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해졌다. 배우 현빈(32)에 대한 이야기다. 서른 초반의 그 남자는 어딘가 모르게 더욱 성숙된 느낌이었다. 영화 ‘역린’(이재규 감독, 초이스컷픽쳐스 제작) 촬영이 힘들어서였을까, 양쪽이 똑같이 나누어 가졌던 볼 살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이상하지 않다. 왠지 제대로 익은 느낌이다. 빨갛게. 아니다. 농후해졌다는 표현이 더욱 맞을 것만 같다. 민간인이 된지 어언 1년, 그에게 공백기라는 것이 존재했었나 싶은 마음은 나만의 생각만은 아니겠지.
현빈은 ‘역린’에서 정조 역을 맡았다. 정조 즉위 1년, 왕의 암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단순히 정조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현빈은 더욱 고심했다. 빛날 때, 물러나야 될 때를 적절하게 매치시키며 제 몫을 다했다. 돌이켜보면 후회만 남는다. 어떤 배우라도 그렇듯 연기에 있어 완벽을 추구하고만 싶었다. 물론, 만족하지 못하는 건 본인 생각일 뿐이다. 스크린 속 찬란하게 빛나던 화난 등 근육. 노력의 결실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
◆ “정조에 완전히 몰입... 원치 않게 정조로 살아”
영화는 허구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역사 영화의 경우, 관객들의 시선은 어느 정도 선입견을 가지기 마련이다. ‘역린’도 마찬가지였다. 현빈이 출연을 확정하며 단숨에 기대작으로 떠올랐기에 더욱 그랬다. 현빈을 이끈 것은 바로 시나리오였다. 사극이라는 장르에 복합적인 이야기를 담았고, 24시간 안에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였다.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고 이해 능력이 발동한다는 점, 현빈도 이 점에 끌렸다.
“사실 크게 재미가 있지는 않아요. 누가 봐도 흔히 말하는 킬링타임 영화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2시간 가량의 시간 동안 즐겁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역린’이 가지는 힘이 커요. 메시지 전달을 하고 싶고요. 진정성은 제대로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재미를 떠나 오랜 시간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대사에도 나오지만 중용 23장에 그런 말이 있어요. 온 정성을 다하라, 그러면 바뀐다. 지금 이 시대에, 그 말이 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역사책에 쓰여 있는 인물이지만 우리가 실제로 본 적은 없다. 그래서 진실이지만 허구가 된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가 그렇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경계선이 그어지게 된다. 그래서 현빈은 더욱 열심히 했다. 정조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자는 시간을 쪼개며 운동을 했으며 활을 쏘고 말을 타는 연습까지 아끼지 않았다. 철저하고 처절하게 자신을 보호했던 정조의 모습을 생각하며 그렇게 자신에게 가혹한 시련을 안겼다. 아무래도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3년간의 공백, 배우에게는 아주 컸을 테니까.
“단순히 현빈이 몸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조가 살아온 흔적이 제대로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죠. 솔직히 이 장면이 영화에 굳이 필요할까, 마이너스 효과를 내지는 않을까 싶더라고요. 아무래도 시각적 효과가 크니까 다르게 이해할까하는 우려가 있었던 거죠. 그래도 그렇게 결정을 내렸어요. 하하. ‘역린’에 정말 깊게 빠졌어요. ‘제대 후 복귀 작이니 보여줘야지’ 그런 느낌이 아니라 스스로 좋았어요. 그래서 원치 않게 정조처럼 살았죠. 12시간 이상씩 촬영을 하고 2~3시간 운동을 더했으니... 군대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 “대중의 기대치... 그냥 기대하지 말아주셨으면”
김태평이라는 본명이 아닌 배우 현빈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지 어언 10여 년.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그는 무럭무럭 자랐다. “그간 많이 일군 것 같냐”는 질문에도 거침없이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는 자신감, 그 말을 함에 있어서 얼굴에 굳은 의지를 내보이는 현빈은 20대를 무척이나 알차게 보낸듯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365일 연기만 하고 지낸 건 아니지만, 앞만 보고 달려간다는 느낌은 어딘가 모르게 남아 있었단다. 배우라는 이름을 걸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연기를 하며 살아왔던 그 시절, 현빈은 지금까지의 그 시간들을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많이 일군 것 같아요. 20대를 한 시즌으로 봤을 때 내가 좋아하는 걸 시작하고 그게 일이 되고, 많은 보상들을 받게 되고. 그렇게 지내다보니까 앞만 보고 달린 느낌이 들었어요. 당시에는 나만을 위한 것이었지만 30대가 되고 나니까 그 범위를 넓히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죠. 개인적인 시간도 20대에는 많지 않았고, 뭘 해도 일이랑 크게 벗어난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추억에 남을만한 것들도. 30대 역시 정신없이 지나가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다양한 곳을 보고 싶어요. 물론, 연기에 대한 다양함도요. 옛날에 했던 작품들을 몇 년이 지난 후 꼭 보는 편이에요. 훨씬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아요. 가까운 과거의 작품은 절대 안 돼요. 하하.”
아직도 현빈 하면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김주원이 먼저 생각난다. 워낙 큰 인기를 얻었었고 하지원(길라임)과의 케미스트리 역시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현빈이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드라마를 한 번 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들도 많다.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줘도 로맨틱 코미디 하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인가보다. 현빈에게 거는 대중의 기대치는 크다. 그래서 그의 넓은 두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든다. 검증된 그 연기 또 한 번 볼 수는 없을까. 사심을 차고 넘치게 담아본다.
“어깨가 무겁죠. 그런데 그것 보다는 기대를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대중은 제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그런 원하는 모습들이 있을 거예요. 그것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기대를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실망이 될까봐 조금은 걱정이에요. 그걸 최소화 시키는 것이 제 의무이기도 하지만... 뭔가 김주원을 바라는 이들에게 정조는 배신과도 같은 거잖아요. 하하. 그런 부분들이 참 어려워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저를 갈고 닦는 건 아니에요. 어떻게 보느냐는 사람들 각자의 판단이니까. 전 그냥 배우 현빈으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조근 조근 말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진지했다. 어찌 보면 그는 로맨틱 코미디와는 거리감이 많은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배우이니 그 어떤 모습도 완벽하고 사랑스럽다. 그에게 최선이 아닌 것은 없었다. 김태평의 그 마음이 계속해서 배우 현빈을 이끌어간다. 10년이 지나도 처음 그 때와 같을 수 있는 이유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충분히 기대할만하잖아. 그런 남자니까.(사진=올댓시네마)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bluenews.co.kr
현빈은 ‘역린’에서 정조 역을 맡았다. 정조 즉위 1년, 왕의 암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단순히 정조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현빈은 더욱 고심했다. 빛날 때, 물러나야 될 때를 적절하게 매치시키며 제 몫을 다했다. 돌이켜보면 후회만 남는다. 어떤 배우라도 그렇듯 연기에 있어 완벽을 추구하고만 싶었다. 물론, 만족하지 못하는 건 본인 생각일 뿐이다. 스크린 속 찬란하게 빛나던 화난 등 근육. 노력의 결실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
◆ “정조에 완전히 몰입... 원치 않게 정조로 살아”
영화는 허구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역사 영화의 경우, 관객들의 시선은 어느 정도 선입견을 가지기 마련이다. ‘역린’도 마찬가지였다. 현빈이 출연을 확정하며 단숨에 기대작으로 떠올랐기에 더욱 그랬다. 현빈을 이끈 것은 바로 시나리오였다. 사극이라는 장르에 복합적인 이야기를 담았고, 24시간 안에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였다.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고 이해 능력이 발동한다는 점, 현빈도 이 점에 끌렸다.
“사실 크게 재미가 있지는 않아요. 누가 봐도 흔히 말하는 킬링타임 영화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2시간 가량의 시간 동안 즐겁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역린’이 가지는 힘이 커요. 메시지 전달을 하고 싶고요. 진정성은 제대로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재미를 떠나 오랜 시간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대사에도 나오지만 중용 23장에 그런 말이 있어요. 온 정성을 다하라, 그러면 바뀐다. 지금 이 시대에, 그 말이 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역사책에 쓰여 있는 인물이지만 우리가 실제로 본 적은 없다. 그래서 진실이지만 허구가 된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가 그렇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경계선이 그어지게 된다. 그래서 현빈은 더욱 열심히 했다. 정조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자는 시간을 쪼개며 운동을 했으며 활을 쏘고 말을 타는 연습까지 아끼지 않았다. 철저하고 처절하게 자신을 보호했던 정조의 모습을 생각하며 그렇게 자신에게 가혹한 시련을 안겼다. 아무래도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3년간의 공백, 배우에게는 아주 컸을 테니까.
“단순히 현빈이 몸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조가 살아온 흔적이 제대로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죠. 솔직히 이 장면이 영화에 굳이 필요할까, 마이너스 효과를 내지는 않을까 싶더라고요. 아무래도 시각적 효과가 크니까 다르게 이해할까하는 우려가 있었던 거죠. 그래도 그렇게 결정을 내렸어요. 하하. ‘역린’에 정말 깊게 빠졌어요. ‘제대 후 복귀 작이니 보여줘야지’ 그런 느낌이 아니라 스스로 좋았어요. 그래서 원치 않게 정조처럼 살았죠. 12시간 이상씩 촬영을 하고 2~3시간 운동을 더했으니... 군대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 “대중의 기대치... 그냥 기대하지 말아주셨으면”
김태평이라는 본명이 아닌 배우 현빈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지 어언 10여 년.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그는 무럭무럭 자랐다. “그간 많이 일군 것 같냐”는 질문에도 거침없이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는 자신감, 그 말을 함에 있어서 얼굴에 굳은 의지를 내보이는 현빈은 20대를 무척이나 알차게 보낸듯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365일 연기만 하고 지낸 건 아니지만, 앞만 보고 달려간다는 느낌은 어딘가 모르게 남아 있었단다. 배우라는 이름을 걸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연기를 하며 살아왔던 그 시절, 현빈은 지금까지의 그 시간들을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많이 일군 것 같아요. 20대를 한 시즌으로 봤을 때 내가 좋아하는 걸 시작하고 그게 일이 되고, 많은 보상들을 받게 되고. 그렇게 지내다보니까 앞만 보고 달린 느낌이 들었어요. 당시에는 나만을 위한 것이었지만 30대가 되고 나니까 그 범위를 넓히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죠. 개인적인 시간도 20대에는 많지 않았고, 뭘 해도 일이랑 크게 벗어난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추억에 남을만한 것들도. 30대 역시 정신없이 지나가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다양한 곳을 보고 싶어요. 물론, 연기에 대한 다양함도요. 옛날에 했던 작품들을 몇 년이 지난 후 꼭 보는 편이에요. 훨씬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아요. 가까운 과거의 작품은 절대 안 돼요. 하하.”
아직도 현빈 하면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김주원이 먼저 생각난다. 워낙 큰 인기를 얻었었고 하지원(길라임)과의 케미스트리 역시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현빈이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드라마를 한 번 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들도 많다.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줘도 로맨틱 코미디 하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인가보다. 현빈에게 거는 대중의 기대치는 크다. 그래서 그의 넓은 두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든다. 검증된 그 연기 또 한 번 볼 수는 없을까. 사심을 차고 넘치게 담아본다.
“어깨가 무겁죠. 그런데 그것 보다는 기대를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대중은 제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그런 원하는 모습들이 있을 거예요. 그것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기대를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실망이 될까봐 조금은 걱정이에요. 그걸 최소화 시키는 것이 제 의무이기도 하지만... 뭔가 김주원을 바라는 이들에게 정조는 배신과도 같은 거잖아요. 하하. 그런 부분들이 참 어려워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저를 갈고 닦는 건 아니에요. 어떻게 보느냐는 사람들 각자의 판단이니까. 전 그냥 배우 현빈으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조근 조근 말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진지했다. 어찌 보면 그는 로맨틱 코미디와는 거리감이 많은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배우이니 그 어떤 모습도 완벽하고 사랑스럽다. 그에게 최선이 아닌 것은 없었다. 김태평의 그 마음이 계속해서 배우 현빈을 이끌어간다. 10년이 지나도 처음 그 때와 같을 수 있는 이유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충분히 기대할만하잖아. 그런 남자니까.(사진=올댓시네마)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blu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