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김준수, ‘드라큘라’가 이렇게 섹시해도 되나요

입력 2014-08-26 09:16   수정 2014-08-27 19:04

▲ 뮤지컬 ‘드라큘라’의 김준수(사진 = 한경DB)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드라큘라’의 캐릭터에 새로운 매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드라큘라’의 개막에 앞서 제작사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 대표는 이 작품의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김준수에 대해 이렇게 자신했다. 그리고 그 호언대로 김준수는 자신만의 목소리와 연기력, 풍부한 캐릭터 해석으로 ‘드라큘라’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냈다.

김준수는 이번 작품에서 이전에 우리가 흔히 봤던 악마적 흡혈귀를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40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이뤄지지 못한 한 남자의 안타깝고 애절한 비극적 사랑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그런 의미에서 김준수의 ‘드라큘라’는 이전에 없던 드라큘라다.

창작뮤지컬 ‘디셈버’ 이후 캐릭터적 요소가 강한 작품을 하고 싶었다는 그는 이 작품에서 배우로서 자신의 역량을 한껏 발산한다. 무엇보다 이제껏 대중이 알고 있던 ‘드라큘라’에 대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버린다. 아니, 이 작품을 보는 순간 관객들은 이제껏 자신의 상상에 존재하고 있던 드라큘라의 잔상을 모두 지워야 한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많은 사람이 선입견처럼 가지고 있는 드라큘라 백작의 어둡고 음산한 이미지와는 달리 한 여인을 향한 불멸의 사랑과 인간적 고뇌를 부각시킨 러브스토리다. 작품에 등장하는 ‘드라큘라 백작’은 전 세기를 걸쳐 가장 유명하고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인물. 강렬하고 섹시하며, 열정적이고 매사 자신감이 넘친다.

그런 면에서 김준수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였다. 현존하는 대한민국 뮤지컬배우 중 김준수만큼 ‘드라큘라 백작’이 지닌 텍스트적 요건을 비주얼로 만족시킬 수 있는 배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창백하지만 강렬하고,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을 표현하기에 제격이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흡혈귀의 차가운 면과 한 여인만을 사랑하는 로맨틱한 남성의 모습을 동시에 표출한다.

170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드라큘라’는 모두 8벌의 의상을 갈아입는다. 장면마다 ‘드라큘라’의 외모가 도드라질 수밖에 없는 설정이다. 김준수는 화려한 비주얼로 판타지적인 인물을 형상화하며 그 자체로 미장센의 완성을 이룬다. 19세기 당시 영국과 유럽에서 유행했던 의상을 현대적으로 디자인한 각양의 의상이 선홍빛 헤어와 교차하며 ‘이런 뱀파이어라면 어느 여자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만큼 여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그가 이 작품에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끌어내는 이유는 단순히 ‘섹시주의’ 외모만이 아니다. 오히려 영원한 사랑을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뱀파이어를 새롭게 해석해낸 깊이를 더한 연기 때문이다. 김준수는 겉으로 드러나는 격렬하고 맹렬한 모습과는 달리 마음속에는 사랑으로 인한 상처와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드라큘라’의 본성을 입체적으로 녹여낸다.

마침내 기다리던 사랑을 만났지만, 영원히 죽지 못하는 숙명은 잔혹하기만 하다. 피에 대한 욕망은 끝없는 갈등을 반복하며 끝내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다. 김준수는 ‘드라큘라’의 이런 분열과 감정을 무리 없이 극대화해낸다. 가까스로 확인한 사랑을 체념하며, 결국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안타까운 비운의 주인공을 바라보며 관객의 눈시울도 덩달아 뜨거워진다.

자칫 일방적이고 맹목적으로 비쳐질 수 있었던 ‘드라큘라’의 사랑은 ‘미나’마저 그 잔인한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숭고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반전되며 호소력을 얻게 된다. 그의 열연으로 ‘드라큘라’는 자기를 희생하며 한 여인을 위한 위대한 사랑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인물로 빚어진다. 그는 이처럼 대사 하나, 장면 하나에도 배우로서 상당한 심혈을 기울였다.

김준수의 압도적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뮤지컬 ‘드라큘라’는 내달 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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