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연서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아마도 청춘드라마 ‘반올림(2003년)’으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이후 10년 만에 대표작으로 남을 만한 작품을 성공리에 이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여주인공 장보리로 열연하고 있는 오연서는 지난 1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빡빡한 촬영으로 피곤할 텐데도 불구하고 인터뷰 내내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촬영은 힘들지만, 시청률 올라가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힘이 나요. 감독님과 작가님의 아이디어가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현장 분위기는 최고예요. 많은 시청자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작품이라 책임감이 커요.”
10% 초반의 높지 않은 시청률로 시작했던 ‘왔다! 장보리’는 오연서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 열연과 착착 감기는 전라도 사투리, 그리고 동료 배우들과 환상의 호흡으로 30%가 넘는 꾸준한 시청률 상승을 보여주며 대한민국의 주말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 30%를 돌파했어요. 시청률이 하락한 적이 없어요. 일요일마다 계속 최고시청률을 경신했죠. 이제 몇 회 안 남았는데 40%를 달성했으면 좋겠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적절한 순간에 코믹 요소가 나와요. 슬프거나 답답한 장면만 너무 계속되면 보는 사람도 힘들죠. 캐릭터들도 입체적이고요. 악인에게도 각자 나름의 슬픔이 있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같아요.”
오연서의 안정된 연기력과 뛰어난 캐릭터 소화는 장보리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극중 오연서의 구수하고 친근한 매력의 ‘보리’라는 이름은 ‘보리보리’, ‘참아보리’ 등 실생활 속에서 다양한 상황에 활용되고 있으며 보리가 이재화(김지훈)를 부르는 애칭인 ‘찌끄레기’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촬영 때 모여든 팬들이 ‘보리보리 힘내’라고 외쳐주세요. 밥 먹으러 식당에 가면 서비스도 주시고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체감해요. 정말 감사하죠. ‘보리보리’라고 불러주실 때 너무 좋아요.”
오연서와 함께 연민정 역의 이유리, 이재화 역의 김지훈, 비단이 역의 김지영 등이 없었다면 ‘왔다! 장보리’는 빛날 수 없었을 터. 오연서 역시 이들의 활약에 엄지를 치켜세웠고 연기에 대해서는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이)유리 언니는 연기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아서 정말 감사드리고 싶어요. 평소 엉뚱하고 4차원인데 촬영에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연기를 하시는데, 어쩜 악역 연기를 잘 하시는지 정말 한 대 때리고 싶어진다니까요. (김)지훈 오빠는 딱 재화예요. 항상 애드리브를 준비해 오세요. 근데 리허설 때는 안 하다가 슛 들어가면 해서 NG를 내게 만들어요. 개구쟁이 스타일이죠. 사실 초반에 모성애 연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김)지영이가 연기를 너무 잘 해서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왔다! 장보리’를 통해 앙칼진 전라도 사투리, 드세 보일 만큼 털털한 모습으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오연서. 그동안 출연했던 드라마 속 이미지는 그가 벗어야할 숙제이기도 했다. 시청자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만큼 숙제를 풀기란 쉽지 않았다.
“매 작품마다 변신보다 그 작품에 집중하는 마음이었어요. 장보리로 인해 그동안 가지고 있던 깍쟁이 이미지를 벗었어요. 친근해지고 착해졌죠. 조금 부족해도 잘 봐주셨으면 해요.”
‘왔다! 장보리’는 지난 31일 방송된 42화는 33%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파죽지세의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극이 후반으로 치달으며 또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실 저도 다음 편이 궁금해져요. 연민정의 몰락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보리가 가족도 찾았고 결혼도 했잖아요. 이제 진정한 참선장이 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비단이 문제도 있고, 아직 굵직한 여러 문제들이 남아있어요. 연민정은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까 벌 받아야하지 않을까요.”
오연서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욕심 많은 배우다. 매 작품마다 의미를 부여했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20대의 연기 잘하는 여배우로 손꼽힐 만하다.
“‘왔다! 장보리’는 나를 성장시킨 드라마예요. 아직까지 해보지 않은 역할이 많아요. 다음 작품은 말랑말랑한 로맨틱코미디를 해보고 싶어요. 남자배우는 서강준요. 단막극에서 연기하는 걸 봤는데 눈빛이 너무 맘에 들었어요. 제가 많이 누나예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