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거행하는 시복미사, 한국 천주교가 자력으로 추진한 첫 시복식, 그 일정은?

입력 2014-08-16 03:02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행사 중 절정은 16일 서울 한복판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식’이다. 교황이 순교자의 땅을 직접 찾아 시복미사를 거행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로, 우리나라에서 시복식이 열리는 건 처음이다.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시복식은 이번을 포함해 단 세 번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이번 시복식은 한국 천주교가 자력으로 추진한 시복 작업의 첫 성과라는 의미가 있다.

오전 10시 미사를 시작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한 주교단이 중앙 통로로 줄지어 입장한다. 교황과 공동 집전자인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제대 앞에서 성호를 긋고 죄를 반성하는 참회 예식과 자비송을 바친 뒤 시복 예식에 들어간다. 순교자를 복자로 선포하는 시복 예식이 미사의 핵심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와 124위 순교자 시복을 위한 로마 주재 청원인으로 일해 온 김종수 신부가 한국 천주교를 대표해 시복 청원을 한다.

안 주교 등이 124위의 약전을 낭독하면 교황은 시복 선언을 한다. 이어 124위 복자화(福者畵) ‘새벽 빛을 여는 사람들’이 제막돼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복자화는 가톨릭 미술작가 김형주 화백의 작품으로 가로 3m, 세로 2m의 대형 유화다.

시복 예식이 끝나면 통상의 미사 순서대로 대영광송을 부르고 교황이 미사의 주제를 담은 본기도를 바친다. 성경을 읽고 신앙을 고백하는 ‘말씀 전례’에서는 구약성경, 신약성경, 복음서를 읽는다. 낭독이 끝나면 교황의 메시지인 강론이 이어진다. 교황은 124위 순교자의 삶과 죽음이 오늘날의 신자들한테 갖는 의미를 설파할 것으로 보인다.


강론을 마치면 가톨릭 전통 기도인 사도신경을 바치고 신앙고백을 한다. 평화, 한국, 순교자들의 모범을 통한 복음화 등을 주제로 한 ‘신자들의 기도’(보편지향 기도)가 뒤따른다.

이어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고 예수의 몸을 나누는 성찬 전례를 갖는다. 서울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면서 20년 동안 매일 첫 매상을 지구촌 가난한 이웃을 위해 기부한 강지형·김향신씨 부부가 빵과 포도주를 예물로 바친다.

축성(祝聖)과 경배에 이어 염 추기경이 라틴어로 ‘신앙의 신비여’를 노래하면 교황은 예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예식인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 모두 하나가 됨을 기도한다. 영성체를 마치면 교황과 염 추기경의 기도에 이어 교황이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복을 빌어주는 것으로 미사가 모두 끝난다.

시복식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 600여명도 참석한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1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브리핑을 열어 “유족들의 시복식 참가 요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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