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해무' 김윤석이 한국형 에단 호크를 꿈꾸는 이유

입력 2014-08-01 16:19  

언제부터였을까. 연극판을 거쳐 브라운관, 이어 스크린까지 종횡무진하며 충무로의 명실상부한 믿고 보는 배우로 등극했다. 친근하면서도 강한 포스(?)를 풍기는 배우 김윤석(46)을 만났다.


극단 연우무대의 창립 30주년 기념작 `해무`가 스크린에서 재탄생했다. `해무`(감독 심성보, 각본 및 제작 봉준호)는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여섯 명의 선원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해무 속 밀항자들을 실어 나르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김윤석은 이번 작품에서 전진호를 이끄는 선장 철주 역을 맡았다. 20년 가까이 연극무대에 섰고, 연우무대에서도 활동했던 그에게 이번 작품은 필시 남다른 의미를 가질 터.

◆"우물을 안 파고 물만 떠 마시다가는 고갈돼 버릴 것"

`해무`에서 철주 역은 강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 본연의 잔인한 모습과 광기를 드러내는 강한 캐릭터. 김윤석은 악역이면서도 절대 악이 아닌 선이 굵은 심오한 캐릭터를 자주 연기했다. 이를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영화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난다. "이런 작품이 많아야 한다. 요즘은 작가주의적인 정신, 메시지가 담겨있는 영화가 부족하다. 주연배우가 투자파워가 있을 때, 악역이라는 이유로 출연하지 않아서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는 건 말도 안 된다. 요즘은 영화판이 12, 15세 관람가 영화 만들기가 추세다. 흥행이 잘 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함인데, 이럴 때 `해무`가 충분히 표현해야 할 것들을 표현하고 19금으로 개봉한 것에 만족스럽다. 우물을 안 파고 물만 떠 마시다가는 이내 고갈돼 버릴 것이다. 감독이나 배우나 모두 세 타석에 한 타석은 일반적이지 않고 피하고 싶은 이야기도 해줘야한다."

그의 이야기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지난해 개봉한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역시 냉혹한 카리스마의 리더 석태 역으로 분해 순수한 절대 악을 표현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다양한 캐릭터의 메소드 연기를 선보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꾸준히 작품을 이어오는 그. 작품에 젖어들고, 빠져 나오는 데 고충은 없을까?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 데 난 정말 쉽게 빠져들고 쉽게 빠져나온다. 우선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그 캐릭터 연구를 많이 한다. 이번에도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고 실제 뱃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걸 그대로 하면 그건 다큐다. 거기에 나는 상상력을 더해서 캐릭터를 만든다. 그렇게 만든 캐릭터에 나는 금방 젖어든다. 그런데 바로 빠져나온다. 지금 삶도 괴로운데 배역에 오래 젖어들기까지 하면 더 힘들어서...(웃음)"

김윤석은 강렬한 배역에서도 쉽게 빠져나오는 비결을 `연극`으로 꼽았다. "사실 연극을 오래 한 덕분인 것 같다. 연극을 할 때는 순간적인 몰입도가 중요하다. 이번 작품에는 그런 훈련이 잘된 배우들이 많았다. 다들 연극을 했었고 또 함께 호흡을 맞추거나 친분이 있는 배우들이었다. 박유천이 이 가운데서 잘 놀았다. 한예리나 박유천이나 내가 그 애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아마 촬영장에서 슛이 들어가면 확 바뀌는 기운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가벼운 생각을 버리고 온전히 극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그게 우리가 해줄 수 있던 최고의 조련(?)이었을 것이다."


◆ "아이돌이 연기하면 어때, 자유로운 사회되길…"

그의 말마따나 김윤석과 함께 연기하면 `스타가 배우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올해 그는 아이돌 출신 배우 박유천, 최승현과 연이어 호흡을 맞췄다. 이에 대한 관심이 쏠린 것도 사실. 김윤석은 이들에게 "군대 가라"고 위트있는 농담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어떨까. "사실 예전에는 소위 도제시스템을 밟아온 이들과 학원 출신 사이의 갭이 컸다. 치장만 하고 제대로 연기를 배우지 못한 애들, 이런 이미지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더라. 오히려 더 좋기도 하더라. 꼿꼿함과 부드러움이 어우러져 더 좋아지는 것 같다. 가수가 연기를 하면 어떻고 배우가 노래를 하면 또 어떠냐."


외국에서 태어났다면 에단 호크와 같은 배우가 됐을 것 같다는 그, 에단 호크는 할리우드에서 배우,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 연극연출가, 뮤직비디오 감독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팔방미인이다. 연기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활동을 향한 그의 열망이 엿보인다. "난 그러한 구분을 싫어한다. 한국은 감독은 감독, 배우는 배우, 연출자는 연출자...이런 구분이 칼같다. `감히 누가?` 이런 거 없이 배우도 감독하고, 가수도 배우하고, 기자도 배우 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자유로운 사회였으면 좋겠다. 출신 따져가며 진정한 게 아니라고 하는 이런 문화와 편견은 분명 바뀌어야 한다."

◆ "`흥` 잃지 않으려 경계, 흥 잃는 순간 모두 사라지는 것"

`해무`에서 선장 철주(김윤석)에게 배 `전진호`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에게 남은 것은 배 뿐이고 그 배를 살리려는 모습에서 `해무`의 명장면과 의미가 탄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배우 김윤석, 인간 김윤석에게 전진호와 같은 의미를 지니는 건 뭘까. "가장 쉬운 대답은 `가족`인데...(웃음) 그걸 빼고 말하자면 `흥`이다. 흥을 잃는 순간 호기심이고 연기고 뭐고 다 사라지는 거다. 나이가 들면서 그 흥이 사라질까봐, 피가 식어버릴까봐 걱정이다. 끝까지 밀어붙이던 내가 하나 둘 내려놓고 지레 거둬들이는 모습을 보면 가끔 `왜 이럴까`하는 생각을 한다. 흥을 잃지 않으려 경계하고 있다"

`흥`을 놓지 않고 여전히 다방면의 공부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그, 김윤석이 전반적인 연출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시나리오가 내 손에서 써지는 때, 그 쯤이면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여러 작품도 보고 공부는 하고 있는데 이러다 나이만 들지는 않을까...(웃음)"

연기는 물론 연출에 대한 욕심 또한 숨기지 않는 김윤석이 한국형 에단 호크로 거듭날 때가 멀지 않아 보인다.(사진=영화 `해무` 스틸컷)

한국경제TV 박선미 기자
meili@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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