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작 뮤지컬 ‘제인에어’…어땠나?

입력 2014-09-12 15:48   수정 2014-09-12 15:48



중국 창작뮤지컬 ‘제인에어’가 9월 9일부터 9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올랐다. 작품은 2013년 중국 항주에서 초연했다. 영국 여류작가 ‘샬롯 브론테’의 고전 ‘제인에어’를 중국적 감성으로 녹여냈다. 이번 무대는 뮤지컬 ‘단교’의 연출을 맡았던 왕사이오잉과 왕 지안난이 공동으로 연출을 맡았다.

이번 공연은 중국의 인기 배우들이 출연한다. ‘제인 에어’ 역에는 ‘장 시아오밍’과 ‘지앙 난’이, ‘로체스터’ 역에는 대국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적 있는 ‘리앙 칭’이 맡아 열연을 펼쳤다. 중국 현대뮤지컬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이번 공연, 과연 어땠을까.

- 아름답고 유려한 뮤지컬 넘버, 흐릿한 이야기

UP↑ 귀에 착착 감기는 뮤지컬 넘버

중국 뮤지컬 ‘제인에어’의 가장 큰 매력은 넘버다. 오페라를 연상케 하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아리아는 유려할 뿐 아니라 중독성까지 갖췄다. ‘제인에어’라는 고전에 어울리는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선율은 ‘오페라의 유령’을 보는 듯하고, 록의 느낌을 살린 뮤지컬 넘버들은 ‘잭더리퍼’ 등처럼 강렬하게 다가온다. 특히, ‘제인에어’ 역의 배우가 부르는 뮤지컬 넘버들은 하나같이 주옥같다. ‘북극성’, ‘그대의 눈’, ‘마음의 여정’ 등은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감정의 고조를 선명하게 일으킨다. 한국 배우들의 음성으로 다시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 정도다.

DOWN↓ 흐린 시간적 배경

작품은 원작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따라간다. 시간의 흐름이나 시간 제약 상 생략된 것도 많지 않다. 생략된 것은 그녀와 사촌 ‘존’이 만나고 헤어지게 되는 과정 정도다. 고딕 로맨스의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내용을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원작이 1인칭으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뮤지컬은 ‘샬롯 브란테’와 제인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다만, 시간적 표현이 드러나지 않아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감정과 변화들이 급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아쉽다. 특히, 제인과 로체스터가 서로 가까워지게 된 과정이나 두 사람이 이별해 있던 시간의 흐름이 드러나지 않아 그 간에 쌓인 사랑과 그리움의 깊이가 충분히 표현되지 않았다.



- 아직은 낯선, 하지만 매력 있는

UP↑ 두 주연 배우의 힘

뮤지컬 ‘제인에어’의 축은 로체스터와 제인이다. 제인 역의 ‘장 시아오밍’은 힘 있는 노래와 품위 있는 연기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자칫 흔한 로맨스에 기댈 수 있는 캐릭터를 자신의 의지로 사랑하고 삶을 극복하는 강한 여성으로 그려냈다. 특히, 그는 로체스터를 떠나 스스로 일어서기로 결심하는 ‘마음의 여정’에서 폭발하는 가창력으로 객석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 냈다. 로체스터 역의 ‘리앙 칭’은 웅혼한 목소리로 무대 전체를 울렸다. 여기에 연륜이 묻어나는 풍부한 연기가 중년 귀족의 오만함과 변화를 매력적으로 이끌었다.

DOWN↓ 낯선 중국어, 자막 싱크로율의 실패

중국 뮤지컬은 한국에서 익숙지 않다. 당연히 중국어로 부르는 뮤지컬 넘버는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자막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이번 공연은 자막의 싱크로율이 맞지 않아 작품의 감동을 반감시키는 어이없는 실수를 범했다. 낯선 중국어 사이에서 한글 자막은 한 줄기 빛이다. 하지만 자막이 나오지 않거나 늦게 나오는 경우, 아예 한 곡을 넘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로 발생하면서 관객이 낯선 언어에 멍하니 놓이는 상황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특히,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곡에서 자막이 나오지 않는 해프닝은 실망감마저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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