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일. 진도실내체육관에는 아직도 시신을 찾지 못한 열 가족이 남아있다. 세간의 관심은 온통 국회에 쏠려있지만 실종자 10가족의 소망은 오로지 하나, 하루 빨리 시신을 수습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특히 자식을 잃은 단원고 5명 부모님들의 사연은 저마다 절절하기만 한데.... 진도 실내체육관과 맹골수도 수색현장 100일간의 생생한 기록.
진도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갑작스런 사고 소식에 통곡소리로 가득 찼던 진도체육관은 석 달이 지난 지금 썰렁하리만치 한산해졌다. 10명이라는 수만큼 줄어든 관심에도 부모들은 오로지 내 아이를 찾겠다는 간절한 바람으로 음식을 차리고, 매일 바지선에 오른다. 팽목항에서 바지선까지는 1시간 반. 가족들은 그 먼 곳까지 찾아와 지친 잠수부들을 격려하고 밤늦도록 아이 소식을 기다린다.
하지만 사고 해역은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맹골수도. 애타는 마음에 비해 더디기 만한 수색 작업에 가족들의 마음은 타들어만 가고, 결국 답답한 현실에 참다못한 현철 아빠는 울분을 토해내는데……
밤낮 없는 잠수부들의 수색 작업 현장
수심 48m, 맹골수도의 거친 물살에 잠수부들은 늘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유속이 조금이라도 느려지면 바로 작업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격실도 붕괴되어가고 시신 위치조차 알 수 없어 위험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유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외면할 수 없다는 잠수사들이다. 바지선 위에서 모니터로 수색 상황을 지켜보며 밤낮 없이 작업하는 잠수부들의 24시.
부모들의 간절한 기다림
자리가 하나둘씩 비어갈수록 남은 가족들은 체육관을 마지막으로 떠나는 사람이 자신이 될까봐 두렵기만 하다. 그 중에서도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다윤이 엄마는 사람들이 떠날 때마다 그 시간을 보내기가 더욱 힘이 든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수학여행을 가지 않으려 했던 다윤이를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억지로 보냈던 이모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아픈 동생 옆에서 다윤이의 소식만을 애타게 기다린다.
하나 밖에 없는 외동딸을 잃은 지현이네도 기약 없는 기다림이 힘든 건 마찬가지. 결혼한 지 8년 만에 어렵게 얻은 딸이기에, 아버지는 딸을 찾기 위해서 매일 바지선에 오른다.어디에 있는지 알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래서 오늘도 지현이 아빠는 딸과 연결되었던 마지막 5초간의 통화를 하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다.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따뜻한 위로
기다리는 시간이 힘겹기만 한 진도체육관 가족들에게도 힘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시간 날 때마다 찾아와주는 희생자 유가족들이다.
한재창 씨는 하나밖에 없는 딸 세영이를 사고 3일 만인 4월 20일에 찾았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일찍 돌아왔지만 자식 못 찾은 아픔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에 세영이 아빠는 힘들어도 진도에 찾아와 가족들의 운전기사를 자청한다.
4월 20일은 장환이가 돌아온 날이기도 하다. 장환이 아빠 역시 조금이나마 실종자 가족들에게 힘이 되고자 진도로 내려왔다. 팽목항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어서 찾길 바라는 마음에 자신의 목걸이를 전달할 뿐이지만, 아이가 먼저 나온 것만으로도 실종자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