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전격적으로 자진사퇴한 것은, 악화된 여론의 벽을 넘기에는 국정에 주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성근 후보자는 과거 음주운전 경력에 청문회 위증, 청문회 후 `폭탄주` 회식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야당의 집요한 낙마표적이 됐었다. 여권내에서도 그에 대한 불가여론은 점점 커져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지난 14일로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이 끝나자, 다음날 김명수 후보자는 지명 철회한 반면 정 후보자에 대해서는 보고서 채택을 국회에 재요청했다.
이런 모습은 박 대통령이 정성근 후보자의 임명을 끝내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무수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총리후보자들의 연이은 불명예 낙마에 이어 장관후보자마저 2명이나 물러날 경우, 국정공백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성근 후보자 임명 강행은 한마디로 `무리수` 였다.
이는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으로 형성된 `소통정치` 분위기를 와해시키는 것은 물론 "청와대에 할 말을 하겠다"던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에도 정치적 부담을 주는 최악의 수가 될 수 있었다.
정치적인 뇌관으로 부상한 정성근 후보자 임명 강행 논란은 결국 정 후보자가 16일 오전 자진사퇴를 발표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는 물러나면서 "공직후보자로서 국민여러분께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마음을 어지럽혀드렸다"라고 사퇴의 변을 남겼다.
청와대도 결국 정 후보자의 임명 강행은 정치적 득보단 실이 많다고 결론을 내려 그의 자진사퇴를 수용했다고 보여진다.
모처럼 야당과의 `소통정치` 복원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판단과 7·30 재보선에서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었다.
6·4 지방선거와 더불어 이번 7.30 재보선은, 사실상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기에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의 임명강행으로 발생할 여론의 악화 가능성을 크게 우려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의식해 새누리당 측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청와대에 정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전달해왔다.
한편 일각에서는 야당이 추가 폭로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돈 것도 정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게 한 결정적 원인으로 분석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기 전인 이날 오전 SBS 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에게 제보가 들어온 여러가지 사안들이 있는데, 교문위원들이 `입에 담기조차 참 싫은 내용`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며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교문위원들도 아마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측에 접수된 제보는 `여자 문제`에 관련된 사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측은 전날 오후 새누리당 교문위원에게 이러한 의혹을 알리면서 "빨리 사퇴시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관계자는 "한 의원실에 정성근 후보자의 10여년전 `여자문제`에 대한 제보가 접수됐으며, 해당 의원실이 해당 여성 어머니의 증언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정성근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인해, 박 대통령으로서는 총리 후보 연쇄 낙마에 이어 장관 후보자까지 2명이나 물러나게 되면서 인사참사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야당의 공세는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 교문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사필귀정이다. 인사추천과 검증시스템이 완전히 고장 나 있다는 것"이라면서 "청와대는 분명하게 사과하고 책임자를 엄중하게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