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앞날에 대한 `대침체론(great recession)`이 급부상해 혼란스럽다.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던 경제 컨퍼런스에서 스탠리 피셔 미국 중앙은행(Fed) 부의장이 이 가능성을 제기했다. 작년 11월 이후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이 미국 경제 장기 침체론을 잇달아 경고해 왔다.
가장 큰 이유는 노동시장 참가율이 사상 최저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떨어지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도 제자리다. 금융위기 이후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이 제고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과 자본의 투여도까지 적게 된다면 성장기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피셔 부의장은 3% 내외로 알려진 잠재성장률이 이미 1% 포인트 정도 낮아졌다고 추정했다.
재닛 앨런 현 Fed 의장의 스승으로 실질적으로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피셔 부의장의 이런 시각은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아주 중요한 문제다. 최소한 2분기 성장률 발표 이후 거세게 불고 있는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은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4차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까지 제기되고 있다.
피셔의 미국 경제 대침체기 가능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기가 롤러코스터로 비유될 만큼 기복이 심했던 추세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기는 ‘대침체기’라고 불릴만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9년 2분기 이후 최근까지는 ‘대안정기’라고 불릴만한 회복기가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2008년 9월 리먼 사태로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하자 세계경기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어느 누구도 많은 나라들이 그토록 빠른 속도로 큰 폭의 경기침체를 겪게 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또 대공황에 버금가는 장기불황이 도래할 지도 모른다는 비관적 분위기가 팽배했던 2009년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세계경기가 같은 해 2분기를 저점으로 그 후 그토록 빨리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던 기관과 사람도 많지 않았다.
세계 경기가 종전에 볼 수 없었던 대침체기와 대안정기를 반복함에 따라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허둥지둥하기에 바빴다. 가장 권위있는 예측기관인 국제통화기금(IMF)이 2009년 전망치를 상세하게 제시한 2008년 10월 보고서를 보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2008년의 3.9%에서 2009년에는 3.0%로, 세계교역 증가율은 4.9%에서 4.1%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IMF는 그 후 다섯 차례에 걸친 수정 끝에 2009년 10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세계경제 성장률을 -1.1%, 세계교역 신장률을 -11.9%로 제시해 당시 1년 전 전망치에 비해 성장률은 무려 -4.9% 포인트, 세계교역 신장률은 -16.0%포인트 대폭 하향 조정했다. 그 후 세계경기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특히 각종 공포지수는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로 `대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전개되고 있다. 증시와 외환, 채권시장의 위험성과 변동성을 나타내는 빅스(VIX)와 시빅스(CVIX?Currency Volatility Index), 무브(MOVE?Merrill Option Volatility Estimate)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공포지수가 아니라 안전지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투자자의 위기의식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대침체기’와 ‘대안정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위기 이전부터 경제활동에 있어 심리의 중요성이 강조돼 왔지만, 위기 이후에 심리적 요인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일본, 유로 경제가 마치 소규모 개방경제처럼 짧은 기간 동안 수직으로 자유 낙하했다는 사실은 ‘실물경제는 느리게 반응한다’는 종전의 고정관념이 적어도 위기 이후엔에는 적용될 수 없음을 보여준 사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1990년대 이후 세계경제를 떠받쳐온 미국의 쇠퇴론, 위기론이 심리적 불안감을 자극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10차례의 경기침체를 겪은 바 있지만 ‘미국 이후의 세계(Post-American World)`가 심각히 논의될 정도로 타격을 받은 적은 없었다.
더욱이 모든 국가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월가의 금융산업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 경제주체들은 경기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 하에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려면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컸다. 이 때문에 마진 콜(margin call?증거금 부족)을 당하자 디레버리지(deleverage?투자자산 회수) 정도가 심하게 나타났다.
심리적 요인 이외에도 금융위기 이후 더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네트워킹 효과(networking effect)`를 아직까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실물 면에서 세계교역 확대와 자유무역주의 확산이, 금융면에서는 실시간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수익을 추구하는 자본의 이동이 세계경제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금융은 ‘군집 행동(herd behavior)’과 같은 심리적 요인이 중요한 데다 결제시스템을 중심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불안의 확산속도가 빠른 특성을 갖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도 그 확산 속도나 정도가 이전에 비해 훨씬 빠르고 심각한 양상을 보였는데 이는 ‘새로운 네트워킹’에 대한 정보 부족에서 비롯됐다.
‘대침체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문제가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2007년 초만 하더라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규모가 미국 전체 모기지 시장의 10% 정도에 불과하고 차입한 계층이 저소득층이어서 이들이 파산하더라도 경제에 미칠 충격은 적을 것이라는 논거였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는 ‘국지적 문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투자은행들은 모기지라는 기초자산을 토대로 수 차례에 걸쳐 고수익 증권을 만들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해 새로운 네트워킹이 형성됐다. 이 때문에 ‘국지적 문제’로 여겨졌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순식간에 ‘글로벌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이밖에 심리적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와 깊은 연관이 있긴 하지만 금융과 실물간의 시차(time-lag)가 거의 축소된 것도 ‘대침체기’와 ‘대안정기’가 쉽게 변하는 요인이다. 금융활동은 일정한 공간의 시장에서 매 순간 이루어지며 통계도 거의 실시간으로 포착되기 때문에 경제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실물경제는 포괄범위가 광범위할 뿐 아니라 반응도 완만한 편이고 통계집계의 시차도 길어서 진행 중인 실상조차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금융과 실물의 특성 때문에 금융은 빨리 반응하고 실물경제는 느리게 반응해 금융이 실물에 영향을 미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통적 시각이다.
금융과 실물을 연결하는 경로를 통해 이런 시차를 살펴보면 금융시장에서 리스크 회피성향이 확산되면 신용경색이 발생해 가계나 기업의 자금차입이 어려워진다. 그 결과 기업활동과 소비활동이 위축되지만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그 과도기에는 각종 착시현상이 심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처럼 위기 극복과 경기회복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상황에서 피셔의 경고대로 대침체기가 올 것인가는 여러 요인 가운데, 특히 ‘애프터 크라이시스’ 문제를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이 문제를 과민하게 대응해 1930년대처럼 ‘에클스의 실수(Eccles`s failure)’를 저지르면 당시에 겪었던 대공황(great depression)처럼 대침체기에 빠진다는 것이 피셔의 판단이다.
즉, ‘애프터 크라이시스`가 심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경기회복과 위기극복을 지나치게 낙관해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을 성급하게 긴축기조로 돌리면 모처럼 어렵게 돋은 싹(green shoots)을 다시 노랗게 질려 시든 잡초(yellow weeds)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물경기가 회복되는 데에는 불안요인이 해소되거나 실물경기가 회복국면에 깊숙이 진입한 후 금리인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피셔의 견해다.
결국 위기가 완전하게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기에 출구전략을 추진하면 세계경기가 ‘대침체기’가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하는 큰 요인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조기 금리인상 문제를 놓고 논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는 속에서도 재닛 앨런 Fed 의장은 계속해서 금융완화 기조를 재천명해 왔다.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던 경제 컨퍼런스에서 스탠리 피셔가 미국 경제의 대침체기를 경고한 것도 `애프터 크라이시스`를 처리하는데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나올 정도로 너무 빨리 진행되는 데에 따른 것으로 앨런과 동일한 입장으로 풀이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가장 큰 이유는 노동시장 참가율이 사상 최저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떨어지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도 제자리다. 금융위기 이후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이 제고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과 자본의 투여도까지 적게 된다면 성장기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피셔 부의장은 3% 내외로 알려진 잠재성장률이 이미 1% 포인트 정도 낮아졌다고 추정했다.
재닛 앨런 현 Fed 의장의 스승으로 실질적으로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피셔 부의장의 이런 시각은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아주 중요한 문제다. 최소한 2분기 성장률 발표 이후 거세게 불고 있는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은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4차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까지 제기되고 있다.
피셔의 미국 경제 대침체기 가능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기가 롤러코스터로 비유될 만큼 기복이 심했던 추세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기는 ‘대침체기’라고 불릴만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9년 2분기 이후 최근까지는 ‘대안정기’라고 불릴만한 회복기가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2008년 9월 리먼 사태로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하자 세계경기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어느 누구도 많은 나라들이 그토록 빠른 속도로 큰 폭의 경기침체를 겪게 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또 대공황에 버금가는 장기불황이 도래할 지도 모른다는 비관적 분위기가 팽배했던 2009년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세계경기가 같은 해 2분기를 저점으로 그 후 그토록 빨리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던 기관과 사람도 많지 않았다.
세계 경기가 종전에 볼 수 없었던 대침체기와 대안정기를 반복함에 따라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허둥지둥하기에 바빴다. 가장 권위있는 예측기관인 국제통화기금(IMF)이 2009년 전망치를 상세하게 제시한 2008년 10월 보고서를 보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2008년의 3.9%에서 2009년에는 3.0%로, 세계교역 증가율은 4.9%에서 4.1%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IMF는 그 후 다섯 차례에 걸친 수정 끝에 2009년 10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세계경제 성장률을 -1.1%, 세계교역 신장률을 -11.9%로 제시해 당시 1년 전 전망치에 비해 성장률은 무려 -4.9% 포인트, 세계교역 신장률은 -16.0%포인트 대폭 하향 조정했다. 그 후 세계경기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특히 각종 공포지수는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로 `대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전개되고 있다. 증시와 외환, 채권시장의 위험성과 변동성을 나타내는 빅스(VIX)와 시빅스(CVIX?Currency Volatility Index), 무브(MOVE?Merrill Option Volatility Estimate)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공포지수가 아니라 안전지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투자자의 위기의식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대침체기’와 ‘대안정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위기 이전부터 경제활동에 있어 심리의 중요성이 강조돼 왔지만, 위기 이후에 심리적 요인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일본, 유로 경제가 마치 소규모 개방경제처럼 짧은 기간 동안 수직으로 자유 낙하했다는 사실은 ‘실물경제는 느리게 반응한다’는 종전의 고정관념이 적어도 위기 이후엔에는 적용될 수 없음을 보여준 사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1990년대 이후 세계경제를 떠받쳐온 미국의 쇠퇴론, 위기론이 심리적 불안감을 자극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10차례의 경기침체를 겪은 바 있지만 ‘미국 이후의 세계(Post-American World)`가 심각히 논의될 정도로 타격을 받은 적은 없었다.
더욱이 모든 국가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월가의 금융산업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 경제주체들은 경기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 하에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려면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컸다. 이 때문에 마진 콜(margin call?증거금 부족)을 당하자 디레버리지(deleverage?투자자산 회수) 정도가 심하게 나타났다.
심리적 요인 이외에도 금융위기 이후 더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네트워킹 효과(networking effect)`를 아직까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실물 면에서 세계교역 확대와 자유무역주의 확산이, 금융면에서는 실시간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수익을 추구하는 자본의 이동이 세계경제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금융은 ‘군집 행동(herd behavior)’과 같은 심리적 요인이 중요한 데다 결제시스템을 중심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불안의 확산속도가 빠른 특성을 갖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도 그 확산 속도나 정도가 이전에 비해 훨씬 빠르고 심각한 양상을 보였는데 이는 ‘새로운 네트워킹’에 대한 정보 부족에서 비롯됐다.
‘대침체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문제가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2007년 초만 하더라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규모가 미국 전체 모기지 시장의 10% 정도에 불과하고 차입한 계층이 저소득층이어서 이들이 파산하더라도 경제에 미칠 충격은 적을 것이라는 논거였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는 ‘국지적 문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투자은행들은 모기지라는 기초자산을 토대로 수 차례에 걸쳐 고수익 증권을 만들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해 새로운 네트워킹이 형성됐다. 이 때문에 ‘국지적 문제’로 여겨졌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순식간에 ‘글로벌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이밖에 심리적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와 깊은 연관이 있긴 하지만 금융과 실물간의 시차(time-lag)가 거의 축소된 것도 ‘대침체기’와 ‘대안정기’가 쉽게 변하는 요인이다. 금융활동은 일정한 공간의 시장에서 매 순간 이루어지며 통계도 거의 실시간으로 포착되기 때문에 경제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실물경제는 포괄범위가 광범위할 뿐 아니라 반응도 완만한 편이고 통계집계의 시차도 길어서 진행 중인 실상조차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금융과 실물의 특성 때문에 금융은 빨리 반응하고 실물경제는 느리게 반응해 금융이 실물에 영향을 미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통적 시각이다.
금융과 실물을 연결하는 경로를 통해 이런 시차를 살펴보면 금융시장에서 리스크 회피성향이 확산되면 신용경색이 발생해 가계나 기업의 자금차입이 어려워진다. 그 결과 기업활동과 소비활동이 위축되지만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그 과도기에는 각종 착시현상이 심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처럼 위기 극복과 경기회복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상황에서 피셔의 경고대로 대침체기가 올 것인가는 여러 요인 가운데, 특히 ‘애프터 크라이시스’ 문제를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이 문제를 과민하게 대응해 1930년대처럼 ‘에클스의 실수(Eccles`s failure)’를 저지르면 당시에 겪었던 대공황(great depression)처럼 대침체기에 빠진다는 것이 피셔의 판단이다.
즉, ‘애프터 크라이시스`가 심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경기회복과 위기극복을 지나치게 낙관해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을 성급하게 긴축기조로 돌리면 모처럼 어렵게 돋은 싹(green shoots)을 다시 노랗게 질려 시든 잡초(yellow weeds)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물경기가 회복되는 데에는 불안요인이 해소되거나 실물경기가 회복국면에 깊숙이 진입한 후 금리인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피셔의 견해다.
결국 위기가 완전하게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기에 출구전략을 추진하면 세계경기가 ‘대침체기’가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하는 큰 요인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조기 금리인상 문제를 놓고 논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는 속에서도 재닛 앨런 Fed 의장은 계속해서 금융완화 기조를 재천명해 왔다.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던 경제 컨퍼런스에서 스탠리 피셔가 미국 경제의 대침체기를 경고한 것도 `애프터 크라이시스`를 처리하는데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나올 정도로 너무 빨리 진행되는 데에 따른 것으로 앨런과 동일한 입장으로 풀이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