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프라이드’ 프레스콜이 8월 20일 오후 2시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은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과 포토타임,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하이라이트 장면 중 1막 1장과 2장은 배우 정상윤, 오종혁, 김지현, 최대훈이 시연했다. 2막은 4장과 5장을 배우 이명행과 박은석, 김소진, 김종구가 선보였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전체 배우와 김동연 연출, 지이선 각색가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연극 ‘프라이드’는 배우 출신 ‘알렉시 캠벨’(Alexi Campbell)의 작가 데뷔작으로 2008년 영국 내셔널 씨어터(National Theatre)에서 초연됐다. 작품은 1958년과 2014년을 넘나든다. 각각의 시대를 살아가는 성(性) 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번 공연은 ‘성 소수자’라는 특정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극 중 ‘필립’은 1958년에는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2014년에는 자신에게 당당하다. 이번 공연에서 ‘필립’ 역은 이명행과 정상윤이 맡는다. ‘올리버’는 1958년에는 자신을 인정하고 2014년에는 누구보다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아픈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다. ‘올리버’ 역은 오종혁과 박은석이 연기한다. 두 사람을 시대에 걸쳐 인정하는 ‘실비아’ 역은 김소진과 김지현이 분한다. 다양한 역으로 분하는 ‘피터’ 역은 최대훈과 김종구가 함께한다. 작품의 연출은 김동연 연출이 진두지휘한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각색을 맡은 지이선 각색가에게 첫 질문이 던져졌다. 이번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어떤 부분을 신경 썼는지 묻자 그는 “한국인들이 정서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농담’이라든지, 드라마틱한 ‘상황’을 많이 만들었다. ‘실비아’가 오랜 시간을 들여 드레스룸에서 옷을 고르는 장면도 한국식으로 풀어내려 노력했다. 각색하는 과정에서 원작에 있는 부분을 바꾸거나 인물의 비중을 줄인 부분은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지이선 각색가는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다. 존댓말을 우아하게 사용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리고 영어에는 ‘닿는다’라는 표현도 없다. 각색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을 한국식으로 표현하려 노력했다. 그러던 중 ‘닿는다’라는 표현을 찾아냈다. 마지막 장면 중 ‘실비아’가 거울 앞에서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 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 때까지.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모두 괜찮아질 거에요’라는 대사를 한다. 이 대사는 원작에 없는 말이다. 원작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멀리서 속삭이는 것뿐. 괜찮아. 괜찮아’이다. 이 부분을 한국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 때까지’는 연출의 아이디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에서 오종혁은 ‘올리버’를 연기한다. 연극 ‘프라이드’는 그의 첫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 첫 연극 무대의 떨림은 웃지 못할 해프닝을 만들어냈다. 오종혁은 “연극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습하고 공연 전날 리허설을 하는데 마이크를 안 채워 주더라”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리허설 하는 동안 음향팀 오퍼레이터가 계속 같이 있어서 마이크를 차고 하는 줄 알았다. 넌지시 물어보니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제 목소리는 전달력이 좋지 않다. 객석 끝까지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힘들다. 연극이 어려운 것은 소재 부분에서 힘든 것이 아니라 연극 자체가 처음인데 ‘이 역할을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래서 연출에게 ‘저 혼자서는 힘들 것 같다. 저 끌어 줄 수 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물었다. 그래서 함께 하게 됐다. 이 공연이 끝날 때까지 성장해 작품에 누가 되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은석은 오종혁과 함께 ‘올리버’ 역을 연기하다. 이로써 그는 세 작품 연속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는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소감이 어떤지 묻는 질문에 박은석은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에 출연하면서 그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생겼다. 어릴 때 주위에 그런 분들이 몇 있었다. 당시에는 와 닿지 않고, 나와는 섞일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작품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니 그들이 ‘용감하고 패기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느낀점은 그들만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출연한 작품을 비교하며 이해를 도왔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에서 ‘데이킨’은 성적인 부분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을 이용해 정복하려는 심리를 표현한다. 연극 ‘수탉들의 싸움’ 속 ‘존’은 남자와 여자를 떠나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확신을 갖지 못하고 방황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번 작품에서 ‘올리버’는 자기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성적 두려움은 있지만 작품은 그가 ‘프라이드’를 찾아가는 과정에 중점을 둔다. ‘이런 작품을 연달아 한다’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래도 거부할 수 없는 작품이다. 인물이 ‘게이’라고 해서 ‘게이’ 역만 연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 자체가 어떠한 틀 안에 생각을 가둬두는 것 같다. ‘게이’ 안에서도 다양한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이명행은 연극 ‘프라이드’에서 때로는 침묵하고 때로는 침묵을 깨트리는 ‘필립’을 연기한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처음에 ‘연극열전’ 대표에게 작품의 콘셉트를 들었다. 콘셉트는 ‘한 인물이 같은 이름을 가지고 시공간을 초월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였다.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저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작품을 읽었을 때 표현하는 수위가 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동성애자 이야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인간의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 연극 ‘프라이드’는 ‘게이’의 이야기이지만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김종구와 최대훈은 작품 안에서 1인 3역을 소화한다. 두 사람에게는 ‘이 역할만큼은 내가 더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무엇인지’라는 질문이 주어졌다. 김종구는 “확실히 최대훈 배우가 저보다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최대훈 배우와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서 더블로 같이 공연한 적이 있다. 당시 저는 다른 사람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최대훈 배우가 연기를 잘해 놀랐다. 살짝 기도 죽었다. ‘저 배우는 저렇게 잘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 배우를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당시 일을 회상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작품을 다시 같이 하는데 그때만큼 힘들지는 않다. 제 자신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연기가 많이 늘었구나 싶었다. 최대훈 배우의 연기를 보면 ‘연기 신’처럼 보였다. 결과적으로는 세 캐릭터 모두 대훈이가 잘한다”라고 마무리 지었다.
이에 최대훈 배우는 “김종구 배우가 저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극 중 ‘나치복’을 입고 나왔다가 초라하게 돌아가는 장면이 있다. 그때 타이즈를 입는데 ‘핏’이 다르니 그 장면에서 관객들이 많이 웃더라. 저는 슬퍼 죽겠는데 관객들은 제 엉덩이를 보며 웃는다. 김종구 배우와 비교하면 생긴 것부터가 다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실제로 김종구 배우는 상남자 같고 저는 더 여성스럽다. 겉모습으로는 제가 더 남성스러워 보인다. 김종구 배우가 예쁘고 훌륭한 몸매를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제가 더 우스꽝스러워지는 것 같다. 모든 부분에서는 김종구 배우가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재치 있는 답변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연극 ‘프라이드’는 8월 16일부터 11월 4일까지 대학로 아트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