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슈] 일학습병행제, 동반성장 이끈다

이근형 기자

입력 2014-05-28 14:03  

<기자> 올해 고용분야 최고 화두로 떠오르고 있죠. 일하면서 배우는 ‘일학습병행제’, 이 자리에서 올해만 해도 벌써 수차례 소개를 드린 바 있습니다. 학벌중심사회에서 벗어나 청년들의 취업을 돕고, 중소기업 인력난도 해소하자는 취지였는데, 이제는 그 차원을 넘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관련소식 준비해봤습니다.

<앵커> 일학습병행제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데 보탬이 된다 이런 얘기잖아요. 선뜻 이해가 잘 가지 않는데, 두 제도가 어떻게 연계가 된다는 뜻인가요?

<기자> 고용노동부가 우리금융그룹과 함께 추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금융그룹이 중소협력업체들의 직원을 일학습병행제 방식으로 육성하기로 결정했다는 얘깁니다.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금융소프트웨어 전문가를 키워서 바로 업무로 투입하게 되면 아무래도 인력을 다시 하나부터 열까지 교육해야 하는 부담이 적겠죠. 중소업체들이 각기 직원들을 교육시키려면 비용도 상당할테고요. 정부 지원을 통해서 실무능력을 갖춘 중소협력업체 새내기들을 뽑기로 한 것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특별히 이번에 금융IT분야에 있어서 일학습병행제도가 추진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금융IT보안 문제가 최근 몇 년간 계속 화두로 떠오르고 있죠. 농협은행 전산사태를 비롯해서 크고 작은 전산사고들이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는데요. 특히 올해 초 같은 경우 주요 카드사 세곳에서 1억 4천만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동안 계속돼 오던 금융IT전산보안 문제에 불을 붙인 격이 된 사건이 바로 이 사건이었고요.

<앵커> 금융IT보안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인력도 더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얘긴가요?

<기자> 맞습니다. 금융당국에서는 금융전산보안을 위해서 금융 IT인력을 전체 직원의 5% 이상 반드시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때문에 그동안 금융회사들은 최소기준인 5%선에 맞춰서 IT인력을 유지해왔습니다. IT전산보안 분야에 대한 관심이 그동안 상당히 저조했다는 얘깁니다. 그러다가 올해 초 사상 초유의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사건이후에 우리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사게 된 것이죠.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대형 은행들은 앞다퉈 IT인력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KB금융지주는 올해 카드사 신입직원 35명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16명을 IT관련 직원으로 뽑았고, NH금융지주 역시 IT인력을 43명에서 50명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신한금융은 보안인력이 지난 2011년 45명에서 지난해에는 130명으로 세배가까이 늘었습니다.
앞으로 스마트뱅킹이 더 발달할테고, 또 개인정보유출이나 보이스피싱, 파밍과 같은 신종불법사기도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IT인력 수요는 계속해서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지만 금융회사라는 곳이 백신 만드는 바이러스 연구소도 아니고요. 예금 대출 이런 것들이 본업이잖아요. 아무리 전산보안을 열심히 관리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이 IT보안을 독자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협력업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고용노동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우리금융지주도, IT보안 인력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도 있습니다만, 주로 금융소프트웨어분야를 담당하는 전산업체를 별도로 지정해서 운영하고 있거든요. 단순히 보안분야뿐 아니라 전산분야 전반을 담당하는 협력업체들이 많습니다. 현재 우리금융그룹하고 금융IT서비스 분야와 관련해 협력하고 있는 중소기업만 93곳에 달합니다.

<앵커1> 93곳이요?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많네요.
<앵커2> 하긴 전산시스템이라는 게 금융서비스를 운영하려면 필수적이니까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요. 전국에 은행 지점만 수천개잖아요. 이 지점들 전산을 모두 한곳에서 관리할 수는 없을테고요.

<기자> 맞습니다. 그러니 고용노동부 입장에서도 이번 프로그램이 참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전산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은 만큼, 이들을 지원함으로써 대기업과 상생도 유도하고 동시에 일학습병행제를 확산하는 데에도 기여를 하고 말입니다.

<앵커> 일학습병행제를 금융IT서비스 분야에다 접목시키겠다 이 얘긴데,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되나요?

<기자> 일단 이번에 교육받는 인원은 30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금융 93개 협력업체 가운데 10~30개 기업에서 우선 선발을 해서 직업훈련에 나서게 됩니다. 인원이 왜이렇게 적냐 싶으실 수도 있는데, 시작단계부터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뽑는 것은 리스크가 클 수 있습니다. 일학습근로자라는 게 특성화고와 같은 학교 교육과정 중에 기업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부분을 포함시키는 방식이죠. 학생은 기업에서 일하는 부분을 학교 수업의 일부로 인정받을 수 있고 기업입장에서는 학생들을 본인들이 원하는 인재로 맞춤형으로 키워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윈윈입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금융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학습병행제가 도입된 사례는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IT전공 학력이나 자격증 취득자와 일학습병행제 수료자를 동등하게 놓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성과를 통해서 앞으로 이 제도가 정착할 수 있을지도 가늠해볼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장 고용노동부와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업무협약을 1년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양쪽 가운데 어느 한쪽에서라도 반대를 할 경우 협약을 재연장하지 않지만, 반대가 없을 경우에는 협약을 계속해서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제도 자체가 학생이나 기업 모두에게 유익할 수는 있겠지만 뭔가 정부차원에서도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죠. 일단 이번 협약의 내용을 보면 훈련 수료자에 대해 근로조건을 보호해준다는 조건이 달려 있습니다. 유사한 수준의 자격이나 학력을 가진 사람과 이번 훈련 수료자를 최소한 동등하게 대하거나 그 이상으로 처우해 준다는 조건도 포함됐습니다. 이건 학벌과 스펙중심 사회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볼 때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부분이겠죠. 사실 당연할수도 있습니다. 4년제 대학 졸업하고 실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보다, 실무교육을 1년동안 받고 입사한 사람을 더 우대해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이번 일학습병행 훈련과정에 선정되는 중소기업들도 주로 수료생에 대해서 인사상으로 우대조치나 처우개선을 하겠다고 약속한 업체들이 우선적으로 선정될 전망입니다. 훈련생들에 대해서는 태블릿PC와 이러닝 시스템과 같이 교육훈련을 위한 인프라가 전적으로 지원됩니다.

<앵커> 교육은 누가 담당하게 되는 건가요? 사실 학생들이 금융소프트웨어 분야를 공부한다고 해도 기초지식을 쌓는 부분부터 쉽지가 않을 것 같은데요. 갑자기 실무전선으로 내보내도 괜찮은건가요?

<기자> 그렇죠. 아무래도 바로 실무에 투입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를테고요. 그래서 한국 폴리텍 대학교가 나섭니다. 한국폴리텍 대학 성남캠퍼스에 금융소프트웨어반이 이번에 새롭게 신설됩니다. 특성화고 과정 고등학생이 3년 중에 2년을 학교에서 공부하고, 마지막 1년을 기업에서 실무를 통해 배우는 형식이 일학습병행제도의 기본 골격이죠. 마지막 1년과정 가운데 6개월은 폴리텍 대학에서 배우고, 나머지 6개월을 직접 해당기업으로 가서 배우게 됩니다.
폴리텍대학에서는 현장투입에 필요한 실무능력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국내 어느 교육기관보다도 실무능력을 키우는 데 가장 최적화된 교육기관이 폴리텍 대학이죠. 그 후에 해당 중소업체나 우리금융그룹 IDC센터(인터넷데이터센터)에서 현장실무교육을 이어가게 됩니다.
우리금융그룹에서는 금융IT 전문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강사를 지원합니다. 실무 노하우와 현장학습도 제공되고요.

<앵커> 정부와 대기업이 중소협력업체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이렇게 개발된 인력이 다시 대기업의 성장을 받쳐주는 ‘동반성장’의 새로운 고리가 만들어지는 셈인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프로그램이 잘 정착이 되어서, 금융소프트웨어 분야에 일학습병행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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