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트라이앵글' 김재중, 배우라는 이름에 끌리는 이유

입력 2014-07-31 10:08   수정 2014-07-31 18:50

김재중(28)이라고 써놓고 어떤 수식어를 붙여줘야 될지 잠시 망설였다. 그룹 JYJ 멤버이기도 하나,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하나의 배우 독립체 아닌가. 그래도 MBC 드라마 ‘트라이앵글’(최완규 극본, 유철용 최정규 연출)로 만났으니 ‘배우’ 김재중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아, 이름만 배우는 아니다. 26부작 드라마에서 자기 몫을 톡톡히 해낸 그. 그래서 아이돌 출신이라는 호칭을 늘 달고사는 김재중에게 ‘트라이앵글’은 조금 더 특별하다.



김재중은 29일 종영된 ‘트라이앵글’에서 허영달 역을 맡았다. 허영달은 강원도 카지노 계의 이단아로 잡초같이 밑바닥 인생을 사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 허영달은 장동철로 변화한다. 어쩌면 김재중은 1인 2역을 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달로 시작해 대표이사로 끝난 김재중의 드라마. 김재중은 ‘트라이앵글’ 속에서 ‘김재중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남길 정도로 몸을 불살랐다. 그래도 즐거웠다며 ‘허허’ 웃으니 이 얼마나 예쁜가.

◆ “주연 배우 책임감 커, 책임감 달라져”

그동안 해왔던 모습들과는 사뭇 달랐다. 첫 주연이었으나 결코 화려하고 멋진 배역은 아니었다. 슈트를 입은 실장님이 아니라 꽃무늬 옷을 걸친 일명 건달이었다. 차가운 이미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얼굴의 소유자. 그래서 우리는 그토록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멋진 배역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연기의 길을 개척하는 편에 가깝고, 평생 연기를 생각할 정도로 연기에 대해 확고한 자신만의 길이 있었다. 그 길의 시작점에 그렇게 김재중은 한 발짝씩 내딛고 있었다.

“첫 주연이었는데 굉장히 많은 것을 느꼈어요. 조연으로 나올 때와는 또 다른 게 있더라고요. 지금까지는 ‘연기를 잘해야지’ ‘연기를 잘하는 것이 모두에게 보답하는 길이야’라고 단순히 연기 부분만을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거였죠. 매우 다른 느낌이었어요. 주연 배우가 망가지면 더 무너질 것들이 많고, 주변에 피해를 준다는 걸 알게 됐죠. 주연 배우는 연기 말고 그 이상으로 신경을 써야 될 것이 많더라고요. 책임감이 조금 달라졌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김재중이 촬영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라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다. 드라마 현장은 얼마나 바쁜가. 시간적인 압박도 압박이지만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장 클 터. 그래서 김재중이 갖는 책임감은 더욱 컸다. 자신의 행동 하나, 표정 하나가 현장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그래서 더 신중했고, 또 신중했다.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촬영에 몰두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도 그는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가 돼 있었다.

“현장의 가장 큰 에너지 원천이 주연 배우에게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중요한 책임감이라고 생각했죠. 그렇다고 제가 엄청난 걸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했죠. 힘들어도 울상을 지으면서 촬영을 하기보다는 웃으면서 하려고요. 다른 이들이 ‘김재중이라는 배우와 또 한 번 일을 해보고 싶다’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하하. 예전에 작품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는 그저 응석일 뿐이었어요. 많이 어수룩하기도 했고요.(웃음)”



◆ “건달 허영달, 욕 많이 할 줄 알았는데...”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했다. 굳이 허영달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멋진 배역들도 많은데 허영달을 선택한 이유, 물론 궁금했다. 김재중의 이미지는 딱 봐도 실장님에 이사님 아닌가. 그게 더 편안할 것도 같았다. 하지만 김재중의 대답은 전혀 달랐다. “허영달은 자유로운 캐릭터다. 자유롭기 때문에 그 어떤 것을 해도 된다. 그게 가장 큰 이유였다”고. 양반이었다면 예를 갖추는 행동밖에 할 수 없는데 천민으로 나오면 기분이 나쁠 때 그 느낌을 마구 표현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이다. 입가에 번지는 미소가 정말 재미있어 보인다. 그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허영달은 건달이잖아요. 사실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진짜 침도 뱉고 욕도 할 수 있겠지?’라고요. (웃음)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 드라마잖아요. 건달인데 욕을 빼니까 이게 더 힘든 거예요. 한 줄의 욕으로 그 사람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데, 이걸 하나하나 다 풀어서 이야기를 해야 되니까. 그래서 리허설 때는 욕을 하면서 했어요. 실제로 욕을 넣어보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었죠. 더 느낌이 살아요. 그러다 촬영에 들어가면 욕을 빼요. 한 번은 저도 모르게 입모양으로만 욕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음향 감독님이 ‘영달아 하지마’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김재중은 욕심이 참 많다. 연기도 노래도 해야 되니 일정이 무척이나 빡빡하다. 그러면서도 싱긋 웃는다. 그게 재미 아니겠냐고. “개인 시간은 언제 가지냐”는 말에 빙긋 웃어보이다가도 바쁜 느낌이 더 좋다고 말 한다. 김재중은 “사람들은 뭔가 새로운 걸 만날 때 긴장도 되고 두근거리기도 하고 여러 가지 기분이 들지 않나. 어떻게 보면 배우라는 한 가지 직업일 뿐인데 그 속에서 여러 가지 연기를 하니 새로운 기분에 중독된 느낌”이라고 말한다. 완벽하게 연기에, 배우에 빠진 것이 틀림이 없었다.

“이 기분이 정말 좋아요. 잘하는 것만 매번 똑같이 시키면 인생이 재미없지 않을까요? 좋아하는 것만 매일 먹고. 좋아하는 곳만 간다는 건 불행할 것 같아요. 제게 연기는 그런 느낌이에요. 지금은 뭐든지 해보고 싶어요. 뮤지컬도, 연극도 정말 좋아요. 하지만 조금은 나중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조금 후에 해도 늦지는 않을 것 같아요. 연기로 해외 진출도 해보고 싶은데, 그건 영어가 완벽해질 때 하고 싶네요. 많이 연습해서 해야 될 것 같아요. 일본어도 까먹지 않으려고 해요. 일본 영화도 많이 보고요. 연기는 죽을 때까지 하지 않을까요? 아마 무대 위에서 죽을 것 같아요. 하하.”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김재중. 1시간 가량의 시간 동안 그의 인생, 연기 관을 모두 들을 수는 없었지만 뭔가 이 정도만 해도 됐다 싶을 정도로 진하고 강렬했다. 그러고 보면 신은 그에게 무엇을 주지 않은 걸까 생각해본다. 남자 복(福)은 많은데 여자 복은 없다며 “제가 매력이 없나 봐요”라고 망언을 하는 그. 김재중이기에 가능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 부분을 써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저 웃기에 한 번 써본다. 자신의 매력이 얼마나 강렬한지 모르기에 그는 더욱 빛난다고. 세상에 이런 무(無) 매력도 있는 건가?(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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