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현우가 밝힌 ‘트로트의 연인’ 팀워크의 비밀

입력 2014-08-26 08:24   수정 2014-09-02 11:10

여유로워졌고, 성숙해졌고, 진지해졌다.

2012년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를 끝내고 곧바로 군 입대, 이십대 후반에 21개월간의 육군 현역병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배우 지현우는 분명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연기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을까. 지현우는 제대 후 속전속결로 KBS2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으로 안방극장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일하고 싶었어요. 군대는 ‘가장 하고 싶은 게 연기’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준 곳이에요.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고 책도 많이 읽었죠.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연기자란 직업이 더 소중히 느껴진 것 같아요.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나를 촬영 현장에 빨리 적응시키지 않으면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았죠.”

2004년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통해, 처음 얼굴을 알린 지현우는 극중 올드미스인 예지원을 변함없이 든든한 모습으로 지키는 연하남의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다. 이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 ‘달콤한 나의 도시’, ‘인현왕후의 남자’ 등에서도 때론 장난기가 넘치고, 때론 도도하지만 부드러움을 감춘 로맨틱한 남자를 연기했다. 복귀작 ‘트로트의 연인’의 장준현도 까다롭고 안하무인 성격의 작곡가지만 사랑을 깨달으면서 로맨틱한 남자로 변하는 캐릭터로 연장선상이다.

“당시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나라의 분위기도 우울했고, 드라마는 추리극과 같은 무거운 소재가 많아서 밝은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게 중점이었죠. 정극을 하고 싶었지만 그런 작품에 들어가기 전 몸을 푼다는 느낌으로 ‘트로트의 연인’을 선택한 것도 있어요. 또 음악이 소재가 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확 끌렸어요. 저도 음악을 해왔고 (정)은지 씨도 노래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존 드라마와는 다른 매력들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적 소재와 음악의 조화의 새로운 드라마의 탄생이 기대됐지만 ‘트로트의 연인’은 기대와 조금씩 다르게 흘러갔다. 회를 거듭할수록 소소한 인물들의 로맨스 보다는 극적인 스토리 전개에만 집중했고, 출생의 비밀이나 기억상실증 등 단골소재들이 등장하며 아쉬움을 더했다.

“70% 정도 만족해요. 작품에 애착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아쉬운 부분이 있죠. 전역 후 첫 작품이라 더 많이 보여주고 싶어서 욕심도 부렸고, 열심히 했어요.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부분이 개인적으로 아쉬워요. 또 음악 드라마로써 보여드릴 수 있었던 부분을 조금 더 못 보여드린 것도 아쉬워요. 시청률을 이렇게 신경 썼던 적도 처음인 것 같아요. 스스로 연기에 대해서도 유난히 재촬영 요구를 많이 할 만큼 아쉬운 부분도 스스로 느꼈어요.”



극중 장준현은 최고 인기 작곡가로 어느 날 예측하지 못한 상황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최춘희(정은지)를 키우라는 회사의 요구로 여주인공과의 악연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는 사랑을 깨달으면서 직접 작곡한 노래를 최춘희에게 들려주고, 헌신적인 남성의 모습으로 변모한다.

“정은지와의 호흡은 초반에는 좀 어려운 편이었어요. 요즘 친구들은 자신의 색이 확고하더라고요. 내가 생각한 것을 가지고 촬영장에 가서 연기를 하면 다르게 연기가 나와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죠. 그런데 후반으로 갈수록 괜찮았어요. 나이가 어린데 배울 점이 많았어요. 항상 웃고, 털털하고. 무반주 노래는 부르기가 힘든데 너무 잘해서 놀랐어요.”

‘트로트의 연인’은 자체 최고 시청률 9.2%로 종영했다.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고만고만한 월화드라마 시청률을 고려하면 나쁜 성적표만은 아니다. 아쉬움은 남지만 현장 분위기가 좋았기에 그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처음 대본리딩을 마치고 회식자리에서 젊은 배우들끼리 대화방을 만들었어요. 사실 저는 마주보고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해서 채팅하는 건 별로거든요. 저는 물음에 단답형으로 대답만 하는 스타일인데, (신)성록이 형이랑, (손)호준이가 다양한 이모티콘을 사용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는 걸 보고 당황했어요. 특히 성록이 형은 의외였죠. 그런데 그 덕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분위기도 좋아지고 팀워크는 최고였어요.”

어느 덧 연기경력 10년이 넘은 지현우. 그동안 현장의 막내였다면 이제는 촬영장에서 책임감을 느낄 위치에 올랐다. ‘트로트의 연인’을 찍으면서 후배랑 연기하는 법도 배웠다.

“이제는 어디를 가도 중간이라 그런지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중간에서 후배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잘 이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신인 때 예지원 선배님이나 다른 선배님들에게 받았던 것들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 같아요.”



지현우는 2006년 ‘외눈박이 물고기’를 시작으로 드라마 OST 참여 등 꾸준히 앨범을 발표했다. 더 너츠라는 밴드의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홀로 작사와 작곡이 가능한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발매 시점을 잡진 않았지만 녹음도 하고, 작업도 계속하고 있어요. 이전에 써놓았던 곡들이 있어요. 음악으로서 성공해야겠다는 것은 없어요. 진짜 가수처럼 앨범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같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드라마, 영화와 앨범은 다른 것 같아요.”

군 입대 전 배우 유인나와 공개 연애를 해 화제를 모았던 지현우는 당분간 연애 보다는 일에 집중하고 싶단다.

“지금은 연애에 대한 생각은 없어요.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트레이드 마크인 눈웃음과 겸손함은 몸에 배어 있지만, 연기 얘기에 눈에 힘을 줄 만큼 일 욕심은 커졌다. 다양한 재주와 끼를 갖추고 있지만 그에게 있어 연기는 단순히 일의 단계를 넘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은 듯 했다. 지현우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확신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배우였다.

“연기가 즐거워요. 성격 탓인지 촬영장에서 남들처럼 많이 긴장을 안 하는 탓에 더 몰입해 연기를 할 수 있어요. 아직 차기작은 계획이 없어요. 쉬면서 여행도 다니고, 30대 인생 계획을 그려야 할 듯해요. 연애 스토리가 주가 아닌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전문적인 법정, 의학 드라마 등등. 그리고 저에게 예능을 추천하시는데 예능은 홍보를 위해서는 하겠지만 고정으로 하는 것은 힘들 것 같아요. ‘트로트의 연인’으로 몸 풀기는 제대로 됐어요. 기대하세요.”(웃음)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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