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신의 한 수' 김인권, 볼 배급의 마술사 지단이 되다?

입력 2014-07-23 14:20   수정 2014-07-23 15:12

주연이든 조연이든 자신이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배우 김인권(36). 그는 어느 자리에서나 최선을 다한다. 그렇기에 더욱 반짝반짝 빛난다. 여러 캐릭터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으며, 모두가 빛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꽁수’는 김인권이기에 가능했다.



김인권을 비롯해 배우 정우성 안성기 안길강 이범수 이시영 최진혁 등이 출연하는 영화 `신의 한 수`는 범죄로 변해버린 내기바둑판에 사활을 건 꾼들의 전쟁을 그린 액션영화다. 2일 전야 개봉 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 `퀵` `신의 한 수` 조범구 감독의 조언

김인권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영화 ‘트랜스포머4-사라진 시대’(이하 ‘트랜스포머4’)를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보고 나서는 바로 조범구 감독에게 문자를 보냈단다. 그는 ‘신의 한 수’와 ‘트랜스포머4’가 주는 즐거움이 다른 지점이라 생각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김인권은 다른 작품을 할 때도 그렇지만 ‘경쟁작이 신경 쓰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신의 한 수’가 주는 즐거움과 ‘트랜스포머4’가 주는 즐거움이 다른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로봇은 무생물이고 저희는 멋진 남자들의 육체가 나오니까.(웃음) ‘신의 한 수’가 흥행 중이라 너무 좋죠. 다행스러워요. 조마조마했어요. 어떻게 될까 걱정을 많이 했죠. 조범구 감독님과 영화 ‘퀵’에 이어 이번에도 같이했어요. ‘퀵’은 300만이 들었죠. 나쁘지 않은 기록이지만 이번에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신의 한 수’는 감독님의 회심의 작품이에요. 특히 충무로의 대선배들을 모시고 한 작품이었고, 한국영화의 자존심이 걸린 영화여서 잘 되길 바랐는데 다행이죠. 하하.”

김인권은 목 매달리는 신에서 원래 상의 노출이 있을 뻔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범구 감독이 말렸단다. 김인권은 “제가 원래는 팬티만 입고 거꾸로 매달리는 장면이었어요. 배는 처지지 않았는데 그림이 걱정되더라고요. 촬영 때 가서 발가락으로 버티는 걸로 넘어갔어요. 저도 깠어야 했는데 아깝네요. 저도 보여줄 건 많은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김인권은 ‘퀵’에 이어 ‘신의 한 수’에서도 호흡을 맞춘 조범구 감독을 믿고 따랐다고.

“시나리오 단계에서 자칫 이전에 했던 캐릭터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코믹한 조연이라는 낙인이 될 수도 있었고요. 그런데 감독님이 작품의 하모니에 대해 이야기해줬고 굵직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꽁수가 해야 될 역할이 크다고 하셨어요. 역할에 새로운 가능성이 보였죠. 또 감독님이 ‘전형적인 조연이지만 제대로 연기하면 그렇게 안 보일 거다. 목소리 톤도 높이고 크게 과감하게 해라’라고 조언해주셨어요. 캐릭터도 살리고 관객들에게 재밌게 다가가기 위해 더 낙천적으로 보이도록 말도 많고 표정도 크게 표현했죠. 다행히 많이 웃으시더라고요. 감독님 말씀이 정확하게 맞아 들어갔죠. 사실 한 번이라도 웃기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오버연기 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 대선배 안성기의 연기를 오마주 했다?

김인권은 조범구 감독을 신뢰했다. 그리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렇기에 또 작업하고 싶단다. 김인권은 조범구 감독에 대해 “겸손하고, 배우들을 아끼세요. 정직하고,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폐부를 찌르면서 과감한 면이 있죠. 동양철학에도 조예가 깊으세요”라고 말했다. 특히 조범구 감독을 ‘한국의 마이클 베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캐릭터의 거대함과 거창함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았단다.

“정우성 선배와의 호흡도 좋았어요. 정말 배려심도 좋고 재밌는 분이세요. 현장을 잘 이끌고 연출력도 있으시고, 현장 돌아가는 걸 꿰고 계세요. 현장 장악력이 대단해요. 감독님 포스가 있고 신뢰가 가요. 안성기 선배는 마스터죠. 스승님이었고 제일 많이 배웠어요. 선생님에게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노력했어요. 배우로서 내공도 대단하시고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 말씀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 보게 되더라고요. 50년간 배우 생활을 하셨고 모든 영화인들이 존경하는 분이에요. 영화 ‘타워’때 잠깐 만나긴 했지만... 정말 대선배님이고 이번 영화에서 제가 까부는 걸 싫어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집중을 깨지 않나 싶어서 조심스러움도 있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자상하게 해주셨고 더 잘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어요.”

안성기와의 면도신에서는 조심스러웠단다. 김인권은 세대를 건너뛰는 연기를 하면서, 안성기 선배의 다정함을 느꼈다. 손을 잡고 뛰는 장면에서는 아버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함께 연기하면서 스스로 반성도 했단다. 안성기 선배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는 김인권은 “어느 순간 혼내는 어른이 있고 손을 잡아주는 어른이 있어요. 안성기 선배는 손을 잡아주는 선배였어요. 말로 설명 할 수 없지만 그랬던 것 같아요”라며 안성기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에는 안성기 선배를 ‘오마주’한 신도 있다고 귀띔했다.

“영화 중간에 제가 머리를 바둑판에 부딪치는 신은 영화 ‘투캅스’에서 안성기 선배가 타자기에 머리를 박는 모습을 ‘오마주’했어요. 선배님의 연기를 따라하는 존경심으로 했는데 머리가 정말 아팠어요.(웃음)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건 까불까불하는 거였죠. 까불거리는 대상이 안성기 선배라 진짜 어려웠지만 자상하게 해주셨어요. 최진혁씨 앞에서 까불거리는 신은 진혁씨가 리액션을 잘해줬어요. 정말 예의바른 친구고 저를 배려해주더라고요. 둘이 대결하는 신을 찍으면서 웃음 참느라고 힘들었죠. 제가 까부는 것도 있지만 진혁씨의 ‘입 좀 다물지’라든가 절대 부러지지 않겠다는 대쪽같은 리액션이 상충되면서 코미디가 발생했고, 그 신을 더 재밌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웃음)”



◆ `신의 한 수`로 증명하고 싶었던 건...

김인권은 실제로는 바둑을 못 둔다. 이번 작품을 위해 프로 감독한테 손동작만 열심히 배웠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손동작만 봐도 기력을 알기 때문. 그래서 손동작을 연습하는 게 관건이었다. 그는 집에서 바둑돌로 바둑판 위를 채워나갔다. 꽃도 만들고 이름도 쓰고, 바둑돌을 지그재그로 둔 채 건드리지 않고 두기도 했단다. 어느 순간엔 바둑돌과 목판이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명상이 되기도 했다고. 이제는 바둑돌을 두면 바둑판에 흠이 생길 정도로 손에 힘이 생겼다. 이처럼 꽁수 역에 몰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또한 `조연의 정석`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꽁수가 멋있진 않아요. 하지만 감독님이 꽁수는 축구로 치면 지단이고, 볼 배급하는 캐릭터라고 하시더라고요. 다양한 캐릭터 열전 속에서 중심축은 꽁수밖에 없다고도 하셨어요. 그래서 잘해보고 싶었죠. 꽁수는 태석(정우성)하고 계약관계이면서 조력자의 역할이었어요. 또 주님(안성기)과의 우정, 투닥거리는 목수(안길강)와의 관계, 살수(이범수)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해야 했죠. 살수 그림을 보고 벌벌 떠는 장면에서는 제가 강하게 표현할수록 살수가 더 강해보일 수 있어요. 또 살수의 여자가 배꼽(이시영)이라는 것을 설명하면서 관객들의 관심을 배꼽으로 몰아줘야하고 태석이가 배꼽을 노리게 만들죠. 선수(최진혁)를 물리치는 신도 그렇고 극중에서 안 만나는 캐릭터가 없어요. 그래서 ‘꽁수’라는 캐릭터를 통해 ‘조연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거기에 초점을 맞췄고 볼 배급을 잘해서 두드러지는 캐릭터들을 극 안으로 불러오는 역할을 하려고 했죠.”

강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김인권은 이번 영화를 통해 ‘역시 김인권’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진지하고 유쾌했다. 또 조범구 감독에 대한 신뢰와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언젠가 배우 이범수처럼 스타일리시한 악역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범수 선배는 정의로운 분이고 대쪽같은 선배예요. 세 번 작품을 같이했는데 매번 할 때마다 달라져요. 성장이 느껴지는 배우죠. 다음엔 어떻게 거대해질지 몰라요. 주변에서는 ‘이범수 선배를 보고 배워’라고 해요. 제가 오디션 보러 다녔을 때는 사람들이 이범수 선배가 오디션에서 어떻게 했는지 알려주더라고요. 조연에서 주연까지. 그리고 멋진 악역을 연기하셨죠. 저의 행보 앞에 이범수 선배가 있어요. 저에게 지침이 되는 선배죠. 이범수 선배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귀감이 되는 배우고 응원하는 배우예요. 살수만 나오면 벌벌 떨고 그랬는데 아실런지 모르겠어요.(웃음) 저도 이범수 선배님처럼 내공 생기면 스타일리시한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진짜 성실하고 운동량도 어마어마하고 배우로서 질서가 튼튼한 분이세요. 저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싶죠.”

김인권은 이번 영화의 전작인 `신이 보낸 사람’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후 김인권이 주인공만 맡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인권이 주연이면 잘 안되고 조연이면 잘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신이 보낸 사람’은 다양성 영화였고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주제였죠. 흥행을 목표로 하는 영화는 선배들에게 가요. 저에겐 취지 있는 게 많이 와요. 자칫 그런 인식이 드는 것에 대해서 방어 하는 것도 있고 ‘신의 한 수’로 조연으로도 배우로도 증명해보이고 싶었어요. 그렇게 ‘타짜-신의 손’ ‘쎄시봉’을 포석 했어요. 다행히 ‘신이 보낸 사람’도 잘 안 된 건 아니예요. 많이 인정을 받았고, 앞으로도 주연으로 가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렇다고 해서 조연을 소홀히 하거나 주연을 해서 거만해졌다는 소리는 안 듣고 싶어요.”(사진=`신의 한 수` 스틸컷, 포스터)

한국경제TV 양소영 기자
sy7890@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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