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일대일' 김영민, 김기덕의 제대로 된 신의 한 수

입력 2014-06-06 09:38  

배우 김영민(43). 낯익은 얼굴이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모습인데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 그 얼굴?’이다. 작품에서 많이 봐왔지만 주연 배우가 아니기에 엔딩크레딧에서나 확인이 가능한 배우. 그런데 이 모든 걸 단번에 엎을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일대일’(김기덕 감독, (주)김기덕필름)을 통해서 말이다. 1인 8역을 아주 깔끔하게 해낸 배우. 김기덕 감독은 `일대일`이 관객의 선택을 많이 받지 못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참회하기도 했지만, 그와 별개로 김영민의 모습은 영화로 꼭 확인할 만하다.



지난달 22일 개봉된 영화 ‘일대일’은 모두가 애써 외면했던 대한민국의 가슴 아픈 단면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낸 작품이다. 김영민은 이번 영화에서 무려 1인 8역을 연기하며 짧게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영화 ‘수취인 불명’(01)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김영민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03)에 이어 11년 만에 다시 김기덕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 “준비할 시간 없어 막막... 느낌만 믿고 가”

11년 만에 다시 만났다. 김기덕 감독이 몇 번 제안했지만 공연 때문에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난 김기덕 감독이 김영민의 안부를 물었고 “연락할게”라는 말을 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그런데 정말 얼마 되지 않아 김기덕 감독이 연락을 해왔고, 김영민과의 인연은 다시 이어졌다. 1인 8역.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쉽지 만은 않았을 법한데 제법 덤덤한 모습이었다.

“욕심도 생겼지만 걱정도 됐죠. 김기덕 감독만의 스타일이 있으니까. (웃음) 준비를 할 시간도 없었으니까요. ‘어떻게 해야 돼요?’라고 물으니 ‘알아서 잘 해요’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김기덕 감독과 작품을 두 번 같이 했으니까 책임감은 생기는데 답은 없는 거예요. 크랭크인을 하고 다 몰아서 찍으니 이건 산 넘어 산이고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봤을 때의 그 느낌만 따라 갔어요. 이걸 믿고 가야지, 그러지 않으면 괜히 여러 가지 생각 때문에 치이겠다 싶었죠. 워낙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호흡을 좋아하시니까 ‘내 느낌을 믿고 가자’ 했어요.”

김영민이 가장 처음에 연기하는 오현은 영화 속에서도 가장 평범한 캐릭터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표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얻은 직장인데, 하라면 해야지’라는 대사가 그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오현은 그렇다. 어떤 조직에서 시키는 그대로 일을 저지른다. 밥을 먹고 살아가야 되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은 시키는 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활은 전혀 녹록치 못하다. 우리의 현실이 눈앞에서 그려지니 이렇게 답답할 수도 없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잖아요. 그 중에서도 유학을 갔다 와서 취직을 못하는 20대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도 다 겪었던 거라 깊게 공감이 갔어요. 20대 후반, 30대 초반 후배 배우들에게 ‘안 힘들어?’라고 묻는데, 저도 그런 시절이 있으니까 어떻게 사나 싶더라고요. 아직도 학자금을 갚고 있어요. 생활을 하는 것도 힘들 텐데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안타깝기도 하면서 대견하기도 했어요. ‘그 때의 나도 그랬겠지’라는 생각이 들고. 그런 부분들이 충분히 공감대로 작용할 것 같아요.”



◆ “시적인 느낌, 가슴 뭉클한 느낌이 참 좋아...”

김영민의 1인 8역은 김기덕 감독의 제대로 된 신의 한 수 같았다. 오현으로 나올 때 관객들은 진지하게 연기를 보지만 지나갈수록 같은 사람이 다른 분장을 하고 나오자 웃음부터 터뜨리고야 만다. 김기덕 감독 영화에서 웃음이 터지니 이렇게 신기할 수가 없다. 그러나 결코 영화의 흐름이나 분위기를 방해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웃음. 그래서 더 신기할 수밖에.

“무슨 사고 칠까, 무슨 짓을 저지를까 하는 기대감이 커서 웃음이 터진 것 같아요. 영화는 찍을 때는 모니터가 없거든요. 어떻게 나오는지 김기덕 감독 밖에 몰라요. 하루 동안 열심히는 찍고 있는데, 나름 잘하려고 하긴 하는데, 충실하게 하고는 있는 것 같은데 도저히 모르겠으니까 그냥 믿고 갈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언론시사회가 더 기다려졌어요. 시사회 전에는 보여주지 않으니까요. (웃음) 여러 인물을 다르게 괴롭혀야 되니까 제대로 신경을 긁자 다짐했었죠. 하하.”

마치 그 연기는 애드리브 같았다. 저렇게 세세한 디테일을 어떻게 글로 쓸 수 있을까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애드리브를 억지로 막거나 그러지는 않지만 애드리브 할 여지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 범위 내에서 바뀌지 않을 정도로는 해도 된다고 하지만 일단 대사 외우기가 힘들어 애드리브를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전혀 애드리브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모두 김기덕 감독이 쓴 대사였던 것이다. 대사 하나하나를 버리기에는 애착이 묻어났고 그래서 함축을 요했던 김기덕 감독이 그걸 다 풀어버렸다. 영화 전체에서 대사가 가지는 힘은 상당했다.

“설명적이잖아요. 그 부분이 오히려 좋았어요. ‘어떤 마음으로 이걸 했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죠. 말은 안했지만 분노하고, 슬퍼하고, 상처받고, 노여워하는 마음들이 숨어 있어요. 시적인 느낌, 가슴이 뭉클한 느낌...그게 좋았죠. 머릿속으로 느꼈던 게 감각적으로 와 닿아서 감동적이었어요. 김기덕 감독이 시사회가 끝난 후 저를 보면서 ‘슬프네’라고 하시면서 손을 꼭 잡으시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절 ‘일대일’로 끌어들인 것 같아요.”(사진=핑크스푼)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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