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리 슈틸리케 신임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맹활약을 펼틴 손흥민, 기성용, 차두리(사진 = 대한축구협회) |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며 고양종합운동장을 찾은 축구팬들은 국가대표축구팀을 맡게 된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을 귀한 손님으로 여겼다. 이 마음은 그라운드에서 뛴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단 한 경기로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겠지만 FIFA 랭킹 57위인 우리 대표팀이 랭킹 6위인 남아메리카의 강팀 우루과이를 맞아 이 정도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면 충분히 그 성과를 거뒀다고 자랑할만한 평가전이었다.
그런 면에서 신태용 코치는 누가 봐도 껄끄러운 두 경기를 맡은 셈이다. 고생한 보람을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애매한 위치였지만 두 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선수들의 재능을 맘껏 펼치도록 도왔다.
특히, 새 감독 슈틸리케가 직접 현장에서 지켜 본 우루과이와의 8일 평가전은 변화무쌍한 전술을 쓰면서 선수들의 재주를 여러 각도로 조명할 수 있게 베풀어준 경기라 평할 수 있다.
손흥민에게 먼저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이동국-이청용과 함께 최일선에서 공격을 이끈 손흥민은 자신의 재능을 한 경기에 모두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는 감독의 믿음은 물론 동료들의 헌신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가 유일하게 기록한 전반전 왼발 유효 슛 기록도 그랬고 후반전에 동료들과 콤비 플레이를 펼치며 시원하게 우루과이 수비수들을 뒤흔든 장면들은 하나하나 압권이었다.
기성용의 롱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우루과이 수비수들이 형성한 오프사이드 함정을 허무는 순간(67분)과 교체 선수 이근호와 2:1 월 패스를 주고받아 오른쪽 대각선 슛을 시도한 순간(86분)은 그야말로 최고의 장면이었다.
새 시즌이 시작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소속팀 스완지시티 AFC의 초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기성용도 전반전에는 쓰리백 시스템의 핵심으로 후반전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술을 맘껏 자랑했다.
기성용의 공간 침투를 빛나게 한 롱패스 실력은 그의 이름을 처음 각인시킨 청소년대표팀 시절 `기택배`라는 별명을 또 한 번 떠오르게 만들었다. 87분에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동점골을 노린 헤더슛은 크로스바 불운으로 끝났지만 기성용의 활용 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이밖에도 오른쪽 윙백 역할을 맡은 차두리는 수비능력은 물론 믿음직스러운 측면 오버래핑 실력까지 여전하다는 사실을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물론 그를 잊었던 축구팬들에게 가르쳐줬다.
카리스마 넘치는 차두리의 수비력은 우루과이 공격 루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크리스티안 로드리게스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기성용이 수비수로 변신하여 에딘손 카바니의 발목을 묶은 것과 나란히 바라보면 0-1 패배 결과가 이상할 정도로 괜찮은 평가를 받을만한 것이었다.
새 감독 슈틸리케와 함께 열어가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 시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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