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6%로 동시간대 꼴찌에서 1위로 우뚝 선 드라마가 있다. 바로 얼마 전 종영을 한 KBS 2TV 월화 드라마 ‘빅맨’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 굴지 기업의 비리와 결국은 올바른 사람이 세상을 갖게 된다는 교훈 같은 이 드라마는 첫 방송 시청률보다 무려 2배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빅맨’을 성공으로 이끈 일등공신, 빅맨 같은 배우 강지환이 있었다.
국내 최고의 기업의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목숨이 위험하자, 이 기업은 아들에게 필요한 심장을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심장을 갖기 위해 살인을 계획하지만, 끝내 이 기업은 심장의 주인공 강지환에게 패하고 만다. 현실에서 있을 수 없고, 있어서는 안 되는 ‘빅맨’의 숨겨진 이야기는 무엇일까. 최근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강지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지혁이라는 캐릭터, 말이 양아치지 生양아치와 달라요”
강지환이 ‘빅맨’에서 연기한 김지혁이라는 캐릭터는 시장을 누비며 자유롭게 사는 인물이다. 걱정도 없을 거 같던 그가 갑자기 국내 최고의 기업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어두울 것만 같았던 그의 인생에도 빛을 보게 된다.
“생양아치 역할에 거부감은 없었어요. 시장통에 있는 사람이 대기업의 리더가 되는 게 현실적으로 이해가 되나요? 현실적으로 거부감 없게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순수함을 잃고 싶지 않더라고요. 김지혁이라는 캐릭터는 머리가 좋고 똑똑하기 보다는, 이 친구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포기하지 않는 것 때문이에요. 그 나이대 사람이 아니라 어린 아이 같은, 조금은 만화적인 이미지를 놓지 않으려 노력 했어요”
전작도 복수를 하고 검사가 되는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다. 강지환은 ‘빅맨’에서도 복수를 꿈꾸고, 결국 정직한 세상,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기업의 사장님으로 성공한다. 비슷한 면이 있는 캐릭터 때문일까. 강지환은 “대본이 나왔을 때 특별한 거부감은 없었어요. 전작과 비슷한 면이 있었지만, 캐릭터에서 벗어나려고 순수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요. ‘돈의 화신’때는 소속사 문제도 있고, 이전이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었다면 ‘빅맨’은 후반부에 첫 골을 넣은 기분이죠. 힘든 시간 다음에 좋은 결과물이 있었으니까요. 사실 ‘기황후’라는 드라마 때문에 ‘빅맨’ 출연은 엄두도 못 냈죠.(웃음) ‘닥터이방인’, ‘트라이앵글’ 모두 좋은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 ‘밀회’가 겁나더라고요. 유아인 씨, 김희애 선배님이 사랑을 한다는 데 누가 안 보겠어요. 종편 최고 시청률이라고 하기도 하고, 배우 자존심에 금이 가더라고요. 불안해서 더 이를 악! 물어죠”
“최다니엘, 이다희 같은 후배들. 정말 잘 하더라고요”
MBC ‘굳세어라 금순아’를 통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강지환은 여러 작품을 통해 꾸준히 연기 활동을 했고, 어느새 든든한 후배 연기자들도 생겼다. 특히 ‘빅맨’ 주연 중 나이가 가장 많았던 강지환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해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 훈훈한 선배의 모습이었다.
“제가 누구 연기를 평가할 입장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후배한테 ‘연기 잘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어요. 나도 최선을 다했지만 내 부족한 부분을 최다니엘이 잘 해준 거 같아요. 상황에 맞게 소리도 지르고, 힘들고 부족했던 부분을 다니엘이 채워준 거죠. 술자리에서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다니엘이 술을 못 마셔요. 현장에서 다니엘을 칭찬해주니까 분위기가 어색하고 싸하더라고요. 창피했지만 그렇게 이야기 하고 싶을 정도로 최다니엘에게 고마워요”
배우들의 호흡, 스태프, 감독 등 모든 박자가 알맞게 떨어진 ‘빅맨’이여서 였을까. 어느 누구 하나 연기력 혹평도 없었고, 시청률은 날로 상승하면서 동시간대 1위에 우뚝 섰다. 특히 그동안 국내 최고의 기업 ‘현성그룹’에 속수무책 당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강지환은 결국 ‘강지환 표’ 정직하고 깨끗한 세상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시청률 1위, 역전 골 넣었구나 싶었죠"
그는 “종방연이 마지막 회 하는 날이었어요. 시청률 1위? 기대 안 했죠. 따뜻한 결말이 조금은 흔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방법은 없더라고요. 그래도 ‘빅맨’에 대한 호평이 많아서 기분 좋게 술 마시고 잤는데 메시지가 50개가 넘게 와 있더라고요. 역전 골 넣었구나 싶어서 기분도 좋았죠”
시청률 6%로 시작해 2배가 넘는 수치고 화려한 종영을 한 ‘빅맨’이다. ‘빅맨’이 있었기에 강지환이 존재했고, 강지환이 존재했기에 ‘빅맨’이 더욱 빛났다. 더불어, 소속사와의 싸움을 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낸 그에게 1년 만에 복귀한 ‘빅맨’이라는 작품은 더욱 값졌을 터.
강지완은 “사실 상이 중요한 건 아닌데 생각을 해 봤어요. 대상? 최우수상? 싶었는데 갑자기 ‘정도전’ 조재현 선배님이 떠오르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어깨 피고 기분 좋게 시상식 갈 거 같아요. 시상식 때 상을 받는다고 대우가 달라지고 몸값이 올라가지 않지만 기분이 좋잖아요. 힘든 시간이 눈 녹듯이 사리질 거 같아요”
특히 가진 건 없지만 사람에 대한 신뢰, 사람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김지혁을 연기한 탓일까. 강지환은 이번 작품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항상 매니저나 누가 챙겨주면 그게 다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느낀 건 솔선수범이죠. 내가 먼저 보여주고 끌어주는 게 진정한 리더고 우리 시대에 많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ㄴ꼈어요.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위치가 되었을 때 연극 무대에 서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고, 누릴 수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게 참 좋은 거 같아요. 김지혁이 바라는 세상은 곧 강지환이 바라는 세상이죠”
<사진=와이트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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