배구조 재편 작업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지난주 삼성SDS가 전격 연내 상장 발표한 것을 비롯해 최근 삼성그룹의 변화들이 이건희 회장의 건강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이 외부적으로는 그룹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변화의 속도나 방향을 봤을때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라는 변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삼성그룹의 사업·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설이 나온 이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에 우려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2년에도 100일이 넘게 출근을 하지 않고 해외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건강 악화설이 불거진 바 있다.
또 지난해에도 6월 7일이던 이 회장의 신경영 20주년 기념 만찬이 10월 말로 두 차례 연기되면서 또다시 건강악화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8월에도 감기가 폐렴 증상으로 발전해 열흘 정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삼성그룹이 본격적으로 그룹 사업 재편에 나선 것도 이무렵이다.
지난해 제일모직이 패션사업부문을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에 넘기는 대신 삼성에버랜드는 건물관리업을 떼내 삼성에스원에 양도하고 급식업을 분리했다.
또 삼성SNS와 삼성SDS를 합병하고,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미국 코닝에 매각했다.
올해 들어서는 3월 제일모직과 삼성SDI 합병으로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으로 중화학 부문을 정비하고, 삼성증권·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 계열사들의 지분 정리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주에는 이 회장의 3자녀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삼성SDS를 연내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삼성SDS의 상장 추진은 그룹의 3세 승계 구도나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상장을 통해 삼성SDS의 지분을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1.25%)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3.90%),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3.90%)은 2조원대의 자금을 마련해 경영권 승계에 대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로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대비하는 삼성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설령 이번 사업·지배구조 재편과 이 회장의 건강 문제가 무관하다고 해도, 이는 삼성그룹으로서는 극복해야 할 불가피한 불확실성인 이상 미래를 준비하는 모든 시도에서 이에 대비하고 경영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이 최우선으로 전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리 문제는 경영권 승계작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과 순환출자 구조 해소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을 필두로 한 삼성家 3세의 경영권 승계의 향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강 악화로 이건희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마하경영`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마하(Mach) 경영`으로 불리는 일련의 경영혁신은 이건희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선언하면서 본격화됐다.
이건희 회장의 병상 경영이 불가피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역할과 입지가 확대된 이재용 부회장이 본격적인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지에도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현재 급성 심근경색으로 심장 스텐트(stent) 시술을 받은 이건희(72) 삼성그룹 회장은 뇌손상을 막기 위한 저체온 치료를 받고 있다.
저체온 치료를 마치고 정상 체온을 회복할 때까지 48시간이 걸려 이 회장의 의식 회복 여부는 내일(13일) 오전 중에나 파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