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최승현 "'타짜2', 결심한 순간 확신한 이유?"

입력 2014-09-12 10:37   수정 2014-09-12 10:54

그룹 빅뱅 멤버 겸 배우 최승현(26)은 진중하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가 하면 예상치 못한 개그로 ‘빙구탑’의 면모를 드러낸다. 짙은 눈빛과 낮은 목소리, 수줍은 미소가 매력적인 그를 만났다.



영화 ‘타짜-신의 손’(감독 강형철, 제작 유한회사 타짜2문화산업전문회사)은 삼촌 고니를 닮아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손재주와 승부욕을 보이던 대길(최승현)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타짜 세계에 겁 없이 뛰어들면서 목숨 줄이 오가는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승현은 타고난 손기술과 승부욕의 소유자 ‘신의 손’ 함대길로 변신해 열연을 펼쳤다.

◆ 최승현의 처음이자 마지막 노출?

‘타짜2’의 제작 소식이 들렸을 때 원작 만화와 영화 ‘타짜’ 팬들은 기대와 우려를 드러냈다. 최승현 역시 부담감이 있었을 터. 역할을 맡기 전 수개월의 시간을 고민했다. 그 후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그에겐 확신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단순하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모습에 매료됐다. 때로는 허술한 모습들도 좋았다. 인물의 의중이 궁금했고 애착이 갔다. 그렇게 함대길이 되었다.

“신이 났었죠. 관객들과 빨리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다 찍어놓은 상태고 단단해져 있는 상황이었죠. 함대길에 대한 고민을 끝마친 상태였으니까요. 촬영할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원작 만화는 봤어요. 볼 수밖에 없었죠. 어떤 인물인가를 탐구했어요. 원작 만화 마니아들의 추억을 어떻게 만족시켜줄 수 있을까 생각했고 탐구했어요. 원작과 영화의 다른 점은 1980년대 배경에서 현대로 바뀐 설정 이외에는 없어요. 겉모습은 어쩔 수 없지만 다른 것들은 충실하게 하려고 했어요.(웃음)”

해보지 않은 것들을 해야 되는 상황이 찾아왔다. 우사장 역의 이하늬와 미나 역의 신세경, 두 여자와의 멜로도 그랬다. 동시에 두 여자를 사귀어 본 적이 없다는 최승현은 ‘함대길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사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반팔 티셔츠도 입지 않는 그에겐 노출 신도 도전이었다. 평소 여름에도 긴팔 티셔츠와 재킷을 입고 다니고, 피부 보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노출을 해야 되는 상황이 찾아왔고 과감하게 찍었다.

“벗는 것을 보는 것도, 내가 벗는 것도 힘들었죠.(웃음) 쑥스럽고 민망하고 어색했어요. 배우들끼리 수다 떨고 노는 건 재밌는데 슛 들어가면 다들 사연이 있으니까 기운이 엄청 셌던 것 같아요. 만화 원작 분위기가 묘하니까 그걸 살려야 돼서 고민을 많이 했죠. 노출은 싫어해요. 처음이자 마지막 노출을 하는 영화지 않을까 싶어요. 섹슈얼한 장면이 아니라 진정성을 느껴서 찍었어요. 상황 자체가 몸에 눈이 가는 것은 아니에요. 만화에서도 중요한 장면이었고요. 분위기도 그렇고 야하게 그려지지도 않았어요. 다들 갈 데까지 다간 도박꾼들의 상황이니까. 패를 숨기지 않기 위해서 하는 거였으니까요.”



◆ "강형철 감독님, 지혜로운 연출자"

‘타짜2’에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많았다. 최승현은 그 캐릭터들 사이에서 오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대길의 대리인이 되어서 최선을 다했다. 실제로 대길과는 잘 맞았던 것 같단다. 하면서 막막한 적은 없었다. 대길이 되기 위해 원작 만화 8권을 모두 읽었다. 극중 함대길이 강남에서 멋모르고 승승장구할 때는 최승현도 짜릿함을 느꼈다.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 들었다. 의상도 적극적으로 준비했다.

“굉장히 허술하고 조금은 모자란 느낌의, 손재주가 남다르다고 착각하고 사는 소년이 청년이 돼 가면서 다양한 상황들 속에서 변해가는 모습들을 고민해야 되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여자 좋아하고 돈 벌면 뿌리는 성격의 함대길이, 지금 시대라면 어땠을까도 고민했죠. 그래서 의상이 컬러도 많고 요란하길 바랐어요. 대길이 어떤 감정인지는 제가 잘 아니까. 사비로 대길이 옷을 많이 샀어요. 영화팀에 사달라고 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았거든요.(웃음) 트렁크 큰 거로 두 개를 가져갔는데 감동받으셨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이랑 의상팀이랑 같이 골랐어요. 감독님도 의상에 애착이 많았어요. 의상에 신경 많이 썼죠. 함대길의 기분에 따라 하나하나 계산되어 있어요.”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 그래야 최승현만의 함대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강형철 감독은 배우들의 아이디어를 잘 들어줬단다. 물론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활용하지만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는 쓰지 않았다. 초반 첫 눈에 반한 미나에게 고백하는 장면에도 최승현의 아이디어가 들어갔다. 최승현은 인터뷰 내내 ‘영리한 연출가’, ‘강형철 감독님 짱’이라며 강형철 감독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드러냈다.

“아이디어는 많이 냈죠. 막 던졌어요. 오히려 다 들어주면 못 냈을 거예요.(웃음) 미나한테 ‘너 귀여워’라고 하면서 뛰어가는 장면에서도 담으로 가려고 하다가 ‘여기 아니다’ 하는 부분도 애드리브예요. 약간 거친 언어로 ‘귀엽다’는 표현을 했는데 감독님이 욕은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많이 가는 성향이 있는데 감독님이 그런 건 잡아주시니까. 강형철 감독님 짱!(웃음) 60번 NG요? 감독님이 오버하신 거예요. 대길이가 중국집에서 화투를 치는 장면인데 화투치는 걸 영화에서 원테이크로 보여주고 싶었죠. 감독님은 ‘넌 할 수 있어’라면서 묵묵히 봐줘요. 차분하고 화내지 않으세요.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칭찬해주고 부드러운 성격이시죠. 실제로 NG는 40번 정도 났고요. 42번째 오케이가 났어요. 편집됐는데 굳이 없었어도 되는 장면이었고 과감하게 편집하셨죠. 지혜로운 연출자세요.(웃음)”



◆ 그 사람이기에 궁금한 배우가 되고파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 객관적이진 않다. 하지만 최승현은 이제 신을 찍을 때 느낌이 올 때가 있다고. 데뷔한 지 어느새 꽤 시간이 흘렀고, 음악도 같이 하다보니까 일명 ‘촉’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단다. 이건 반응이 이 정도에서 올 것 같다고 생각하면 터지는 느낌이 있다는 것. 물론 다른 분야지만 어떤 코드에서 흥미로울지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대중 예술을 하고 있고 그런 부분을 고민해야 되고 호흡을 해야 더욱 좋은 배우가, 가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7년 KBS2 드라마 ’아이엠샘’으로 시작했어요. 멋모르고 했는데 이제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생각하고 있죠. 뭔가 계속 이렇게 진화해가는 과정들을 겪고 있어요. 글쎄요. 보완해야 할 점은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역할을 맡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해보고 싶은 역은 없어요. 정해두지 않는 스타일이죠.(웃음) 위험한 스타일이에요. 꽂혀야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이미지를 정해 두지는 않아요. 그동안은 심리상태가 어두웠는지 어두운 거에 끌렸어요. 변화하고 싶었던 시기에 함대길에 꽂혀서 최선을 다한 것 같아요.”

함대길이 되기 위해 화투도 배웠다. 동료 배우들과 함께 화투를 치면서 잃기도 따기도 했다. 당분간은 함대길에 대한 애착으로 다른 시나리오를 보지는 못할 것 같단다. 왠지 배신하는 기분이 든다고. 아마도 쉬는 동안은 그룹 빅뱅을 위해, 가수 탑을 위해 작업을 하게 될 것 같다고 슬쩍 귀띔했다.

“감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해요. 뭐가 잘 어울린다고 하기엔 너무 어린 것 같아요. 저는 혼자 하루 종일 음악 듣고 영화 봐요. 저한테는 그게 공부죠.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고 가장 재밌는 시간이에요. 다음에 무언가를 한다고 했을 때 ‘저 사람이 하기 때문에 궁금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에겐 그게 가장 베스트죠.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해서 뭐가 다를 것 같은 느낌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게 없을 것 같아요.(웃음)”

한국경제TV 양소영 기자
sy7890@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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