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N] 당국 집안싸움에 금융권만 '뭇매'

김정필 부장

입력 2014-07-21 17:01  

<앵커>
최근 금융당국내 분열 양상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사들에 대한 제재와 감독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지수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 이지수 기자 리포트

금융감독원은 최근 자산운용사 7곳을 검사하면서 직원들의 업무용 메신저까지 검열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일어난 금감원의 이런 무리한 검사방식 뿐만 아니라 검사결에 대해서도 심기가 불편합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일 자산운용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없애는 것과 더불어 운용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금융위가 해당산업을 살리겠다고 나섰는데 금감원은 찬물을 끼얹고 있는 셈입니다.

KB금융과 임영록 회장에 대해 금감원이 중징계 방침을 통보한 것에 대해서도 금융위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금융위원회 관계자
“카드분할시 금융위 승인 받도록 하고 있다. 그건 과태료 사항이고 그것 때문에 중징계 할 수 없다. 고객정보관리인으로서 책임 물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외에 왜 중징계인지는 들여다 보고 있다. 금감원에서 법률적용 해서 사전통지 한 것 때문에 금감원이 어떻게 법률적용 했는지 보고 있다”

금융위가 금감원이 행사하는 감독권과 제재권을 오는 9월부터 변경하겠다고 하면서 두 기관의 갈등은 지난 정부 시절 분리된 이후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KB금융에 대한제재가 2개월 가까이 길어지는 한 요인도 당국내 불협화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 과거처럼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인터뷰> 금융권 관계자
“금융당국 속을 저희가 알 수 없으니 지금 하루하루 분위기가 바뀐다”

금융사들에게는 `저승사자`로 통하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볼썽 사나운 갈등 속에 가뜩이나 어려운 금융사들의 한숨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이지수입니다.

<앵커>
금융위와 금감원이 엇박자를 내는 것은 이번 한 두 번만이 아닙니다. 각종 규제완화, 제재, 정책 관련 등 사사건건 집안싸움이 일기 일쑤인데요. 취재기자와 점검해 보겠습니다 경제팀 김정필 기자 나와있습니다. 금융당국의 불협화음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기자>
간단히 말하면 관료집단인 금융위, 반민반관인 금감원간 ‘밥그릇 싸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 관련법의 제안과 심의, 감독기구에 대한 행정 지도, 이를 집행하고 문제가 생기는 지 감독하고 어겼을 때 제재하는 두 기관 간에 사실상 주도권과 파워가 어느 쪽에 실리느냐의 문제에 매번 충돌히는 셈입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해묵은 갈등은 2008년 금융위가 금융정책·감독권 등을 가져온 이후부터 촉발된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금융권 안팎을 떠들썩하게 했던 저축은행 사태 때 책임을 떠 안은 금감원의 누적된 불만, 감독과 제재를 시행하는 금감원과 상급기관인 금융위로부터 유권해석, 행정지도 등을 받아야 하는 구조 등에서 비롯됐다는 것입니다.

수수료 체계, 영구채, 위안화예금, 기업구조조정, 가계부채 등 각종 사안과 관련해 금융위와 금감원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곤 했는데요.

김석동 전 위원장과 권혁세 전 금감원장 때도, 그 이전에도, 최근에는 신제윤 위원장과 최수현 원장 때까지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동양사태, 고객 개인정보유출 등이 불거지며 이와 관련한 책임론, 수장 사퇴론, 제재·감독권 강화냐 축소냐,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과 맞물리며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입니다.

결국 파워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일종의 `밥그릇 싸움`, 기관 이기주의를 여전히 버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입니다.

<앵커>
앞서 기자의 리포트에서 본 것처럼 자산운용사 규제·검열건 외에 금융위와 금감원의 엇박자는 최근 LTV·DTI논란, KB금융 제재 건에서도 불거지는 양상인데요. 어떤가요?

<기자>
최근 자산운용사 규제 완화, 검열 등으로 인한 불협화음은 금융위와 금감원간 마찰의 일부분이라 할 정도로 이 두 기관간의 평행선 긋기는 어제 오늘일이 아닙니다.

실무선간 사전 조율·협의 미비에 따른 것으로 한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인데 이 같은 양상은 수장들에게서도 볼 수 있습니다.

비근한 예가 LTV·DTI 규제 완화건입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후보자로 임명되자 마자 LTV, DTI 완화 신호를 내자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은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습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최경환 당시 후보자의 스탠스를 적극 지지하는 발언을 했는데요.

금융정책기능이 없는 금감원의 수장으로써, 당시 금융위와 사전 협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때의 발언으로 금융위의 심기가 불편했던 것은 물론이고 월권 논란까지 일었던 바 있습니다.

최수현 원장의 발언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이전의 금융위원장들은 물론 금융위는 LTV·DTI 완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던 중이었는데요.

외견상 실세 부총리 발언을 금감원장, 여타 부처 기관장들이 거드는 모양새가 됐고 이를 신제윤 위원장만 정면으로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했다는 분석입니다.

각종 금융사고 책임론, 수장 교체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실세 부총리의 규제 완화 시그널에 금감원장이 치고 나가자 어떤 형식으로든 금융위도 화답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입니다.

논란을 겪으며 ‘합리화’라는 표현으로 기존 규제완화에 대한 유보적인 입장에 큰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변화된 스탠스를 취하기에 이릅니다. 금융위원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신제윤 금융위원장/정무위 업무보고
“금융정책은 금융안정도 있지만 실물경제 지원도 있을 수 있다 꼭 주택정책이라고 못 박을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메크로 정책 중 하나라면 검토해 보겠다는 뜻이다”

또 하나의 사례는 최근까지도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는 KB CEO 제재건인데요.

여기에서도 미묘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임영록 회장의 중징계를 놓고 감사원이 제동을 걸었고 밀어붙이기 징계 아니냐는 논란에 최수현 원장은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최수현 금감원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최수현 금감원장/ 수출중소기업 간담회
“(KB CEO제재) 양비론 관점에서 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위 고하 막론하고 그 누구든 부당 불법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적절한 조치 제재를 하는 것이 감독원장의 중요 책무중 하나다“

최수현 원장이 KB CEO 제재에 중점을 두고 있고 원칙을 고수할 것임을 재차 강조한 것인데요.

중징계 결정을 사전통보한 데로 확정하지 못할 경우 금감원장과 금감원의 위상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지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중징계의 적정성, 감사원 개입, 각종 로비 논란에 얽히는 등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중징계 관철이나 어느 한 쪽의 경징계냐, 두 명다 경징계냐에 따른 후폭풍 등 모두 여의치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제재 일정만 계속 연기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올 정도입니다.

신제윤 위원장과 금융위는 감사원의 결과가 나올 때 까지 기다려보자는 입장으로 최수현 원장, 금감원과 어느 정도 일정부분 선을 긋고 있는 모습입니다.

각종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론, 금융수장 교체론, 제재·감독권 강화냐 축소냐에 따른 이해관계 상충, 기관 이기주의 등으로 미묘한 온도차는 그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책임론과 관련한 수장 교체론은 어느 정도까지 윤곽이 나오고 있는 지?

<기자>
지난번 개각때는 빠졌지만 그것이 금융위원장이나 금감원장에 대한 유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 금융권 안팎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동양사태, 정보유출, 제재와 관련해 8월에 단행될 차관급 인사, 금융팀 인사에서 과연 금융위나 금감원 수장의 교체가 단행될 지 양 기관이 예민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중 누가 이미 청와대와 실세의 컨펌을 받고 누구는 받지 못했다를 비롯해 2배수 후보에 누가 포함됐다. 리스트가 올라갔다. 차기에 누가 내정됐다 등 각종 관측과 설이 무성합니다.

위원장 또는 원장의 유임이냐 교체냐에 따라 다수의 정책과 현안, 제재건에도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금융권 안팎은 인사 이슈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앵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계속 미뤄지고 있는데요. 금융위와 금감원간 정책 파열음에 대한 부담, 감독체계 개편 지연 부담은 결국 금융권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 아닌 지?

<기자>
금융위가 추진중인 것 중 하나가 바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입니다.

금융위는 감독· 제재권 일부를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금감원은 현재 감독·제제권을 강화하거나 유지하는 방안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결국 모든 힘이 검사권과 제재권에서 나오는 이유에서입니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의 권익강화가 명분이지만 사실 속내를 보면 이 역시 양 기관의 주도권을 놓지지 않기 위한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금감원 외에 또 한 명의 시어머니를 모셔야 돼 마냥 달갑지 만은 않습니다.

지금도 검사와 제재, 각종 정책 관련해서 엇박자를 내고 혼선을 빚는 상황에서 금소원이 따로 설립되면 업무중복, `밥그릇 싸움`으로 인한 병폐 재연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수수료 체계나, 가계부채 문제, 자산운용사 규제완화·검열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금융당국의 엇박자, 책임 미루기, 성과·주도권 경쟁, 권한 행사 등의 등쌀에 금융개혁의 취지가 퇴색되는 것은 물론 업계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늘상 혼란스럽고 계획을 세우는 것 마저도 녹록치 않다고 토로합니다.

금융산업 발전, 금융건전성 확보, 금융소비자 보호 등 명분은 매번 같은 데 왜 때만 되면 금융위와 금감원의 통합, 금융감독체계 개혁이 불가피하다가 반복되는 지 되짚어봐야 할 때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경제팀 김정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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