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명량' 김한민 감독 "히트 치기 바란 명대사, 따로 있었다"

입력 2014-08-27 09:04   수정 2014-08-27 09:22

김한민 감독을 만났다. 영화 ‘명량’((주)빅스톤 픽쳐스 제작)을 만든 사람. 그것만으로도 지금 가장 핫한 감독임에는 틀림없는 그에게선 어떤 단호함이 보인다. 스스로도 주변에 잘 흔들리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그런 김한민 감독에게 ‘명량’의 뒷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 최민식-고경표...`명량`의 배우들에 대한 애정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을 지금 시대에 고루하지 않게, 너무나 교훈적이거나 계몽적이지 않게 표현하고 싶었다. 이 시대 대한민국의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고민이었다고. 그는 해결책이 해전에 있다고 생각했고, 해전에 포커싱을 뒀다. 이순신 장군을 신격화하는 것보다 고뇌하는 인간 이순신으로 표현하면 분명 소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맞았다. 사람들은 이순신의 리더십에 감동했고, 열광했다.

“이순신과 거북선은 떼려야 뗄 수 없죠. 그래서 거북선을 등장시키고 싶었고 불타는 모습을 통해 이순신의 좌절을 넣어보자고 했어요. 극적인 장치로 넣게 됐죠. 전술 같은 경우도 최대한 표현하려고 했어요. 이순신 장군님도 천행이라고 하죠. 신묘한 전술보다는 상대방에 대해 잘 알았고 조류도 분명하게 도움을 줬다고 유추했어요. 그걸 회오리 바다라고 생각했죠. 백성들의 예기치 않은 도움은 이순신의 자기헌신이 감화를 일으켰고 그 감화가 다시 이순신을 돕는다는 거였어요. 분명히 주제의 맥락이 통했다고 생각해요. 전략을 기대한 사람들은 아쉬울 수 있다고 생각하죠.”

김한민 감독은 시간과 CG(컴퓨터 그래픽)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없단다. 그는 그러면서도 “컴퓨터 팀에 감사를 표한다. 이 정도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우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의 배우들과 꼭 다시 작업하고 싶다고. 처음 캐스팅에서부터 연기하는 모습까지. 배우들에 대한 애정은 점점 더 깊어졌다.

“배우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함께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죠. 저는 배우 최민식이었기에 이순신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최민식 선배가 개운치 않다고 말씀하시는 건 지향점을 높이 두고 이순신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는 점에서 그러시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굉장히 노력하셨죠. 고경표 배우에게도 고마워요. 갑판 위에 시점을 둔 병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캐스팅 제안을 했어요. 고경표는 감독과 작품에 신뢰를 가지고 참여했죠. 미안하고 고마워요. 대사가 있었는데 전체적인 맥락에서 빠졌죠. 성실하고 열심히 했고 인상적인 배우였어요. 리액션만 있고 대사가 없지만 눈빛이 좋았던 배우예요.”




◆ ‘명량’을 만든 4년의 시간은...

영화 후반부에는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한 걸 후손들이 알랑가 몰라"라는 대사가 나온다. 관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김한민 감독은 편집할 때도 그 대사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넣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단다. 작위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그 대사에 영화를 만든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량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며 웃어보였다. 또한 김한민 감독은 극 중 아들의 시선이 들어간 것에 이렇게 설명했다.

“이순신의 내면을 알고 싶었죠. 이순신이 화자가 되는 건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요. 기록을 보면 첫째 아들인 이회가 이순신을 보필하고 옆에 있었어요. 아들과 아버지 사이는 사적이면서 깊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그렇게 이회를 통해서 생각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게 했어요.”

3년의 시간. 본격적인 구상까지 하면 4년이었다. 시간이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지난해 7월 촬영이 끝나고 올해 7월까지 작업했다. 1년 동안의 후반작업은 굉장히 빠듯했다. 하지만 지난했다. 그는 조금 더 효과적으로 다음 작품을 하고 싶단다. 이순신 영화 3부작을 만들고 싶다고 밝힌 그는 ‘명량’에 이어 ‘한산’과 ‘노량’을 영화화할 예정이다.

“‘한산’과 ‘노량’이 될 거예요. 거북선이 활약하는 걸 봐야죠. 각 전투마다 특징이 다르고 의미가 달라요. ‘한산’과 ‘노량’도 나름대로 흥미진진하죠. ‘한산’은 시나리오만 나와 있어요. ‘명량’ 때는 최민식 배우와 프리프로덕션 때 만남이 빨리 이뤄졌고 이순신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어요. 술도 마시고 현장에서도 호흡이 좋았죠. 차기작들은 인연 따라 가고 싶어요. 4년보다는 빨리 나오겠죠. 그렇게 걸린다면 못 찍을 것 같아요.(웃음) 지금은 CG도 그렇고 배 건조도 그렇고 노하우도 생겼죠. ‘명량’보다는 단축될 것 같아요. 우선은 교통정리를 해야죠.”




◆ “차기작 부담? 묵묵히 실천하면 되지 않을까“

김한민 감독은 역사에 대해 본능적인 것을 느꼈다. 그는 역사의 기록이나 문구를 보면 거기서 추론 의식이 자동으로 발동된다고.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최종병기 활’ 같은 경우도 ‘50만의 사람이 끌려갔다’는 문구에서 시작됐다. 김한민 감독은 당시 조선 사람 인구가 얼마 정도 됐을까를 시작으로 가구 수, 사회적인 분위기, 소중한 사람들이 끌려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발동이 걸린다`고 표현했다. 많은 위인들 중에서도 이순신 장군을 선택한 것 역시 본능적이었다.

“어렸을 때 살던 곳이 전라 좌수영이 있었던 순천이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하면 언젠가는 꼭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최종병기 활’이 잘 되면서 그 시기가 빨리 왔고 달라진 거예요. 이순신 장군을 선택한 것은 본능적이었어요. 뒤늦게 이순신 장군이 어쩌면 지금 이 세대에 필요한 시대정신인 화합과 통합, 뭔가 우리가 구심점이 되는 역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깨달음으로 다가왔죠. 반향이 일어나는 것 같아서 적지 않게 놀라고 있어요.”

‘명량’의 다음 작품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담은 `한산`이 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이야기의 영화가 나올 수도 있다. 아직은 고민 중이란다. 몸이 안 좋아 최근 병원에 입원했던 그는 우선 건강을 챙기고, 다른 나라 사람들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명량’의 세계본을 편집할 예정이다.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없느냐는 질문에 처음엔 그 질문의 의미를 몰랐단다. 하지만 그 질문의 의미를 이해한다는 김한민 감독은 묵묵히 실천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상이 없거나 다음 작품이 전작의 흥행을 넘어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면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클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다음 작품이 예정돼 있어요. 다만 묵묵히 실천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우선 ‘명량’을 다시 보고 싶어요. 어떤 감독이 되고 싶냐고요? (고민하더니) 사실 모든 감독이 그래요. 재미와 울림, 감동이 있는 작품 만들고 싶죠. 하나 덧붙이면 요즘 시대정신에는 뭔가 치유하는 힐링의 코드가 있어요. 내공이 쌓이면 그런 식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런 전조가 이순신 장군이고요. 마지막에 토란을 주면서 ‘이 쌓인 원한들을 어떻게 할꼬’라는 대사가 있죠. 승리에 도취되는 게 아니라 뭔가 그런 죽은 생명들, 애환에 싸여있는 존재들에게 던지는 연민의 느낌이 있어요. 사실 그 대사가 히트를 치길 바랐고 그렇게 만들었죠. 그런데 다른 대사가 더 관심을 받는 것 같아요.(웃음)”(사진=퍼스트룩)

한국경제TV 양소영 기자
sy7890@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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